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 법안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자 바닥에 누워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
22일부터 30일 새벽까지 약 7일 동안 국회에는 비릿한 땀냄새가 진동했다.
선거제 개편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그리고 검경수사권 조정 관련 법률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태우겠다는 여야4당과 이를 결사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은 몸으로 부딪혔다.
'설마 되겠어'로 시작한 패스트트랙 추진은 원내대표단의 합의에 이어 여야 4당이 각 당 입장을 추인하는 데 이르렀다. 한국당은 비상상황을 인지하고 결사항전에 나섰다.
그러나 여야 4당의 추진을 막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패스트트랙은 출발했다. 그 7일의 전쟁을 되짚어봤다.
윤소하 정의당(왼쪽부터), 장병완 민주평화당,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4당원내대표 합의사항을 발표한 후 걸어나오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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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야 4당, 패스트트랙 지정 합의
22일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이 선거제 개편과 공수처 설치법 등의 패스트트랙 지정에 전격 합의했다. 공수처법은 제한적으로 기소권을 부여하는 방안으로 의견을 모았다.
여야 4당 원내대표는 신설되는 공수처에는 기소권을 제외한 수사권과 영장청구권,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법원에 재정신청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 다만 공수처가 수사한 사건 중 판사와 검사, 경찰의 경무관급 이상이 기소 대상에 포함돼 있는 경우에는 공수처에 기소권을 부여하는 등 실질적 견제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여야 4당은 23일 오전 10시 일제히 의원총회를 열어 당내 추인을 받기로 했다. 이후 25일까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서 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완료하기로 했다. 민주당과 평화당, 정의당은 당내 추인에 별 문제가 없어 보였다. 홍 원내대표는 "당내에서 지도부의 동의를 얻었다"고 말했다. 장 원내대표도 "평화당에는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바른미래당은 당내 반대파가 있어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한국당은 여야 4당 패스트트랙 지정 합의에 즉각 반발하며 전면전을 선포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선거제 개편안과 공수처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우는 순간 20대 국회는 없다"고 선언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을 마친뒤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
#2. 바른미래, 패스트트랙 추인…한국당 '철야 농성' 돌입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선거제 개편, 공수처 설치, 검경수사권 조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기로 한 '여야 4당 합의안'을 23일 추인했다.
이에 따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문제는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인 오신환·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의 손에 넘어갔다.
한국당은 이날부터 의원 '전원 동시' 참여 형식으로 철야 농성에 돌입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비상의원총회에서 "목숨을 걸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한 대오, 한 마음, 한 뜻으로 끝까지 이겨내는 투쟁이 시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금 민주당과 청와대는 좌파독재의 길을 떠났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로는) 한국당이 개헌저지선을 확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선거제 개편안 및 공수처 설치법안 등 신속처리안건과 관련해 의장실을 점거하고 항의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호통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
#3. '저혈당쇼크'에 쓰러진 문희상, 성추행 논란까지
한국당 의원들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인 '패스트트랙 반대파'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에 대한 사보임이 관측되자 24일 오전 국회의장실을 찾았다.
국회법 48조에 따르면 특별위원회 위원을 사보임할때 회기중에는 할 수 없다고 돼 있다. 만약 위원이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때는 의장의 허가를 받아 사보임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은재 한국당 의원이 "의장님 사퇴하세요"라고 소리치는 등 한국당 의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문 의장은 "그만하자"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한국당 의원들이 문 의장을 막아서자 경호원들이 문 의장을 보호하기 위해 접근했고 의장실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임이자 한국당 의원이 문 의장을 몸으로 막아내는 과정에서는 성추행 논란도 벌어졌다. 문 의장이 자신을 막아선 임 의원의 두 볼을 두 손으로 감싸쥔 것. 이를 두고 송희경 한국당 의원은 "임 의원이 '이러시면 성희롱'이라고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문 의장은 거침없이 또 임 의원의 얼굴을 양손으로 만진 뒤 급하게 의장실을 빠져나갔다"고 주장했다.
