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구성원 권리·책임 명시…공동체 규범으로 명시적 선언 계획
서울대학교 |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교수들의 연이은 갑질·성추행 논란으로 골머리를 앓는 서울대가 학생·교직원들의 권리와 책임을 선언하는 '서울대 권리장전'(가칭)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대 관계자는 22일 "연구진을 꾸려 교수·학생·직원 등 대학 구성원들의 권리와 책임을 담은 권리장전 초안을 만들 계획"이라며 "초안을 중심으로 학내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최종 형태를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서울대 인권센터는 '서울대 인권 개선 과제와 발전 방향-학생 인권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연구 보고서를 발표하며 대학에 권리장전 제정을 주문했다.
보고서는 "2016년부터 서울대에서 교수와 대학원생 사이의 인권침해 문제가 사건화됐지만, 구성원 사이의 인식 격차로 갈등이 증폭됐다"며 "대학공동체 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대한 합의를 만들고, 이를 규범으로써 명시적으로 선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수·학생·직원으로 구성된 '서울대 권리장전 제정위원회'를 총장 직속 기구로 설치하고, 대학 구성원의 책임과 권리, 대학의 의무, 권리장전 위반에 따른 절차 등의 내용을 담은 권리장전과 이를 구체화한 '인권지침'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권리장전에 포함될 구체적인 내용이나 권리장전의 위상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초안 마련 후 여러 의견을 종합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리장전 제정 추진은 서울대에서 교수들의 갑질과 성추행 등 이른바 '권력형 비위' 논란이 잇따라 불거지는 가운데 나온 조치다.
서어서문과 소속 A 교수는 외국 학회 출장 중 호텔에서 지도 제자를 성추행 한 의혹으로 중징계 권고를 받고 현재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학생들은 A 교수를 파면하라며 서울대 행정관 앞에 천막 농성장을 설치하고 단식 중이다. 인문대 학생회장은 단식 15일째 건강 악화로 병원에 이송됐고, 서어서문학과 학생회장 등이 뒤이어 단식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사회학과 소속 H 교수가 학생들에게 성희롱과 폭언을 하고, 집 청소를 시키는 등 갑질을 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기도 했다. 학생들은 해당 교수를 파면하라며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120일 동안 천막농성을 벌였다. 당시 총학생회장이 단식 도중 실신해 병원에 이송되는 일도 있었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앞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대학 내 학생들의 인권상황이 선진국보다 열악한 것은 사실"이라며 "서울대 신뢰 회복을 위해 갑질이나 성 문제 등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kc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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