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하 대진연)' 소속 회원 20여명이 12일 국회 의원회관 4층에 있는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의원실을 점거해 농성을 벌이다 30여분 만에 건물 밖으로 쫓겨났다. 이들은 보안이 강한 의원회관에 들어가기 위해 "여당 의원 주최 세미나에 참석한다"며 건물 로비에서 허위 정보를 적어냈다. 이어 이들은 나 의원실 바닥에 누워 퇴거를 요구하는 방호 직원에게 저항하는 장면 등을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했고, 이를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 등이 퍼날라 공유했다. 이 단체 일부는 앞서 한국당 전당대회장에서 민주노총과 함께 기습시위를 벌였고,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에게 협박 전화를 하기도 했었다.
1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의원실을 기습 점거한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들이 황교안 대표와 나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며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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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부터 10시 사이에 이모 대진연 공동대표 등 단체 소속 회원 22명이 여의도 국회 중앙 잔디광장과 연결된 의원회관 로비를 통해 순차적으로 건물로 진입했다. 통상 의원회관에 들어가려면 방문 신청서에 의원실 호수 등 방문 장소와 만날 사람을 구체적으로 적어 낸 뒤 신분증을 맡겨야 한다. 이들은 신분증도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방문 신청서에는 '민주당 이인영 의원이 개최한 지방자치법 개정 관련 세미나' 또는 '민주당 김영호 의원이 개최한 음주운전 방지장치 도입 관련 공청회'에 참석한다고 적었다. 통상 의원회관 2층에서 열리는 세미나·공청회에 참석하겠다고 방문 목적을 밝힐 경우, 국회 직원이 해당 의원실에 '방문자가 있느냐'고 전화로 확인하는 절차를 생략하는 관행 등을 미리 파악해둔 것으로 보인다.
국회 관계자는 "이들은 '세미나, 공청회에 간다'고 신청할 때도 1~2명씩 나누어서 눈에 띄지 않게 의원회관 건물에 들어왔고, 이후 해당 세미나실과 공청회실에 각자 일반 방청객처럼 앉아 있다가 돌연 오전 10시쯤 나 원내대표 의원실로 동시에 향했다"고 했다.
나경원 의원실에 도착한 이들은 '김학의 성접대 사건 은폐 황교안은 사퇴하라' '반민특위 망언 나경원은 사퇴하라'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펼쳐 들었다. 또 "황교안은 사퇴하라" "나경원은 사퇴하라"고 외치면서 나 원내대표와의 면담을 요구했다. 현장에서 국회 방호 직원이 즉각 퇴거를 요구했지만, 이들은 바닥에 등을 대고 누운 뒤 서로 팔짱으로 스크럼을 짜고 저항했다. 결국 농성 25분쯤 지나 방호 직원들이 이들을 하나씩 의원실 밖으로 끌어냈다.
이 같은 과정은 대진연 측이 페이스북에서 생중계했고, 과거 '종북콘서트' 논란을 일으켰던 황선(45)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 등이 영상을 실시간으로 공유했다. 그러면서 황씨는 "어지간히 충성해라. 아베당에"라는 등의 댓글도 남겼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들이 12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의 나경원 원내대표 의원실을 점거농성하면서 페이스북에 방송한 생중계 동영상을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이 공유한 모습. /황선 전 부대변인 페이스북 |
대진연은 지난해 11월 결성된 '백두칭송위원회'를 구성하는 핵심 단체이고, 황씨는 백두칭송위원회 핵심 인물로 알려진 윤기진(44) 국민주권연대 공동대표의 아내다.
대진연 소속 회원들은 지난달 20일에도 나 원내대표의 서울 동작구 지역 사무실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다. 지난 2월 27일에는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행사장에 들어가 민주노총과 함께 기습시위를 벌이며 행사를 방해하기도 했다. 대진연 일부 회원들은 지난해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에게 "통일을 방해하지 말라"며 협박 전화를 하기도 했다.
이날 통합진보당 후신인 민중당 이은혜 대변인은 논평에서 "조금 전 국회에서 끌려 나간 대학생들의 외침, 어느 하나 틀린 말이 없다"며 "국회에서 모처럼 '말다운 말'을 들려준 학생들께 감사를 표한다"고 했다. 이 대변인은 "이날 시위를 벌인 대진연 회원 중 당원이 있는지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날 나경원 의원실에서 쫓겨난 대진연 회원들은 의원회관 정문 밖 로비에 모여 "황교안은 사퇴하라" "나경원은 사퇴하라"라고 1시간 30분쯤 추가 농성을 벌이다가 낮 12시 20분쯤 해산됐다. 이들은 국회 경내에서 불법 시위를 벌인 혐의로 서울 영등포경찰서 등 3개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1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의원실을 기습 점거한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들이 의원실 바닥에 앉아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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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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