반면 문 의장측은 "밀치고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한국당 의원들이) 만들어 놓고 이렇게 하는 건 일종의 자해공갈"이라며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25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바른미래당 간사인 오신환 의원의 사보임(상임위·특위 의원 교체)을 허가해 이에 반대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다음 간사인 채이배 의원실을 점거하자 채이배 의원이 창문을 통해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
#4. '공수처 반대표' 오신환, '사보임 결단' 김관영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은 25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등 유명인사가 됐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 사개특위에서 패스트트랙 반대파인 오 의원을 빼고 채이배 의원을 넣는 사보임을 강행하면서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에는 사개특위 위원이던 권은희 의원을 임재훈 의원으로 또다시 전격 사보임했다.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신속 추진을 위해 당 소속 오신환·권은희 의원을 하루 만에 모두 교체했다. 국회 의사과에 사보임 신청서는 팩스로 넣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패스트트랙 반대파 의원들이 의사과를 막아섰기 때문이다.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바른미래당 오신환 사개특위 위원에 대한 사보임계 접수를 막기 위해 의안과를 점거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
#5. 2·4·7 국회 점거
사보임이 25일 현실화되자 패스트트랙에 반대하는 바른정당계 바른미래당 의원들과 한국당 의원들은 국회 본청 4층 정개특위 회의실, 2층 사개특위 회의장, 3층 운영위원회 회의실, 7층 의안과·의사과 사무실 등을 봉쇄했다.
국회 의원회관 6층 채 의원 사무실도 봉쇄해 채 의원을 사실상 5시간 이상 감금했다. 채 의원의 사개특위 회의 참가를 막기 위해서였는데 경찰에 신고까지 했던 채 의원이 오후 3시16분쯤 탈출에 성공하면서 실패로 끝났다.
오후에는 국회 곳곳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한국당 의원들이 여야 4당의 법안 제출을 막기 위해 국회 본청 7층의 의안과 앞을 막아서고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회의장 등을 점거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에서 방호과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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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33년만의 경호권 발동
이날 저녁 6시 이후 국회 본청 7층 의안과 앞에서 여야 대치가 격화되자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은 문 의장의 재가를 받아 경호권을 발동했다. 국회 경호권은 지난 1986년 이후 33년만으로 국회 출범 이후 6번째다.
한국당 의원과 보좌진들은 국회 경위 및 방호원 등 경호팀과 국회 곳곳에서 수차례 충돌했다. 몸싸움이 난무했다. 욕설과 고함, 비명이 오갔다. 최연혜 한국당 의원은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호권 발동을 저지한 한국당 의원들과 보좌진들은 "이겼다, 막았다"는 구호를 외치면서 애국가를 불렀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치·사법개혁 특별위원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운영위원회 회의장을 봉쇄하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
#7. 25~26일 밤샘 공방전...성과는 없어
사개특위는 고작 25분 회의가 열렸고 정개특위는 회의 자체가 열리지 못하면서 패스트트랙 법안은 발목이 잡혔다.
국회는 25일 오후 9시 사개특위 전체회의를, 오후 9시30분 정개특위 전체회의를 각각 소집했다. 하지만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내 패스트트랙 반대파 의원들, 보좌진 등이 육탄방어에 나서 회의가 열리지 못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25일 밤 11시40분 이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26일 오전 0시를 기점으로 또 다시 진격투쟁과 방어전이 펼쳐졌고 국회 본청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26일 오전 1시35분까지 패스트트랙 반대파의 방어선은 뚫리지 않았다.
이상민 사개특위원장은 예정됐던 특별위원회 회의실(국회 본청 220호)에 세 차례 입장하려 했으나 자유한국당 의원과 당직자들에 저지당했다. 이후 새벽 2시48분부터 25분간 개의한 후 새벽 3시23분 정회했다.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장(국회 본청 406호)으로 장소를 옮겨 회의를 연 것이다.
