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44조달러에 달하는 자국 금융 시장을 추가 개방하겠다고 밝히면서 무역협상을 벌이고 있는 미국에 유화 손짓을 보냈다. 미국 역시 20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하고 있는 보복관세를 즉각 철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무역협상 타결이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이르면 오는 10일 합의안이 발표될 것이란 관측이 나와 주목된다.
2일 중국 경제전문 매체 차이징에 따르면 궈수칭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은보감회) 주석은 최근 현지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금융시장 추가 개방을 위한 12개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관련 조치에는 △외자 은행이 중국 은행에 투자할 때 요구됐던 지분제한 상한선을 폐지하고 △외국 은행이 중국에서 법인(100억달러) 또는 분행(200억달러)을 설립할 때 각각 요구됐던 총자산 조건을 없애는 등 내용이 담겨 있다.
차이징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당국이 미국과 무역합의를 앞두고 외국 은행과 보험사의 중국 금융시장 진입 규제를 완화한 것이자 미국 측에 성의를 표시한 것"이라며 "이는 양국 간 합의가 임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중국 금융시장 개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 당국에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사안이다. 은보감회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중국 내 외국 은행의 총자산 비중은 전체 중 1.64%에 불과하다. 외국 보험사의 총자산 비중 또한 6.36%로 무척 낮다. 중국 당국은 미국 측 요구에 따라 올해 초부터 차츰 금융시장 개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측에서 유화 제스처를 보이자 미국도 관세 철회 등 이슈에 대해 일정 부분 양보하려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미국이 무역전쟁 과정에서 20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했던 10% 보복관세를 즉각 철회하는 것에 대해 중국 측과 대략적으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미국은 10% 관세 철회와는 별도로 500억달러어치의 또 다른 중국산 제품에 부과된 25% 관세는 2020년 이후까지 유지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9월 20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 5000여 종을 대상으로 10% 추가 관세를 부과한 바 있으며, 이에 앞서 작년 7월과 8월 총 500억달러어치 중국 제품에 25% 관세를 매긴 바 있다. 미·중 양측은 관세 유지 기간을 두고 의견 차이를 좁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폴리티코는 "(미·중 협상단이 미국 워싱턴DC에서 만나는) 다음주 후반께 합의안이 발표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며 "이는 미·중정상회담이 열리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미·중 양국은 관세 유지 여부 외에도 중국의 보복 금지, 산업보조금 정책 등에 대해 막판 조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중국이 합의를 위반해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중국이 재보복하지 못하게 하는 이행 강제 장치를 마련하려고 한다. 클리트 윌럼스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부위원장은 "중국이 합의한 사안을 어겼을 때 미국은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중국이 이에 대해 보복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중국 당국이 국유기업 등에 산업보조금을 지원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아예 합의문에서 빠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산업보조금에 대한 합의 없이 무역협상을 타결할지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류허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협상단은 오는 8일 워싱턴을 찾아 고위급 무역회담을 이어갈 예정이다. 미국 CNBC는 "중국 대표단이 미국을 방문해 협상이 마무리되는 10일 무역합의안이 발표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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