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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기록 뛰어난데 성적은 딴판 … 얄궂은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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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초반 불운의 선수들 / ‘짠물피칭’ LG 윌슨 단 2승 그쳐 / 평균 자책점 0.26… 역대 1위 무색 / 7경기 무실점 한화 소방수 정우람 / 접전 상황 등판… 세이브 1개 불과

지난해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의 제이콥 디그롬은 ‘불운의 아이콘’으로 불렸다. 2018시즌 32경기에 선발등판해 217이닝을 던지면서 평균자책점 1.70이라는 무시무시한 투구를 선보였지만 시즌 성적은 간신히 10승을 거뒀고 9패나 당했다.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한 탓이다. 그나마 기자단 투표로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을 한 것이 위안이었다.

세계일보

윌슨


이렇듯 아무리 개인 기록이 뛰어나도 이것이 성적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2019 KBO리그 초반에도 이런 불운에 시달리는 선수들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LG 외인 선발투수 타일러 윌슨(30)이다. 그는 이번 시즌 5경기에서 32.2이닝 동안 단 1개의 자책점을 기록하며 평균자책점 0.26이라는 짠물피칭을 선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그가 거둔 승수는 단 2승에 불과하다. 특히 최근 3경기 20.2이닝 비자책 행진을 펼치고 있지만 승리는 없었다.

윌슨의 초반 페이스가 얼마나 대단한가는 역대 기록을 살펴봐도 알 수 있다. 38년 KBO리그 역사상 개막 5경기 선발 역대 최소 평균자책점 순위 1위에 오를 정도다. 종전 기록은 2007년 장원삼(당시 삼성)의 0.28이었다. 지금까지 개막 5경기까지 0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것도 2006년 다니엘 리오스(0.99), 2016년 앤디 밴헤켄(0.84)등 단 4명뿐이다. 이렇게 뛰어난 호투에도 승리를 챙기지 못하는 윌슨을 두고 팬들은 ‘윌크라이’라는 별명을 붙여줄 정도다.

지난해 35세이브를 올리며 구원왕에 오른 정우람(34·한화)도 7경기 무실점 행진을 벌이며 평균자책점 ‘0’을 찍고 있지만 세이브는 단 1개에 불과하다. 오히려 구원승이 2승이나 된다. 세이브 기회보다는 동점 등 접전 상황에서 등판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역시 같은 무실점 행진을 벌이고 있는 조상우(25·키움)가 11경기 등판해 10세이브를 올리며 역대 최소경기 10세이브 타이기록을 세운 것과 크게 대조된다.

세계일보

정우람


개인기록뿐 아니라 팀기록도 반드시 성적과 직결되지 않고 있다. 17일 현재 팀타율 0.282로 1위인 한화와 팀평균자책점 2.15로 선두인 LG가 순위표에서는 상위권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대신 0.229로 팀타율 최하위인 SK는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어 눈에 띈다.

결국 개인기록이 성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타선이나 수비의 지원 등은 물론 운도 따라야 한다. 또한 팀성적이 잘 나오기 위해서는 투타의 밸런스가 가장 중요한 대목으로 꼽힌다. 방망이만 좋거나 마운드만 높다고 좋은 팀은 아니다. 최근 극심한 타격 침체를 겪고 있는 SK가 이대로 가면 상위권 유지가 어려울 것으로 우려하는 이유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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