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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시리아의 '아마조네스'… IS 피해자들이 만든 禁男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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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여성 16명·아이들 32명 거주, 농사 짓기와 식사 등 공동 생활

조선일보

시리아 북동부에 위치한 금남(禁男)의 마을 ‘진와르(Jinwar)’에서 거주 여성들과 여성단체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건물을 짓고 있다. /JINWAR 홈페이지


터키와 불과 1㎞ 떨어져 있는 시리아 동북부의 카미실리시(市) 인근 버려진 땅에 새로운 마을이 탄생했다. 여성과 아이들만 거주할 수 있고, 성인 남성들은 하룻밤도 묵을 수 없는 '금남(禁男) 마을'이다.

미국 CNN 등 외신은 시리아의 여성 도시 '진와르(Jinwar)'에 성인 여성 16명과 32명의 아이들이 독자적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대부분 2011년부터 이어진 시리아 내전이나,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테러로 성폭행 피해를 입거나 남편이 사망한 여성들이다. 진와르는 쿠르드어로 '여성들의 땅'이라는 뜻이다.

거주자들은 1명씩 교대로 소총을 들고 마을 초입에 설치된 철제 펜스 앞에서 보초를 선다. 성인 남성 관광객이라면 '여성을 존중하는 자'에 한해 입장이 허락되지만, 이곳에서 숙박하는 것은 금지다. 다만 이곳에서 성장한 남자아이들은 성인이 됐을 때 이곳에서 계속 살지, 나갈지 결정권을 줄 계획이라고 진와르 측은 전했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파타 에민(35)씨는 "종교와 인종에 상관없이 여성이라면 모두 입주가 허락된다"고 설명했다. 이 마을 홈페이지는 "전쟁과 범죄는 여성과 아이들에게 가장 큰 상처를 준다"며 "이에 맞서 진와르를 건설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설명한다.

이 마을은 시리아 쿠르드족 여성단체 '자유 여성 재단'이 2017년 전쟁 피해 여성들을 돕기 위해 만들기 시작했다. 여기에 시리아 국내외 여성단체 10여 곳이 비용 일체와 건축 전문가들을 지원하면서 30채의 집과 상가, 수도 시설과 전기 시설까지 완비되는 등 온전한 마을의 모습을 갖추었다.

마을 구성원들은 농장에서 공동으로 농사를 지으면서, 공동 주방에서 요리와 식사를 함께 한다. 마을의 중요 정책은 모두가 참여하는 의회에서 토론으로 결정하고, 대표는 돌아가면서 하고 있다. 아직 충분치는 않지만 자원봉사자들이 운영하는 의료 시설과 아동 교육 시설도 있다.

그러나 외신은 이 마을이 오래 지속될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여전히 존재하는 터키와의 국경 갈등과 IS 테러 위협 때문에 여성들이 마을을 장기간 지켜내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곳에 거주하는 한 여성은 CNN 인터뷰에서 "이 마을이 오래 지속되길 바란다"면서 "여성들이 전쟁의 피해자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독립적이고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고 밝혔다.

[원우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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