#8. 문희상 국회의장, 서울대병원으로 긴급 이송
24일 저혈당쇼크 증세로 여의도성모병원에서 입원 치료중이던 문희상 국회의장이 26일 오전10시 서울대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국회 대변인실은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이같은 내용의 문자를 전송했다.
국회 관계자는 "성모병원에서 지금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을 해 서울대병원으로 이송을 했다"며 "정확한 병명이나 이런건 현재로선 비공개"라고 밝혔다.
#9. 국회사무처에 숨겨진 '전자입법'에 어안이 벙벙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 지정에 합의한 검경수사권 조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안이 모두 국회 의안과에 26일 저녁 제출됐다.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26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내용이 담긴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전자 입법발의 시스템을 통해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등 11명이 공동 발의했다. 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은 백혜련 의원 등 12명이 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을 지키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
#10. 다시 열린 사개특위, 1시간만에 산회…26일 패스트트랙 무산
마침내 26일 밤 국회 사개특위가 열렸으나 1시간만에 성과 없이 끝났다.
이상민 사개특위 위원장은 26일 밤 9시17분쯤 국회 본청 506호에서 사개특위 개의를 선언했다. 이 위원장을 포함해 표창원, 백혜련, 박범계, 송기헌, 이종걸, 박주민, 안호영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8명과 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이 참석했다. 자유한국당에선 윤한홍, 곽상도, 윤상직, 이장우, 이철규, 정태옥, 정종섭 의원 등 7명이 자리했다.
공수처 설치안 등의 패스트트랙 지정 무산은 일찌감치 예고됐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회의에 불참하면서다. 임재훈 의원도 회의 중간 자리를 떴다.
사개특위는 재적위원 18명 중 5분의 3(11명) 이상 찬성으로 해당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릴 수 있다. 사개특위 소속 민주당·바른미래당·평화당 의원 11명이 모두 회의에 참석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극렬한 논쟁 중 사개특위 위원을 이어 받은 임재훈 의원은 자리를 떴다. 임 의원은 “오늘 회의에 상당한 기대감을 가지고 왔으나 거대 양당의 충돌과 대립, 갈등을 보면서 원만한 회의 진행은 못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며 “제가 이렇게 논란이 되는 것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하며 이석하겠다”고 했다.
박지원 의원도 회의 중 페이스북을 통해 "사개특위 회의장에 진입하려고 했으나 한국당 의원들이 회의장 입구에 누워 '독재타도', '문재인 독재자'를 연호하며 입장을 저지해 집으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참석자들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의 국정운영 규탄 2차 장외집회’를 마치고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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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주말 맞아 소강상태 '패스트트랙 정국'…몸싸움 대신 '맞고소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27일 광화문 광장에 나섰다. 나 원내대표는 "말도 안 되는 의회 쿠데타와 의회 폭거로 인한 패스트트랙을 막아낼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건국세력을 모두 부정하는 그들을 심판해달라"고 강조했다.
28일에는 여야 지도부 간 맞불 고발에 이어 민주당은 지난 26일 1차 고발에 이어 추가 고발을 예고했고, 한국당은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엄포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신속처리법안이 통과될 때까지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회의질서유지를 방해하는 국회의원이든 보좌관이든 당직자든 예외 없이 고발하겠다"고 경고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불법에 저항하기 위해 단순 연좌시위를 했다. 분명히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한국당 의원 전원이 고발된다고 해도,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한국당도 지난 27일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등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며 맞불을 놨다.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공동상해) 등의 혐의다. 홍 원내대표가 한국당 의원과 당직자를 상대로 폭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
#12. 패스트트랙 '공수처' 막판 조정, 마지막 승부 임박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29일 공수처 법 등을 패스트트랙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생긴 내홍을 수습하기 위해 여야4당 합의안과 별개의 법안을 추가 발의하는 '역제안'을 내놨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사개특위에서) 사임된 두 분(오신환·권은희 의원)과 충분한 논의를 통해 여야4당 합의사항 이외의 내용을 담기로 했다"고 밝혔다. 새로 보임된 임재훈·채이배 의원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 대표발의로 제출하겠다고 밝힌 공수처 법안은 여야 4당 안보다 기소 요건을 엄격히 한 게 특징이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중시하는 입장을 반영해, 공수처에 일부 기소권을 부여하되 별도의 심사위원회를 둬 기소권 남용을 막겠다는 취지다.
