“일산 베드타운 가속화” 전망도
정부가 3기 신도시로 고양 창릉지구, 부천 대장지구를 추가 지정하면서 인근 1, 2기 신도시 주민들 사이에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입지가 좋은 3기 신도시에 수요가 쏠려 악성 미분양이 심화하고, 주택시장 침체가 가속할 수 있다는 우려때문이다.
일산 주민들은 3기 신도시로 서울 경계에서 1㎞ 떨어진 고양 창릉지구가 포함돼 불만이 크다. 노후된 아파트가 많은 일산은 특별한 개발 호재가 없다. 교통망 개선도 더딘 데다가 인근 택지지구에서 공급물량이 많아 집값 약세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기준 일산동구·서구 아파트값은 1년 새 1.90%, 3.26% 하락했다.
이런 불안감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으로 향했다. 정부가 7일 3기 신도시를 추가로 발표한 직후 이 게시판에는 ‘3기 신도시 고양 지정, 일산신도시에 사망선고-대책을 요구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청원자는 “지어진 지 30년이 돼가는 일산신도시는 과밀억제권역으로 묶여 이렇다 할 만한 일자리 없이 베드타운으로 전락했다”며 “과잉 주택공급 탓에 일산신도시는 더욱 베드타운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글은 올라온지 하루도 안 돼 4900명 이상의 호응을 얻었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교통문제가 해결이 안 되는 상황에서 일산은 올해도 입주 물량이 상당하다”며 “집값하락에 대한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일산의 노후주택 교체 수요 등으로 구도심의 공동화가 생길 수 있다”며 “원흥, 지축, 삼송지구 등을 중심으로 단기적인 입주 적체가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부천 대장지구에서 약 8㎞ 떨어진 검단 신도시에서는 ‘공급 과잉’ 우려가 나온다. 올해 검단신도시는 1만2000여가구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분양을 앞둔 건설사들은 부담이 크다. 서울 접근성이 더 좋은 대장지구와 또다른 3기 신도시인 인천 계양테크노밸리 사업이 추진되기 때문이다. 계양에서 규모만 1만6500가구다. 올해 검단 신도시에서 분양한 단지는 줄줄이 저조한 청약 성적을 거뒀는데, 계양테크노밸리 지정에 따른 영향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입주 적체와 미분양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추가 신도시 개발로 인한 공급과잉 문제는 지역사회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이문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전날 신도시 발표에 따른 인근지역 부동산 침체 우려에 대해 “주변 지역에 대한 영향도 충분히 검토했고, 광역교통 개선대책을 꼼꼼히 검토해 반영했다”며 “ 해당 지구뿐 아니라 인근 지역 주민, 기존 신도시 주민들도 지하철 신설이나 도로망 확충, 간선급행버스체계(BRT) 확대 등을 통해 도심 접근이 용이해지는 혜택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양영경 기자/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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