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남구 건강가정지원센터 위탁법인의 갑질 의혹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 박선강·허지현 기자] 여성가족부 산하 복지기관으로 운영되는 건강가정지원센터는 정부정책 사회복지사업으로 건강한 가정생활의 영위와 가족구성원의 복지증진, 건강한 가정 구현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사회복지서비스 참여 증가에 따라 프로그램의 요구·개선사항에 대한 의견도 늘어나고 있는 요즘, 한정된 예산은 복지서비스의 질 향상에 한계를 들어 낸 것으로 보여진다. 이 때문에 넉넉지 못한 예산으로 위탁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위탁법인 소속 사회복지사들의 불만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건강가정지원센터 위탁법인에서 근무하는 일부 사회복지사들은 갑질, 직장 내 따돌림, 인권침해 등으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은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는다. 사회복지사들의 생계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센터 내에서 발생한 문제를 외부에 알리고 제공할 경우, 내부고발자라는 낙인이 찍혀 동종 직업군으로 활동을 포기해야 한다.
올해 10년을 맞이하고 있는 건강가정지원센터.
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는 광주광역시 남구·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직장 내 갑질, 따돌림, 인권침해 피해를 주장하는 직원들의 사례를 4차례에 걸쳐 기획·보도한다. -편집자 주-
(1) “광주 남구건강지원센터 직장내 따돌림, 조롱, 갑질 심해”
“그들은 계속해서 나를 조롱했다.”
광주 남구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가족교육을 담당하고 광주지방법원 가정지원 가정상담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A씨는 2010년부터 취약 가정 및 일반가정, 다문화가정의 정신적 건강과 가치를 함양시키는 업무를 하면서 지난해부터 직장 내 따돌림과 조롱, 갑질 피해를 호소했다.
A씨가 직장 내 따돌림과 조롱, 갑질 피해를 받게 된 것은 2018년도 팀원들의 호봉산정 문제로 차별화가 심화되자 문제해결을 위해 남구청에 이의제기를 하면서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센터장과 다문화총괄팀장, 회계, 행정담당자가 호봉산정을 남구청에 보고하고 승인받으려 하자 A씨는 부당한 호봉산정이라며 문제를 남구청에 알렸다.
이와 관련 남구청 해당부서는 2018년 1월 센터를 방문하기로 했다. 센터 행정담당자 는 지도·감독관의 방문을 못하게 할 목적으로 ‘물난리가 났다.’는 핑계를 둘러댔다고 한다. 행정담당자는 이 사실을 곧바로 센터장에게 보고했고, 이날 이후 센터장을 비롯한 다문화총괄팀장, 회계, 행정담당자는 A씨에게 막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결국 A씨는 센터업무를 감독기관에 누설했다는 이유로 업무는 그대로 둔채 결재라인에서 빼고 팀장 회의에서 배제됐고 '자리를 이탈하고 업무시간에 잠만 잔다', '센터 행사에 참여하지 않았다', '상담 시 불친절했다'는 식의 거짓말을 만들어 입맛에 맞는 확인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같은 해 1월 25일 시말서를 작성하라고 요구했지만 A씨는 다음 날인 26일 시말서를 쓸 사항이 아니라 버텼다. 이 때부터 A씨는 2월까지 계속 시말서 작성을 지시 받았고, 센터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징계위원회를 열기 위해 모 대학교수를 초청하려 했으나 교수가 거절해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센터 설립 당시인 2011년부터 근무해 오던 중 2013년 대장암 진단을 받아 그해 2월 암수술을 받은 A씨.
그는 수술 후 2개월의 휴직을 고려했지만 전임 센터장이 사무국장에게 자신의 업무를 이관, 조치한다는 소식에 동료의 업무가 과중해 질 것을 염려해 출근하기로 했다.
