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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로 돌아온 할리우드 배우 에즈라 밀러…음악 장르도, 멤버 역할도…경계 허문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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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선스’ 단독 내한 공연

경향신문

지난 4일 오후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열린 미국 인디밴드 ‘선스 오브 언 일러스트리어스 파더’ 단독 내한 공연에서 에즈라 밀러(오른쪽)와 라일라 라슨이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하고 있다.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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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저스티스 리그> <신비한 동물사전> 등에 나온 세계적인 할리우드 배우 에즈라 밀러(27)가 밴드로 돌아왔다. 밀러를 DC코믹스 슈퍼히어로 ‘플래시’로만 기억한다면, 그가 속한 인디밴드 ‘선스 오브 언 일러스트리어스 파더’(선스)의 음악을 접하고 크게 당황할 수 있다.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을 ‘퀴어’이자 ‘페미니스트’라 소개하고 환경운동가로도 활동하는 밀러의 행보처럼 그의 밴드는 정체성은 물론 장르에 대한 규정도 거부하며 스스로를 ‘퀴어 장르’라고 표현한다.

다소 생소한 퀴어 장르의 개념은 지난 4일 오후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열린 선스의 단독 내한 공연을 보고나자 온전히 이해가 됐다. 밀러와 선스의 멤버 라일라 라슨, 조시 오빈은 짙은 립스틱에 금색 아이섀도를 칠하고 무대에 섰다. 상의는 남성 정장이지만 하의는 치마인 ‘젠더(성별)리스’ 복장이었다.

공연의 모든 요소에 경계는 없었다. 선스는 포크에서 로큰롤, 일렉트로닉까지 다양한 장르의 곡을 선보였다. 멤버들의 역할도 고정돼 있지 않았다. 드럼을 연주하던 밀러는 공연 중반 베이스를 연주하던 라슨과 자리를 바꿨고, 공연 후반엔 키보드로 자리를 옮겼다. 큰 퍼포먼스는 없었지만 발을 들썩이고 멤버들끼리 몸을 기대는 등 스킨십을 할 때마다 객석에서는 함성이 터져나왔다.

“저희의 삶이, 성적 취향이 어떻든 한국 팬들은 이미 우리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었어요.” 지난 3일 경향신문과 만난 선스는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이날 공연을 찾은 팬들은 밀러와 그의 밴드가 추구하는 가치관을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 해외 공연을 찾을 정도로 선스의 팬이라는 ㄱ씨(27)는 “경계 없음을 추구하는 자유로움이 좋다”며 “사회운동가이기도 한 멤버들을 보면 나도 작은 부분이라도 행동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마에 붉은 글씨로 동성애자를 경멸하는 표현인 ‘FAG’라고 쓴 팬들도 눈에 띄었다. 이는 선스가 2016년 발생한 미국 올랜도 게이 클럽 총격 사건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곡 ‘U.S. 게이’(U.S. Gay)에도 등장하는 단어다. 박은별씨(25·회사원)는 “혐오 표현으로 쓰이는 단어를 뺏어오기 위해 오히려 당당히 드러내고 사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수진씨(28)는 “선스의 공연장은 사회적 약자에게 안전지대”라고 말했다.

선스는 70여분간 진행된 공연에서 ‘데솔레이션’(Desolation), ‘투스’(Tooth) 등 앙코르에 재앙코르까지 총 13곡을 불렀다.

“한국에 각별한 인연을 느낀다”고 말한 밀러는 “한국에 다시 돌아오겠다”고 팬들에게 약속했다. 뉴욕 브루클린을 거점으로 결성된 선스는 어쿠스틱 듀오로 시작해 5인조 밴드를 거쳐 현재 3인조로 활동 중이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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