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사법제도 개편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위해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이상민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가 29일 밤, 자정을 약 6분 남기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운영 법안과 검·경수사권 조정법안(형사소송법 개정안·검찰청법 개정안)을 패스스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 완료했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도 날짜를 넘겨 30일 새벽 선거제 개편안 패스트트랙 지정 의결을 마쳤다.
사개특위는 이날 오후 11시54분쯤 국회 본청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을 빌려 전체회의를 열고 여야 4당(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사개특위 위원 11명의 무기명 투표를 거쳐 패스트트랙 지정 의결을 완료했다.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된 법안들은 총 4건이다. 여야 4당이 합의 하에 만든 공수처 법안(백헤련 의원안)과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이 기소심사위원회를 두자고 제안한 공수처 법안(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 법안), 여야 4당의 검·경수사권 조정법안 2건(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발의 형사소송법 개정안·백혜련 의원 발의 검찰청법 개정안) 등이다.
이상민 사개특위 위원장을 비롯해 백혜련·박범계·이종걸·송기헌·안호영·박주민·표창원(이상 민주당)·채이배·임재훈(이상 바른미래당)·박지원(민주평화당) 의원 등이 투표에 참여했다. 자유한국당 사개특위 위원들은 패스트트랙 무기명 투표 개시를 막으며 질서유지권을 선포한 이 위원장에게 "원천 무효"라며 항의했다. 이들은 결국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 위원장은 의결 후 산회를 선포하고 기자들을 만나 "국회법에 따라 정해진 요건에 따라 위원장이 해야 할 책무와 권한이 있기 때문에 패스트트랙 지정 건을 처리했다"며 "이제 남은 것은 이에 대한 치열한 논의를 해서 바람직한 사법 개혁안과 검찰 개혁안, 공수처 제도를 위해 회의해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사개특위 회의를 열심히 하면 특위 활동 기한인 6월 이내에 합의안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며 "(한국당과도) 같이 또 협의하고 우려하는 부분이 있다면 해소하고 좀 더 합리적인 안이 있다면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의결에 앞선 제안설명에서 여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공수처 설치에는 국민 80%가 찬성하고 있고 검경수사권 조정에는 여야 모든 정당들이 국민께 공약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 의원은 이어 "국민적 공감대 속에서 사개특위 검찰·경찰개혁소위원회가 일곱 차례나 심도 깊은 법안심사를 했음에도 결국 합의 처리에 이르지 못한 점에 여당 간사로서 국민들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사개특위는 오후 10시52분쯤 당초 예정했던 국회 본청 220호 특위 회의실 대신 문체위로 회의실을 옮겨 회의를 열었다. 한국당 의원들이 220호 앞을 점거하고 여야 4당 의원들의 진입을 막으려 준비했기 때문이다. 여야 4당은 '교란 작전'을 펴 회의장을 옮기는 데 성공했다. 오후 10시20분쯤 이 위원장이 먼저 문체위 회의장에 입성한 후 질서유지권을 발동하고 회의장 변경을 공지해 한국당 위원들이 입장할 수 있도록 했다.
뒤늦게 회의장 변경 소문을 들은 나경원 원내대표 등 한국당 의원들이 몰려와 항의했다. 이들은 회의장 안에 진입해서도 "원천 무효" 구호를 외쳤다. 이 위원장이 질서유지권을 발동해 국회법에 따라 제지와 처벌을 가할 수 있다고 알렸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항의를 이어갔다. 의결이 시작되자 나 원내대표 등 한국당 의원들은 회의장 앞 복도에 드러누워 항의 시위를 했다.
29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 회의실에서 열린 정치개혁특위 회의 개의에 앞서 자유한국당 장제원 간사(오른쪽)가 심상정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
정개특위도 한국당 반대 속에 의결에 성공했다.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은 29일 밤 10시50분쯤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장에서 정개특위 개의를 선언한 후 30일 오전 0시20분쯤 무기명 투표를 시작했다. 정개특위 의결정족수인 12명 찬성으로 선거제 개편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정개특위도 당초 공지됐던 본청 445호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 대신 운영위 회의장을 빌려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김종민, 기동민, 김상희, 박병석, 박완주, 원혜영, 이철희, 최인호 등 민주당 의원들이 참석했다. 한국당에선 장제원, 김재원, 이종구, 임이자, 정유섭, 최교일 등이 자리했다. 김성식, 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과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도 참석했다.
이번 개정안은 △국회의원 정수 지역구 225명·비례대표 75명으로 조정 △준 연동형 비례대표 선거제 도입 △권역별 비례대표 명부 작성과 석폐율제 도입 △비례대표 추천 절차 법정화 △선거연령 18세 하향 조정 등을 담았다.
개정안에 따르면 현재 지역구 의석(253석)은 225석으로 28석이 준다. 그만큼 비례대표 의석이 늘어난다. 국민들은 과거 총선과 동일하게 1인당 2표(지역구와 정당)를 행사하게 된다.
준연동형 선거제도는 초과 의석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국 단위 정당득표율로 연동률 50%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투표가 끝나면 정당득표율을 기준으로 300석을 배분한 다음 할당받은 의석수에서 지역구 당선 의석수를 제외한다. 남은 숫자의 절반을 50% 연동률 적용 의석수로 확정한다. 정당별 최종 비례대표 의석의 경우 권역별 득표율을 기준으로 배분한다.
석패율제도도 도입된다. 당의 험지에 출마했다가 아쉽게 낙선한 지역구 후보자를 비례대표로 구하는 방식이다. 여·야 4당은 권역별로 지역구에서 30% 이상을 획득한 정당의 경우 석패율제를 적용할 수 없도록 합의했다. 각 권역별 석패율 당선자는 2인 이내로 규정했다.
심 위원장은 회의 종료를 위한 의사봉을 두드리며 "개혁의 망치"며 "증오의 정치를 뚫고 죽어가는 정치를 되살리라는 희망의 망치"라고 밝혔다. 이어 "선거제 개혁은 미션 임파서블이라며 모두가 안될 것이라고 했다"며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것은 신의 영역이나, 가능한 길에서 최선의 책임을 다하는 것은 정치인의 소명"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심 위원장은 "선거 일정을 고려해서 연내 최종 처리되도록 여야 의원님들과 함께 노력하겠다"며 "한국당 의원들도 선거제 개편 논의에 적극 참여해달라"고 당부했다.
백지수 , 이원광 , 김하늬 , 강주헌 기자 100js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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