수술 통증과 항암치료 후유증으로 인한 통증은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러웠을 터. 업무를 하다 고통이 밀려올 때면 배를 움켜잡고 고통을 이겨내야 했다고 한다. 신음소리도 내지 못한 채 꾹꾹 참아야만 했던 당시를 떠올린 그는 연신 눈물만 흘렸다.
그는 “수술 통증에 못 이겨 책상에 머리를 맞댄 것을 잠을 잤다고 하고, 고통을 참지 못해 화장실에서 다녀 온 것을 자리를 이탈했다고 했다”며 “고통을 이겨내며 상담을 진행한 것을 불친절로 몰아세워 확인서를 작성했다. 5년 전에 있었던 일을 마치 현재 진행형으로 몰아붙였다”고 주장했다.
이 확인서는 센터장의 입김으로 작용했다. 2018년 2월 1일 오전 9시 30분부터 한 시간 진행된 팀장 회의가 진행됐는데 직원 ‘AOO’에게 시말서 제출 촉구라는 회의주제는 ▲팀장에서 팀원으로 하향한다는 시말서 제출 명함 ▲솔선수범하지 않고 업무태만, 직무명령에 대한 불복종 ▲업무처리절차 무시한 센터 질서 위반 등 6가지였다. 전임 센터장은 모든 직원이 참석한 자리에서 이 확인서 내용을 낭독했다.
A씨는 이날 이 같은 수치심과 모욕을 받아서야 되겠느냐는 심정으로 “끝장이 날 때 나더라도 이대로 물러서지 않겠다”며 맞서 싸우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그는 “센터장이 막말을 해도 하거나 말거나 무시하면 되는데, 한 사무실에서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직원들이 마음속으로 미워하면서 함께 일하는 것을 어떻게 이겨내야 할지 걱정이 앞섰다. 이런 생각에 그의 수치심과 모멸감은 시간이 갈수록 커져만 갔다”고 강조했다.
A씨는 센터 근무가 말 그대로 ‘지옥’이었다고 한다. 자신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센터장에게 일러줬던 직원들과 매일 대면하면서 일을 해야 하는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발단이 된 호봉산정 문제는 남구청이 개입하면서 직원 2명은 정상적인 호봉을 산정받았다. 호봉승급대상자가 아닌 회계담당자가 1호봉이 추가 산정되는 문제가 발생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일단락됐다.
이후로 A씨는 센터장과 호봉산정 문제를 도모했던 직원들은 문제를 만든 자신을 징계해야한다는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쫓아낼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일부 직원들은 센터장에게 잘못했다고 빌어라, 정년까지 가려면 고개를 숙여야지 다른 방법이 없지 않느냐는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다. 다른 직원은 문제 만들지 말고 조용히 지나가자”고 설득한 직원도 있었다고 한다.
A씨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센터를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초당대학교에 이 같은 부당한 사실을 알렸고 초당대는 전임 센터장을 직무정지하고 신임 센터장을 발령냈다. 그러나 A씨가 겪은 센터장의 대응은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신임 센터장은 자신이 오기 전의 일은 관여할 수 없다는 이유로 센터에 개입하지 않으려 했고 올해 들어서는 센터 모든 사업 권한을 특정인에게 맡겨 모욕적인 심정이 더해졌다.
A씨는 “건강가정센터에서 하는 사업과 다문화 사업은 엄연히 구별돼 있다. 통합센터일지라도 통합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 있으나 이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며 “주말에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설정해 놓고 당직자 변경조차 자신들의 지시대로 따르라고 강요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임 센터장은 “여기저기서 세상이 갑질이라 하니까 갑질이라고 한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갑질인지 모르겠다”며 “자기들 말을 안 들어준다고 생각한다. 병적이다”고 반문했다.
이어 “제일 일 못하는 네 사람이 있다. 놀고 월급을 타먹다시피 한 사람들이다”며 “많은 사람들이 다른 직원을 칭찬하니 피해의식을 느끼는 거다”고 덧붙였다.
호남취재본부 박선강 기자 skpark82@naver.com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