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사법제도 개편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위해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이상민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사진=이동훈 기자 |
시작은 비장했지만 결과는 싱거웠다. 한국당 의원들이 회의장 입구를 점거하며 지연 전략을 썼지만 순식간에 회의장을 변경하면서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는 개의 63분만에,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100여분 만에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마쳤다.
29일 더불어민주당은 선거제 개편·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검경수사권 조정 등 안건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한 전체회의 직전 의원총회를 열고 "오늘, 4월29일은 매우 중요한 날이 될 듯 하다"고 분위기를 잡았다.
의원총회장인 예결위원장에 속속 도착한 의원들도 기자들과 만나 "오늘은 끝내야지", "진짜 할거야", "오늘 안넘긴다"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29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부 회의장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
막판까지 여야 협상을 벌인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의원님 거의 전원이 참석했다"며 "오늘은 한국 정치사에 굉장히 중요한 날로 기록될 것 같다"고 운을 뗐다.
홍 원내대표는 "야당과 협상하면서 느낀 점은 '아, 이래서 공수처법과 선거법이 10년, 20년간 한 걸음도 나갈 수 없었구나'였다"며 "김학의·장자연·버닝썬 사태 등을 보며 국민들이 권력기관 개혁이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공수처 설치는 국민의 명령이라고 생각한다"고 패스트트랙 지정 의지를 밝혔다.
여야 4당의 '작전'은 회의실 바꾸기였다. 자유한국당은 25일 여야 4당의 회의 개의 시도가 시작된 직후부터 회의장소로 예상되는 국회 본청 곳곳을 점거했다. 민주당 등은 정면돌파를 시도하다 번번이 막혔다. 국회 곳곳에서 몸싸움이 벌어졌고 33년 만에 국회의장의 경호권이 발동하기도 했다.
29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부 회의장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이 투표를 하고 있다./사진=이동훈 기자 |
충돌은 고발전으로도 이어졌다. 민주당은 한국당 의원 29명을 국회 회의 방해(국회법 제165조, 166조), 특수 공무집행 방해(형법 제 136조, 141조) 혐의로 고발했다. 한국당은 민주당 의원 15명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공동상해) 등 혐의로 고발하고, 문희상 국회의장과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직권남용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주말동안 '숨고르기'를 한 여야4당은 29일 우회로를 택했다.
사개특위는 이날 밤 10시 국회 본청 220호실로 회의소집을 한 뒤 5층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장에 집결했다. 정개특위는 본청 446호실(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로 예고한 뒤 3층 운영위원회 회의장에서 개의했다.
뒤늦게 바뀐 회의장으로 진입한 한국당 의원들이 "원천 무효"를 외치며 회의를 지연시키려 했지만 이상민 사개특위원장과 심상정 정개특위원장은 각각 의사진행 발언 기회를 1시간가량 준 뒤 무기명 투표를 진행했다. 결과는 예상대로 사개특위과 정개특위 모두 의결정족수 5분의3을 만족시키며 패스트트랙 지정을 완료했다.
이상민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 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
김하늬 , 백지수 , 이원광 , 강주헌 기자 hon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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