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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미투' 운동과 사회 이슈

[연합시론] 스쿨 미투 1년, 여전히 부족한 정부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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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스쿨 미투 (CG)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학교 내 성폭력·성희롱을 폭로하는 스쿨 미투(#me too) 운동이 시작된 지 1년이 됐다. 지난해 4월 6일 서울 노원구 용화여고 학생들이 교사들의 성폭력을 폭로하면서 본격화된 스쿨 미투는 계속 이어져 지금까지 스쿨 미투 폭로가 나온 중·고등학교가 78곳에 달한다. 학생들의 폭로가 잇따르자 교육 당국은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았다. 사립학교법을 개정해서 사립학교 교원도 국공립학교 교원 수준으로 징계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학교법인 정관에 따라 '솜방망이 처벌'로 넘길 수 있었던 사립학교 교원들의 행위도 중징계가 가능해졌다. 사건처리 절차를 알려주고 성희롱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경각심을 갖게 하도록 '성희롱·성폭력 종합지침'을 만들어 학교 현장에 배포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학교에서의 성폭력·성희롱이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학생들의 피해도 계속되기 때문이다. 학교 현장에서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에도 인천과 강원에서 새로운 스쿨 미투 폭로가 나왔다. 인천의 모 사립여고 교사 등 8명이 학생들에게 성적인 농담을 하는 등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입건됐다. 심지어 어떤 교사는 학생들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강원지역 한 특성화고교에서는 여학생들이 기숙사 사감과 남학생들의 언어 성폭력에 반발해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의 스쿨 미투는 국제적인 관심까지 끌고 있다. 올해 9월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의 본심의 의제로 다뤄지게 됐다.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이라는 단체가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를 직접 찾아가 학교 성폭력 실태를 보고하고 대책을 호소했는데 그러는 동안 교육 당국은 무엇을 했는지 의문이다.

일단 실태 파악부터 해야 한다. 스쿨 미투가 본격화된 지 1년이 됐으나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성희롱 사건 전수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교육부는 올해 학생과 교사 1만명을 대상으로 표본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학생들의 2차 피해는 어떻게 막을 것인가. 가해자로 지목받은 교사가 멀쩡하게 출근하는가 하면, 수사를 받았던 교사들 상당수가 불기소 처분을 받아 복귀하는 실정이다. 학생들이 이들과 대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시급하다. 교육 당국이 피해 학생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실명을 사용하도록 한 일도 있었다. 학생들이 익명성을 보장받아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성차별적 인식의 전환이다. 많은 교사가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성차별적 언행을 쏟아내고 있다. 형식적이고 단순한 성폭력 예방 교육을 강화할 것이 아니라 교사와 예비교사들을 대상으로 성인지 감수성 및 페미니즘 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교대와 사범대에 해당 과목을 신설해야 한다. 최근 일부 교대에서 남자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여학우들을 성적 대상화 하며 성희롱을 일삼았다는 폭로가 나왔다. 이들은 초등학교 교사가 될 예정이거나 현재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조차 성차별의식을 갖고 있으니 스쿨 미투가 사라지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교육현장이 개혁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학교와 교육 당국이 학생 인권보다 교권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교사들의 반발이 두렵고, 선출직인 교육감들로서는 어린 학생들보다는 유권자인 교사들이 더 중요하다. 재발 방지와 피해 학생 보호, 양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학생들을 우선으로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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