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대표 신청 불허 없다는 점 고려한듯
-한국ㆍ바른미래 반대파 분노 극 달해
문희상 국회의장(가운데)이 지난 24일 오전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문제로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피해 이동하다 김명연 의원 등에게 막히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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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25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의 사보임 신청을 허가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사개특위 위원을 오 의원에서 채이배 의원으로 바꾸는 내용의 사보임 신청서를 팩스로 국회에 제출했다. 병원에 입원 중인 문 의장이 이를 보고 허가 결정을 내렸다.
문 의장은 앞서 국회 법과 국회 관례에 따라 사보임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했다. 이에 교섭단체 원내대표의 소속 의원 사보임 신청을 불허한 일이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영표(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지난 24일 오후 문희상 국회의장의 병문안을 위해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을 찾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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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의장은 전날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항의 방문에 충격을 받아 병상에서 사보임 신청을 결재했다. 당분간 건강 상태를 보며 병원에 머무를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분위기다. 유승민 전 대표 등 바른미래당내 반대파는 전날에 이어 이날까지 의사국에서 농성을 진행했다. 오 의원이 패스트트랙에 반대표를 던지는 일을 막기 위해 사보임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말을 따른 것이다. 반대 뜻을 표명하는 데 넘어 집단행동을 한 셈이다. 당내 패스트트랙 반대파 내지 유보파는 이날 오전 기준 13명이다. 전날 정병국ㆍ유승민ㆍ이혜훈ㆍ오신환ㆍ유의동ㆍ하태경ㆍ정운천ㆍ지상욱ㆍ김중로ㆍ이태규 의원이 긴급 의원총회 개최에 이름을 쓴 데 이어 국민의당계의 김삼화ㆍ신용현ㆍ이동섭 의원도 서명했다.
앞서 바른미래는 지난 23일 의원총회를 열고 패스트트랙에 대한 의견을 모았다. 이후 찬성 12표, 반대 11표로 가까스로 과반을 넘긴 후 당론 아닌 ‘당의 입장’으로 추인했다. 의사 결정 과정에서 일부 찬성파가 돌아서 사실상 반대파가 과반이 됐는데 사보임을 강행한 셈이 됐다. 하태경 의원은 문 의장의 결재가 있기 전 “패스트트랙에 찬성하는 숫자 이상인 13명이 사보임에 반대 중으로, (김 원내대표는)오 의원의 사보임 의사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에 대한 ‘진실 공방’, 국회 법에 따른 ‘원칙 공방’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가운데) 등 의원들이 25일 오전 국회 의사과에서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간사인 오신환 의원 사보임계가 팩스로 접수된 것을 확인한 뒤 입원 중인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향하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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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전 대표 등 반대파는 “김 원내대표가 오 의원의 사보임을 하지 않겠다고 거듭 약속했다”며 “하루만에 말을 바꾼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국회법 48조 6항 ‘임시회는 회기 중 상임위원을 사보임할 수 없다’는 내용으로 사보임이 위법이란 입장도 고수 중이다. 지상욱 의원은 의사국에서 “(김 원내대표가 약속한다는 말을)수첩 메모로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썼다”며 “회의록을 공개하고 사실과 다르면 나를 고발하라”고 했다.
반면 김 원내대표 등 찬성파는 공방의 가치가 없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무엇보다 사보임계를 내지 않겠다고 말한 바가 없다고 했다. 그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 연달아 출연해 “오 의원의 사보임계를 내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없다”며 “다만 유의동ㆍ하태경 의원이 소리를 지르면서 (저에게)약속하라고 소리쳤고, 저는 이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총 녹취록이 있다”며 “공개할 용의도 있다”고도 언급했다.
김 원내대표는 또 임시회 중 사보임은 계속 있어왔고, 자신이 패스트트랙을 추진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당이 어렵게 민주적 절차로 (패스트트랙을)합의 추인했다”며 “오 의원에 대한 사보임 신청도 제 권한이며, 저는 어렵게 추인한 의사를 집행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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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자유한국당도 패스트트랙을 막기 위한 집단행동을 이어갈 전망이다.
한국당은 전날에 이어 이날 오전에도 국회 로텐더홀 농성을 벌였다. 한국당은 로텐더홀에서 비상의원총회를 열고 패스트트랙 저지 대책을 논의했다.
국회 본청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 등도 점거중이다. 행안위 회의실은 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할 국회 정개특위(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회의실로 쓰는 공간이다. 이에 더해 정개특위와 사개특위가 열릴 수 있는 회의장 3곳도 점거한 상황이다.
한국당 소속의 이주영 국회 부의장은 “문 의장이 중차대한 일을 아무 의견수렴 없이 결재한 것, 대단히 잘못된 일”이라며 “문 의장의 정치인생에 큰 오점을 남겼다”고 지적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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