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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국회와 패스트트랙

한국당 육탄 저지 속 사개특위 ‘패스트트랙’ 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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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사상 첫 ‘전자 시스템 발의’

한국당 의안과 농성 풀어

공수처법·수사권 조정안 상정

정개특위는 한국당 농성에 막혀

문희상 의장 증상 악화

서울대병원 긴급 이송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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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건 여당이든 야당이든 매한가지였다. 26일 새벽까지 ‘육탄 공방’을 벌인 여야는 날이 밝은 뒤에도 긴장 속 대치 상태를 이어갔다. 국회 본청 7층 의안과에서 자유한국당의 ‘육탄 저지’에 막혔던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 접수가 만 하루 만인 26일 오후 국회 전자 입법발의시스템을 통해 성사돼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지정 첫 단계를 넘어섰다. 하지만 한국당의 회의장 봉쇄로 교착상태를 이어가다 저녁 8시 넘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이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개의했지만, 한국당의 저지를 예상한 일부 위원의 불참으로 패스트트랙 지정은 성사되지 못했다.

■ 수사권 조정 법안 발의엔 성공했지만

이날 오후 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은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발의에 성공했다. 전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은 팩스로 의안과에 접수했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한국당의 제지로 접수가 막혀 발의에 실패하자 전자 입법발의시스템으로 우회해 의안과에 접수한 것이다.

민주당은 애초 의안과에 제출이 어려워지자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직접 법안을 제출하는 방법까지 고려했으나, 이날 오전 입원 중이던 문 의장의 증상이 악화돼 서울대병원으로 긴급 이송되자 직접 제출 대신 전자 발의시스템을 통한 우회 접수를 선택했다. 이에 따라 1박2일 동안 진행됐던 자유한국당의 ‘의안과 봉쇄’는 자연스럽게 해제됐다.

발의에 성공한 민주당 등은 저녁 8시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동시 개의를 시도했다. 전날까지 ‘인간띠’를 만들어 물리력으로 밀어내던 한국당은 민주당의 고발 조치를 의식한 듯 ‘드러눕기 전략’으로 정개특위 위원들의 입장을 제지했다. 이에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과 이상민 사개특위 위원장은 질서위반 행위를 제지하도록 하는 질서유지권을 발동했다.

밤 9시20분께 국회 445호실에서는 민주당·민주평화당·정의당 위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사개특위가 열려 공수처 설치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상정했다. 회의실 앞에는 한국당 의원들이 4~5명씩 줄지어 앉아 연좌농성을 벌였다.

하지만 바른미래당 내부 상황이 유동적이어서 패스트트랙 지정이 바로 성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관영 원내대표가 의원들을 상대로 패스트트랙 내부 설득 작업을 벌이는 가운데, 민주당은 소속 의원들에게 ‘주말 비상대기’를 요청했다. 이철희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후 소집한 의원총회에서 “부득이하게 비상대기해야 할 것 같다. 토요일과 일요일 반나절씩 4개 조를 편성해서 2층 예결위원회 회의장에서 비상대기하겠다”고 밝혔다.

■ 새벽 회군’ 뒤에도 민주-한국 ‘비상 대기령’

앞서 패스트트랙 지정을 둘러싸고 25일부터 시작된 여야 대치는 26일 새벽 4시까지 계속됐다. 민주당은 여러차례 충돌 끝에 회의장을 기습 변경해 사개특위를 여는 데 성공했지만, 자유한국당의 반발로 ‘절반의 성공’에 그쳐야 했다. 민주당은 이날 패스트트랙 지정을 다시 한번 시도했지만, 사개특위 위원 사보임(교체)을 둘러싸고 바른미래당이 또 한번 내홍에 휘말리면서 주말까지 이어질지 모를 ‘장기전’에 대비했다.

이날 새벽 2시40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에서 사개특위 전체회의가 ‘기습 개의’됐다. 특위 회의장 진입이 막히자 법사위 회의실로 회의 장소를 바꾼 것이다. 하지만 회의에는 이상민 위원장과 박범계·박주민·백혜련·송기헌·표창원 의원 등 민주당 소속 6명만 참석했다. 뒤늦게 회의장에 들이닥친 한국당 의원들은 “성원도 안 되는데 새벽에 쇼를 그만하라”(김태흠 의원)고 소리쳤다.

결국 새벽 3시50분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는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상황 종료’를 알렸다. 이 대표는 “원내대표와 협의해 더는 불상사가 있어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저희가 철수했다”고 말했다.

■ “선진화법 위반” 나경원 등 고발

‘휴전’은 오래가지 않았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아침 8시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해 “민주당이 패스트트랙을 철회하지 않으면, 오늘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수단을 통해서 온몸으로 저항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당 의원 보좌진들에게는 “위험한 상황이다. 보좌진들은 회관을 비우고 지금 전원 의안과가 있는 본청 701호로 집결해 달라”는 긴급 메시지가 발송됐다. 비슷한 시각 민주당도 보좌진들에게 “의원들은 국회 내 대기하기로 결의했고, 보좌진들은 별도 전략이 나오기까지 움직이지 않기로 한 만큼 회관에 머물러 달라”고 ‘비상대기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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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적 충돌은 잦아들었지만, 양당의 공방은 계속됐다. 민주당은 오후 3시 나 원내대표를 포함해 강효상·이만희·곽상도 등 한국당 의원 18명과 보좌진 2명이 국회선진화법을 위반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한국당도 “민주당 관계자에 대한 고발을 준비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이날 물리적 충돌이 이뤄지지 않았던 데는 ‘바른미래당 변수’가 크게 작용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전날 오신환 위원에 이어 권은희 위원까지 사개특위에서 빼 당내 반발이 격화됐다. 패스트트랙 지정에 동의했던 의원들 일부마저 원내지도부에 비판적으로 돌아서자 김 원내대표는 “사법개혁 의지를 가지고 일해온 두 분의 마음에 상처를 드려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이다. 다른 의원들에게도 마음의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 원내대표로서 죄송한 마음”이라며 ”잠시 성찰과 숙고의 시간을 갖겠다”는 글을 의원 카톡방에 올렸다.

이날 오후 5시께 의원총회가 열렸지만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대해온 바른정당계 의원 9명만 참석했다. 이들은 “김 원내대표가 당내 상황에 대해 사과한 만큼, 강제 사보임에 반대한 의원 13명의 뜻을 모아 순리적으로 결자해지를 요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영지 김미나 장나래 이지혜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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