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머런은 가장 큰 파괴자… 은수저 의원들이 문제"
영국 하원은 1일(현지 시각) 네 가지 브렉시트 방안을 놓고 실시한 2차 의향 투표(과반수가 동의하는 방안이 나올 때까지 실시하는 투표)를 실시했지만 네 가지 안을 모두 부결시켰다. 지난달 27일 의향 투표에서 8개 방안을 모두 부결시킨 데 이어 대안 찾기에 또 실패한 것이다. 보수당의 닉 볼스 의원은 이날 자신이 발의한 EU 공동 시장 잔류안이 부결된 직후 "우리(보수당)는 타협할 능력이 없다는 걸 보여준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브렉시트 해법을 찾지 못하는 영국 정치권의 무책임한 행태에 대해 EU 측에서는 분노를 담은 비판을 쏟아냈다.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영국에 대해 크게 참아 왔지만 이제 인내가 한계에 달했다"며 "(브렉시트를) 국민투표에 부친 데이비드 캐머런(전 영국 총리)은 현대의 가장 큰 파괴자 중 한 명"이라고 비난했다. '설마 브렉시트로 결론이 나기야 하겠나' 하는 안이한 생각으로 대책 없이 국민투표를 실시해 큰 혼란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미하엘 로트 독일 외교부 유럽 담당 차관은 "영국 의회의 교착 상태는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 비싼 사립학교와 명문대를 나온 정치인들 탓"이라며 "이 사람들은 브렉시트의 직접적인 충격을 거의 받지 않을 것이며 부작용과 손해는 서민들이 전부 떠맡게 될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독일 지멘스의 영국법인장인 위르겐 마이어는 영국 의회에 공개서한을 보내 "영국이 정치적으로 조롱거리로 전락했다"며 EU의 관세동맹에 잔류할 것을 촉구했다. 외국 기업인이 주재하는 나라 의회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EU는 '이별 조건'에 대한 합의가 없는 '노딜 브렉시트'가 벌어질 경우 영국 정부에 피해 보상을 요구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일간 텔레그래프는 EU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노딜이 벌어지면 영국이 내놓기로 한 EU 탈퇴 정산금에 53억파운드(약 7조8600억원)를 추가로 청구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파리=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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