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계, 국회 의사과 점거…당지도부, 결국 '팩스제출' 선택
통상적으로 각 정당은 사보임 신청서를 제출할 때 국회 의사과로 직접 사람을 보내는 '인편 제출' 방식을 택해 왔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 지도부가 이처럼 팩스 제출을 택한 것은 당내 바른정당계에 의해 인편 제출의 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유승민·이혜훈·오신환·유의동·지상욱·하태경 의원 등은 전날 오후부터 국회 사법개혁특위 위원을 오신환 의원에서 채이배 의원으로 사보임한다는 당 지도부의 방침에 반발, 신청서가 접수되는 국회 의사과를 점거했다.
실제로 전날 당 관계자가 국회 의사과에 사보임 신청서를 제출하러 왔다가 유의동 의원에 막혀 발길을 돌리는 일도 발생했다.
또 당사자인 오 의원은 현장에서 "김 원내대표가 어떤 의도로 당을 분탕질하고 있는 것인지,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강력하게 반발하며 사보임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들 바른정당계 의원은 전날 오후 5시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 약 3시간 30분 동안 의사과에서 사보임 신청서 제출을 막았고, 이날 오전에도 8시 30분부터 의사과에 집결했다.
물리적으로 사보임 신청서를 제출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던 셈이다.
결국 김관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인편 제출 대신 팩스 제출이라는 우회로를 선택했다.
사보임을 막으려는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의 집단행동에 사보임을 관철하려는 당 지도부가 '007 작전'과 같은 은밀한 방식을 택한 모양새다.
사보임 신청서 제출은 '인편이나 정보통신망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국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 원내대표는 사보임 요청 사유서에서 "교섭단체의 상임위 운영을 고려해 오신환 의원을 사임시키고 채이배 의원으로 보임하고자 하니 재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기재했다.
바른미래당의 '팩스 제출'은 비단 오 의원의 사보임 문제뿐 아니라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대한 당내 이견이 전혀 해소되지 않았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로 인해 바른미래당의 내분이 격화하면서 사실상 분당 수순으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문희상 국회의장은 오 의원의 사보임 신청서가 팩스로 제출된지 약 1시간 30분만에 이를 허가했다.
의사과에 모인 바른미래당 의원들 |
jesus786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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