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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히토 새 日王의 연호는 ‘레이와(令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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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히토 새 日王의 연호는 ‘레이와(令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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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고전 아닌 첫 日 고대 시가집 ‘만엽집’서 인용 / 아베 “문화 크게 꽃 피울 것” 의미 / 즉위하는 다음달 1일부터 사용 / 외식·여행 중심 경제 특수 예상 / 새 시대 기대감 반영 증시 상승 / 당국·기업들 전산망 보완 착수
오는 5월1일 시작되는 나루히토(德仁·59) 새 일왕 시대의 이름이 될 연호(年號)가 레이와(令和)로 결정됐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1일 임시 각의(閣議·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을 열고 현 아키히토(明仁·86) 일왕 시대의 헤이세이(平成)를 대체할 연호로 레이와가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레이와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시가집(詩歌集)인 만엽집(萬葉集)의 ‘初春令月, 氣淑風和’(초춘영월, 기숙풍화·초봄 길한 달, 기 맑아지고 바람 부드럽다)’라는 글에서 두 자를 따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레이와에는 ‘사람들이 아름답게 마음을 맞대면 문화가 태어나고 자란다’는 뜻이 담겨 있다”며 “화사하게 피어나는 매화꽃처럼 일본인들이 내일을 향한 희망과 함께 꽃을 크게 피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이 서기 645년 처음으로 다이카(大化)라는 연호를 사용한 이래 중국 고전이 아닌 일본 문헌에서 연호를 결정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아베 총리는 “만엽집은 우리나라(일본)의 풍부한 국민 문화와 오랜 전통을 상징하는 국서(國書)”라며 “새 연호가 폭넓게 받아들여져 일본인 생활 속에 뿌리내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만엽집은 5∼8세기의 시가 4516수를 담고 있다. 한국에서는 만엽집이 고대 한국어를 이두체(吏讀體)로 기술한 노래묶음이라는 주장도 있다. 새 연호에 아베 총리 이름에 들어 있는 ‘안(安)’의 포함 여부가 주목받았는데 6개의 연호 후보 중 안 자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호는 동아시아 군주국에서 통치자의 치세(治世)를 알리는 기년법(紀年法)이다. 기원전 140년 중국의 한(漢) 무제(武帝)가 사용한 건원(建元)이 시초로 국가의 통일과 세계관의 중심을 상징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구려 광개토대왕이 즉위한 391년부터 사용한 영락(永樂)이 문헌상 최초다. 일본의 연호는 국제화, 정보기술(IT)화 시대의 격랑에 직면해 변화가 모색되고 있지만 여전히 일본 사회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이 1일 오전 총리관저에서 일본의 새 연호 ''레이와''(令和)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이 1일 오전 총리관저에서 일본의 새 연호 ''레이와''(令和)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식, 여행업을 중심으로 경제계는 ‘레이와 특수(特需)’를 예상하고 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닛케이평균주가)는 이날 중국의 체감경기 개선과 새로운 시대에 대한 기대 분위기가 반영돼 전거래일대비 303.22포인트(1.43%) 상승한 2만1509.03으로 마감했다. 기업에서는 연호 교체와 관련된 상품 개발에 들어갔다. 다만 레이와를 상표로 등록할 수는 없다. 달력 제작 업체와 도장 제작사에는 주문이 쇄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 당국과 기업은 새 연호가 사용 1개월 전에 미리 발표됨에 따라 전산망 보완작업에 나섰다. 국제사회의 표준인 서기(西紀)는 해가 바뀔 때마다 숫자만 변경하면 되는 것과 달리 연호는 연도의 시작 문자 자체를 추가해야 하는 탓에 전산망 업그레이드에 상당한 시일과 비용이 소요된다. 일본 중앙 정부는 이번 연호 변경을 계기로 공문서에서 서면상으로는 연호를 유지하되 컴퓨터 시스템을 이용하는 행정전산망에서는 서기로만 관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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