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장자연 사건 등에 대해 재조사를 벌이고 있는 검찰과거사 진상조사단이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독립성·공정성을 보장해줄 것과 외압에 대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촉구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폭력·뇌물수수 의혹 사건 관련 재수사 권고 대상이 된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이 '권력과 야합한 검찰의 꿰맞추기식 수사'라고 반발하면서 대검찰청의 감찰을 요구하자, 이를 '외압'으로 규정하고 독립성 요구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김영희 변호사 등 대검찰청에 설치된 진상조사단 조사위원들은 7일 성명을 통해 "수사 대상자(곽상도 의원)의 감찰요청을 받아들여 대검이 감찰을 한다면 이는 조사단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중대하고 심각한 침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과거사위원회는 "2013년 김 전 차관에 대한 경찰 수사 과정에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었던 곽 의원과 민정비서관이던 이중희 변호사가 개입한 의혹이 있다"며 지난달 25일 재수사를 권고했다. 이후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 검사 13명으로 구성된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이 꾸려져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곽 의원은 진상조사단에 파견된 검사가 청와대 민정수석실 소속 행정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대검에 감찰 요청서를 제출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진상조사단은 "검찰 과거사진상조사는 역대 정부 중 최초로 이뤄지고 있는 검찰개혁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이고, 과거사에 대한 제대로 된 진상규명 없이는 검찰의 미래도 없는 것"이라며 "검찰이 조사단의 활동에 대한 각종 외압을 방관하고 나아가 조사단원에 대한 감찰까지 한다면 제대로 된 검찰 과거사 진상규명과 이를 바탕으로 한 검찰개혁은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사단은 "재수사 권고 여부는 검찰과거사위원회가 조사단의 조사 결과와 보고에 대해 독립적으로 심의·검토해 결정을 내리는 것"이라며 "조사단이 수사 권고 의견을 제출하더라도 위원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수사 권고를 할 수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한편 배우 고(故) 장자연 씨를 둘러싼 ‘성접대 강요 사건’에 대한 증언을 이어가고 있는 동료 배우 윤지오(32·사진)씨가 최근 진상조사단의 조사 과정에서 '과거에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미안하다'는 취지의 사과를 받았다고 말했다.
윤씨는 지난 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최근 진상조사단의 조사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진상조사단에) '이 부분이 중요하고 핵심인데 왜 안 봤냐'고 물었더니, (조사단 관계자가) 미안하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장씨가 남긴 글 중에) 핵심이 되는 두 줄이 있는데, 조사단이 내게 '그때(과거 경찰·검찰 수사) 왜 얘기 안 했냐'고 묻길래 '질문도 안 하는데 말하면 뭐하냐'고 답했다"며 "그랬더니 (조사단이) 이제야 묻게 돼서 죄송하고 감사드린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분들(조사단)이 충격을 받아 거의 몇 분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며 "이런 정황이 있는데도 (과거 수사 자료에) 기록도 없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씨의 이 같은 설명은 그가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인터뷰하면서 강조했던 장씨의 글 '두 줄'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윤씨는 장씨가 남긴 글 가운데 언론에 한 번도 공개되지 않은 대목 두 줄이 있는데, 여기에 장씨가 성접대를 강요받고 협박받은 정황이 드러났는데도 과거 수사기관이 이를 수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윤씨는 "언니(장씨)의 글 두 줄에는 고인이 처한 상황, 협박받는 상황과 모든 정황이 한가지로 압축돼 있다"며 "협박이라는 단어가 명시돼 있고, 언니가 아니라 언니의 언니를 협박했다는 내용"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윤씨는 '두 줄'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변호사로부터 내용을 말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을 들었다"며 말을 아꼈다. 윤씨는 이 글이 장씨의 필체가 틀림없다고 확신했다.
윤씨는 배우 이미숙 씨를 비롯해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이들의 용기 있는 발언을 기대한다고도 밝혔다. 윤씨보다 사건의 전말을 더 자세히 알고 장씨와 더 가까웠던 이들이 아직 많다는 설명이다.
그는 "그분들(증언할 수 있는 이들)에게 마지막 기회다. 시효가 연장될지 모르는 데다 (조사위 활동이) 2개월 남았다"면서 "앞으로 살아갈 날 동안 짐처럼 끌어안고 있기보다 내려놓고 무엇이 더 삶에 중요한지 알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