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세월호 유족 사찰' 혐의 前 기무사 간부들 재판에

경기 과천 국군기무사령부 정문./조선DB

국군기무사령부가 정치에 관여하고 세월호 유족을 사찰한 의혹을 수사한 검찰이 전직 기무사 간부들을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김성훈)는 이모씨 등 전 기무사 참모장 2명과 김모씨 등 전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 2명을 직권남용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5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참모장과 김·이 전 비서관은 2011년 7월~2013년 2월 사이 배득식 전 기무사령관과 공모해 기무사 부대원들이 온라인 게시판 등에 정치관련 글을 게시하도록 하고, 온라인 여론 등을 분석해 청와대에 보고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재판에 넘겨진 배 전 사령관은 지난 2월 1심에서 관련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 받아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다만 온라인 분석 결과를 청와대에 보고한 혐의는 무죄 판단을 받았다.

지 전 참모장은 고(故) 이재수 전 사령관 등과 공모해 2014년 4~7월 사이 기무사 부대원들이 세월호 유가족의 동정, 성향 등을 사찰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기무사가 작성한 보고서에는 2014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고, 정부에 유리한 선거전략을 강구하는 내용 등이 담겨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 전 참모장은 또 2016년 8~11월 사이 기무사가 보수 단체를 관리하며 사드배치 찬성, 대통령 탄핵 반대 등 정권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도록 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

검찰 관계자는 "이들은 보수정권 재창출 내지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 제고를 위해 정치관여 활동과 세월호 유가족을 사찰하는 등 정치적 중립성을 상실한 행위를 반복했다"며 "또 그 배경에 청와대 비서관의 지시가 있었던 사실이 규명돼 이 사건은 군·관이 공모해 민주주의 헌법질서를 중대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했다.

한편 세월호 유가족 사찰 혐의를 받던 이재수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7일 검찰 수사 도중 스스로 투신해 사망했다. 이 전 사령관은 A4용지 15장 분량의 유서를 통해 "기무부대 활동은 민간선박 침몰이라는 국가적 재난에 투입돼 민간인인 희생자 유가족과 투입된 군을 지원하는 부대 고유의 임무와 관련된 것"이라며 "당시 기무부대원 활동에 대해 어떤 문제도 제기된 바 없었고, 오히려 적시적절한 조치에 크게 인정한 분위기였다"고 주장했다.

[박현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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