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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진짜 멀리 안 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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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들 괴롭히는 KBO 새 공인구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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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발계수 낮춰 비거리 2~3m 감소

양의지·박병호 등 거포들도 ‘당황’

전준우 “바람 저항 더 많이 받아”

손아섭 “잡았을 때 물컹한 느낌”

외야수들은 낙구지점 포착 ‘진땀’


달라진 공인구가 타자들을 괴롭히고 있다.

올 시즌 KBO는 기존 0.4134∼0.4374였던 공인구의 반발계수 허용범위를 일본프로야구(NPB)와 같은 0.4034∼0.4234로 살짝 낮췄다. 반발계수 0.001을 줄이면 비거리가 20㎝가량 줄어든다. 타구가 2~3m 덜 뻗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절정에 이른 KBO리그 타고투저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내놓은 해법이 개막 이후 본격적으로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시범경기까지만 해도 일부 투수들만 “공이 커졌다”고 하는 정도로 눈에 띄지 않던 새 공인구 효과는 개막 이후 확실히 줄어든 홈런 수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17일까지 105경기에서 167홈런이 나왔다.

지난해 4월17일까지 107경기를 치르는 동안에는 253개의 홈런이 쏟아졌다. 타자들은 비거리가 짧아졌다고 입을 모은다. 이전 같으면 더 뻗어나가 홈런이 됐을 타구가 펜스에 맞거나 잡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NC 양의지는 “분명히 넘어갔다고 생각하는 공이 안 넘어가거나 겨우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고, 키움 박병호도 “넘어갔다고 생각했는데 펜스를 맞는 경우가 나오더라”고 말했다.

반발계수를 줄이면서 공의 경도 자체가 달라졌다는 선수들도 많다. 전보다 덜 딱딱해 방망이에 맞는 순간 소리부터 달라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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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전준우가 지난 2일 문학 SK전 4회에 좌중간 홈런을 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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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캠프에서부터 이미 차이를 느껴온 롯데 손아섭은 “지난해까지는 공이 방망이에 맞는 순간 ‘팍’ 소리가 났다면 지금은 ‘퍼억’ 소리가 난다. 잡아도 물컹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삼성 김한수 감독은 “강민호가 포수 자리에서 들으니 방망이가 공을 때리는 소리가 다르게 느껴진다고 하더라. 정타로 맞았을 때 지난해보다 소리가 더 둔탁해졌다고 한다”고 전했다.

17일까지 홈런 6개로 1위를 달리고 있는 롯데 전준우마저도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시범경기까지만 해도 “잘 모르겠다”고 했던 전준우는 “바람 영향을 더 많이 받아 타구가 죽는다. 시범경기 땐 빗맞아도 넘어갔는데 개막 이후로는 완전히 달라졌다”며 “공이 전보다 물컹하고 방망이에 맞는 소리도 다르다”고 말했다. 새 공인구는 한 차례 시행착오를 겪었다. 개막 직전 1차 검사 결과 일부 불량품이 있어 평균 반발계수가 새 공인구 최고 허용치보다 높았다. 이에 더 엄격하게 제조하면서 개막 전후가 전혀 다를 만큼 큰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는 선수들이 많다.

외야수들이 느끼는 변화도 크다. 외야수인 손아섭은 “아무래도 넘어갈 것 같은 타구들이 안 넘어가다보니 수비할 때 전보다 더 끝까지 타구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고, SK 외야수 김강민도 “잘 맞은 타구와 빗맞은 타구의 차이가 매우 커보인다. 낙구지점도 ‘여기’라고 판단했는데 그게 더 안 날아오더라”고 증언했다. 두산 조성환 수비코치는 “외야수들이 펜스플레이 해야 할 타구를 그대로 따라가 잡는 경우가 많다. 타구의 종속에 변화가 생긴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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