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초 정계·재계·학계 유력 인사들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예고했던 배우 겸 방송인 이매리(47·사진)가 29일 언론을 통해 "기자회견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카타르에 머물고 있는 이매리는 최근 "정·재계와 학계 인사들로부터 술 시중을 강요당했다"고 주장하면서 다음 달 초 귀국해 시민단체인 정의연대와 미투(Me too·성폭력 고발 운동) 폭로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밝혀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매리는 29일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지금은 카타르에 있지만 다음달 초에 귀국한다"면서 "일이 더 이상 커지는 것을 바라지 않아 기자회견까지는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매리는 뉴스1과 인터뷰에서도 "나는 처음부터 폭로를 위한 기자회견을 말한 것이 아니었다"며 "무분별한 기사들이 나가는 것이 감당하기 어려워서 이를 바로잡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했다.
이어 "이 정도의 파장을 예상하지 못 했고, 상황이 이렇게 긴박하게 일어날 것은 예상하지 못 했다"면서 "미투운동을 지지하지만 지금 카타르에서의 내 일과 일상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매리는 "4월에 한국에 들어가기는 할 생각이지만, (기자회견과 관련해서는) 신중하게 생각을 더 해봐야 할 것 같다"며 "상황이 이렇게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떠밀리듯 기자회견을 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자 이매리의 기자회견을 추진하던 정의연대 측은 이날 블로그에 긴급 성명을 내고 "이매리씨가 기자회견을 취소했다는 보도는 오보이며 아직 최종적으로 취소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정의연대 관계자는 "이씨가 정의연대 측에 심적 부담감 등의 이유로 주저하는 메시지를 보내온 것은 맞는다"면서도 "이씨를 설득해 기자회견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이매리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방송인 출신 전직 국회의원, 대기업 임원, 대학 교수 등의 실명을 거론하며 국내에서 방송활동을 하던 중 이들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듣고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1994년 MBC 공채 전문 MC로 데뷔한 이매리는 MBC '장학퀴즈', 'TV유치원 하나둘셋', '인기가요 베스트50' 등을 진행했다. 이후 드라마 '사랑한다 말해줘', '아내의 반란', '연개소문', '인순이는 예쁘다', '내조의 여왕' 등에도 출연했다.
이매리는 지난해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 "2011년 SBS 드라마 '신기생뎐' 출연 당시 배역 연습을 위해 오고무를 배우다가 무릎에 물이 차는 부상을 겪었다. 방송사 측에 보상을 요구했지만 방송 관계자 등은 오히려 이 사실을 발설하지 말라고 엄포를 놨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이매리는 ‘신기생뎐’ 이후로는 국내에서 뚜렷한 연예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이매리는 지난 1월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한국과 카타르의 아시안컵 8강전에서 카타르를 응원해 화제가 됐다. 이매리는 당시 "한국에서 방송 활동을 하며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았는데, 기회와 활력을 준 곳이 카타르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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