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협상 고위급 대표단이 지난 1일 중국 베이징에서 협상 일정을 마무리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류허 중국 부총리,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 베이징|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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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6일(현지시간) 워싱턴 무역대표부 사무실에서 기자들에게 미·중 무역협상 상황과 트럼프 정부 입장을 설명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미·중 양국은 무역협상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이뤄왔지만 지난주 중국이 약속 가운데 일부를 어겼다”면서 “그것은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이 구체적 약속으로부터 후퇴했고 이는 합의에서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 움직임이라고 지적했다. 므누신 장관도 “주말에 걸쳐 중국이 상당한 이슈에서 후퇴하는 것이 확실해졌다”고 전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이어 “(무역 합의 이후 중국에 대한) 관세를 유지할지 여부를 포함해 중대한 이슈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협상을 깨지는 않지만 현재로서는 금요일(10일)이 되면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날 중국산 수입품 2000억달러 어치에 대한 관세를 현행 10%에서 25%로 인상하겠다는 경고는 막판 협상에서 중국을 압박하려는 차원으로 해석이 많았다. 하지만 이날 중국의 약속 후퇴를 지적하는 두 사람의 이날 브리핑은 협상에서 심각한 입장차가 발생했고, 타결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음을 보여준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해석했다.
협상 타결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내놓던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관세 카드를 꺼내게 만든 중국의 ‘약속 후퇴’는 합의사항 법제화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무역 협상단이 미국 협상단에 중국 법을 바꿔야만 하는 합의를 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전에는 법을 바꾸는 데 동의했다가 막판에 입장을 번복했다는 것이다. 이는 협상의 주요 쟁점이던 중국 시장 진출 미국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방지를 어렵게 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도 중국 협상단이 최종 합의문에 중국의 여러 가지 법률을 업데이트한다는 문구를 넣는 것을 거절했으며 입법 절차 대신에 규제나 행정 조치를 하는 것을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더불어 협상 타결 후 기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유지 여부 등에서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협상이 위기를 맞은 데는 미·중 양측 모두 대치 국면이 조금 더 이어져도 불리할 게 없다는 계산을 했기 때문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분석했다. 중국이 법제화 약속을 뒤집을 수 있었던 이유는 최악이던 경제가 정부의 부양 조치로 조금씩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고, 트럼프 대통령이 확전을 불사할 수 있는 배경은 3.2% 경제성장률과 50년 이래 최저 실업률 등 경기 호조에 따른 자신감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추가 관세라는 돌발 변수에도 불구하고 양측의 협상은 예정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중국 대표단이 워싱턴을 방문해 오는 9~10일 협상이 이뤄질 것이며, 중국 측 협상 대표인 류허 부총리도 참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10일 0시1분을 기해 관세를 인상하겠다고 밝힌 중국 대표단으로선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느냐, 추가 관세 타격을 감수하느냐의 갈림길에 몰린 셈이다.
당초 양국은 10일쯤 무역합의안을 발표하고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에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문에 서명할 계획이었다. 현재 예측할 수 있는 무역협상의 향방은 종전, 확전 또는 휴전의 세 갈래다. 오는 9일 협상에서 중국이 불공정 관행 방지 법률화 등에 합의한다면 무역협상은 극적 타결에 이를 수 있다. 므누신 장관은 “양측이 중대한 진전을 만들어낸다면” 관세 인상 방침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입장차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돌아선다면 추가 관세 부과 전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물론 어느 정도 타결 가능성을 확인한다면 추가 관세 부과 유예 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산 수입품 2000억달러 어치에 대한 25% 관세 부과 방침은 이미 두 번이나 시행이 미뤄진 상황이다.
워싱턴|박영환 특파원 yh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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