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처리와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직 사·보임 논란으로 국회가 대혼란에 빠졌다. 24일 한국당 여성위원회가 국회 정론관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임이자 의원을 성추행했다고 기자회견을 갖는 모습(위)과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 등 패스트트랙 반대파 의원들이 국회 의사과 앞에서 얘기를 나누는 모습(아래). /국회=이원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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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약속한 25일도 충돌 예상…긴장 최고조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24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위원인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 사·보임을 놓고 국회가 대혼란에 빠졌다. 바른미래당의 사·보임 움직임에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단체로 문희상 국회의장을 항의 방문했고, 그 과정에서 문 의장과 한국당 임이자 의원 간에 성추행 공방이 벌어졌다. 또, 유승민 전 대표 등 바른미래당 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반대파는 당 지도부의 사·보임계 제출을 막기 위해 국회 의사과에서 방어전을 펼쳤다.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의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포함된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처리 합의로 인해 이미 긴장 상태였던 국회에 기름을 부은 건 오 의원이었다. 오 의원은 이날 오전 SNS를 통해 "저는 당의 분열을 막고 저의 소신을 지키기 위해 사개특위 위원으로서 여야 4당이 합의한 공수처 설치안의 신속처리안건 지정안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전날 패스트트랙 처리 추인을 위해 모인 바른미래당 의원총회에선 찬성 의견과 반대 의견이 팽팽히 갈렸다. 표결 결과 23명 중 12명 찬성하고 11명 반대하면서 결국 패스트트랙 처리는 추인됐다. 그런데 반대 입장이었던 오 의원이 사개특위 위원인 자신은 패스트트랙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힌 것이다. 선거법과 공수처법이 패스트트랙에 태워지려면 사개특위 위원 18명 중 11명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오 의원 1명만 반대해도 민주당 8표, 민주평화당 1표, 바른미래당 1표 등 총 10표로 처리가 무산되기 때문이다.
이에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사개특위 위원에서 오 의원을 사·보임(교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손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오늘 아침 발표를 보면서 오 의원이 '나는 반대표를 던질테니 사·보임 요청해주십시오'라고 한 것으로 보인다"며 "원내대표가 4당 합의문을 어렵게 만들고 의총에서 아주 어려운 과정 통해 추인받았는데 헌신짝처럼 내버릴순 없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도 "의총에서 합의안이 추인됐고, 그 결과에 따라서 다소 본인 소신과 다르더라도 내용에 따르는 게 당내 소속의원들의 도리라고 생각"이라고 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24일 자유한국당의 항의 방문 후 나가려던 찰라 임이자 의원을 성추행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24일 한국당 의원들에 둘러싸인 문 의장.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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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공방'으로 번진 한국당의 文의장 항의 방문
문 의장이 의장실을 빠져나가려 하자 한국당 의원들이 막아섰다. 특히 임이자 의원이 두 팔로 문 의장을 막아서면서 두 사람 간에 충돌이 있었고, 임 의원이 "만지시면 성추행"이라고 말하자 문 의장은 임 의원의 뺨에 손을 갖다 대며 "이렇게 하면 성추행이냐"고 말했다. 긴 대치 끝에 문 의장은 피신하듯 의장실에서 빠져나갔다.
이후 문 의장은 병원으로 이동했다. 박수현 의장 비서실장은 "충격이 심해서 저혈당 쇼크가 왔다"고 전했다. 국회는 공식 입장을 통해 "한국당 의원들이 의장 집무실에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와 문 의장에게 고성을 지르고 겁박을 자행한 것은 있을 수 없는 폭거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는 국회 수장에 대한 심각한 결례이자 국회법과 절차를 무시하고 완력으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행태로 의회주의를 부정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의장실에서 나가려하는 것을 임이자 의원이 막으며 "만지면 성추행"이라고 말하자 문 의장이 임 의원 뺨에 손을 갖다대며 "이러면 성추행이냐"고 따지고 있다. /뉴시스(송희경 의원실 제공) |
한국당은 문 의장이 임 의원을 성추행했다고 주장했다. 한국당 여성위원회는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문 의장은 자리를 피하는 과정에서 임이자 의원의 복부 부분을 두 손으로 접촉했으며 임이자가 '이러면 성희롱이다'라고 강력히 항의하자 이렇게 하면 되겠느냐며 두 손으로 볼을 쓸어 만졌다"고 했다. 한국당에 따르면 임 의원 역시 쇼크로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른미래당내 패스트트랙 반대파 의원들이 국회 의사과에서 사·보임 신청서 접수를 막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이원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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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과 방어전' 펼친 바른정당 출신들… 유승민도 "손학규·김관영 퇴진"
유의동·지상욱·이혜훈·하태경 등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은 이날 오후 국회 의사과를 급히 찾았다. 당이 오 의원에 대한 사·보임계를 제출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뒤이어 유승민 전 대표도 도착했다.
아직 의사과에 사·보임계가 제출되지 않은 것을 확인한 뒤 유 전 대표는 취재진을 만나 "손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퇴진을 요구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말을 아껴왔던 유 전 대표는 "(전날 의원총회에서) 결과가 나오기 전에 표결 직전까지 어떤 이유로든 오 의원을 사·보임해서는 안 된다고 분명히 말했고, 김 원내대표도 그렇게 안 한다고 여러번 약속했다"며 "근데 하루만에 말을 뒤집었다. 제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거짓말하는 사람이다. 동료의원들을 거짓말로 속이고 있어 묵과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는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의 퇴진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원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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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인 오신환 의원도 "어제 분명히 김 원내대표가 사·보임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며 "민주주의를 말살하고 불법적 만행을 저지르는 것에 대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오 의원은 "김 원내대표에게 즉각 사보임 시도에 대해서 잘못을 사죄하고 그런 만행 저지르지 말 것을 경고한다. 이모든 책임지고 즉각 사퇴하라"며 "당 꼴이 이게 뭐냐. 지도부라고 하는 사람들이 당을 이렇게 두동강 내고, 그것도 모자라서 국회법 절차를 무시하고 불법 행위 통해 마음대로 사·보임한다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따졌다.
이후 이들은 의사과에 자리를 잡고 사·보임계가 접수되는지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의사과 관계자들과 약간의 충돌이 있기도 했다. 의사과 관계자들은 처음엔 "사·보임계의 경우엔 지금까지 직접 사람이 접수하는 경우밖에 없었다"고 했다가 시간이 꽤 흐른 뒤 늦게 "규정을 찾아보니 팩스나 전자편으로도 접수가 가능하다"고 설명해다. 이에 의원들은 "인제 와서 뭐냐. 이미 접수를 하겠다고 짜고 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의사과 관계자들도 난처한 듯 "지금까지 전례는 없었으나 규정이 있어 그대로 접수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오신환 의원이 국회 의사과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원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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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날 업무 종료 시간을 훌쩍 넘긴 오후 8시가 넘도록 사·보임계는 접수되지 않았고 의원들은 의사과를 찾은 지 약 3시간 만에 철수했다. 이들은 다음날 오전 일찍 다시 의사과를 찾아 사·보임계 접수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이날도 철야 농성을 벌이며 "목숨을 건 투쟁"을 외치고 있는 한국당 역시 문 의장 성추행 논란 등을 내세워 패스트트랙 저지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면서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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