민주당은 검토 끝에 바른미래당의 제안을 수용해 이날 중으로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기로 결론을 내리면서 패스트트랙 추진이 급물살을 탔다. 바른미래당의 제안에 처음에는 반대의사를 밝힌 민주평화당도 이날 저녁 9시부터 약 한시간여 회의 끝에 패스트트랙 지정에 동참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29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부 회의장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
#13. 29일 밤 10시 '결전의 날'…패스트트랙 열차 출발
정개특위와 사개특위가 29일 밤 10시 전체회의를 열고 공직선거법, 공수처 설치 및 운영법안, 검경수사권 조정법안 등의 패스트트랙 지정 재시도에 나섰다.
회의가 예고된 본관 220호 앞엔 자유한국당이 국회 점거 농성을 재개했다.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대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 자리에서 긴급 의총을 열고 결사 저지 의지를 확인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오늘 한국당 의원들은 끝까지 의지를 보여주시기 바란다"며 "저희는 헌법가치가 부정되면 안 되기때문에 선거법과 공수처 막으려 한다"며 의원들을 독려했다.
사개특위는 오후 10시52분쯤 당초 예정했던 국회 본청 220호 특위 회의실 대신 문체위로 회의실을 옮겨 회의를 열었다. 한국당 의원들이 220호 앞을 점거하고 여야 4당 의원들의 진입을 막으려 준비했기 때문이다.
여야 4당은 '교란 작전'을 펴 회의장을 옮기는 데 성공했다. 오후 10시20분쯤 이 위원장이 먼저 문체위 회의장에 입성한 후 질서유지권을 발동하고 회의장 변경을 공지해 한국당 위원들이 입장할 수 있도록 했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특위 위원들이 10시30분쯤 회의장에 입장했다. 뒤늦게 회의장 변경 소문을 들은 나경원 원내대표 등 추경호·정양석·이철규·황영철·윤한홍 등 한국당 의원들과 오신환·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한 발 늦게 회의장 입구에 도착해 항의했다. 의결이 시작되자 나 원내대표 등 한국당 의원들은 회의장 앞 복도에 드러누워 항의 시위를 했다.
29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 회의실에서 열린 정치개혁특위 회의 개의에 앞서 자유한국당 장제원 간사(오른쪽)가 심상정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은 이날 10시 50분쯤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장에서 정개특위 개의를 선언했다. 이어 1시간여 회의를 거쳐 다음날인 30일 새벽 0시20분쯤 무기명 투표를 시작했다. 무기명 투표에서 12명의 찬성으로 선거제 개편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이날 회의는 심 위원장이 여·야 4당 합의에 따라 이달 24일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나경원 자유한국당, 김관영 바른미래당, 장병완 민주평화당, 윤소하 정의당 등 5당 원내대표가 지난해 12월 선거제 개편 검토에 합의한 지 4개월여만이다.
심 위원장은 회의 종료를 위한 의사봉을 두드리며 "개혁의 망치"며 "증오의 정치를 뚫고 죽어가는 정치를 되살리라는 희망의 망치"라고 밝혔다. 이어 "선거제 개혁은 미션 임파서블이라며 모두가 안될 것이라고 했다"며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것은 신의 영역이나, 가능한 길에서 최선의 책임을 다하는 것은 정치인의 소명"이라고 말했다.
강주헌 기자 z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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