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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대신 입시 준비·논문 대필까지…제자 동원 ‘딸 스펙’ 만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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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갑질·입학비리 확인

성균관대에 “파면하라” 요구

아들 대학원 진학도 수사의뢰

성균관대 교수가 자신의 제자인 대학원생들에게 딸의 입시 준비를 위한 연구과제와 봉사활동을 대신 시켰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해당 교수의 자녀는 이를 통해 작성된 논문과 봉사활동 실적으로 대학과 대학원 입시에 합격했다.

교육부는 25일 성균관대 ㄱ교수의 ‘갑질’과 자녀 입학 비리 의혹에 대한 특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ㄱ교수는 딸 ㄴ씨가 2016년 교육부의 ‘학부생 연구 프로그램’ 연구과제 대상자로 선정되자 연구의 핵심인 동물실험을 대학원생들이 대신하게 했다. ㄴ씨는 연구실에 2~3번 방문해 단순 참관했고, 그해 9월에는 아예 캐나다로 교환학생을 가기도 했다.

ㄴ씨는 대학원생들이 작성한 연구과제 보고서 등으로 대한면역학회 우수포스터상, 한국과학창의재단 우수연구과제상 등을 받았다. ㄱ교수는 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대학원생들에게 논문 작성도 시켰다. ㄴ씨가 단독저자로 표기된 이 논문은 2017년 5월 과학기술논문 색인지수(SCI)급 저널에 실렸다. ㄱ교수는 대학원생들에게 실제 실험결과와 다른 값으로 논문을 조작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ㄴ씨는 이 연구와 논문을 실적으로 지난해 서울대 치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했다. 이때 ㄴ씨가 제출한 시각장애인 점자책 입력 봉사활동 54시간도 ㄱ교수가 제자에게 50만원을 주고 대신 시킨 것이었다.

ㄴ씨의 대학 입시에도 제자들이 동원됐다. ㄴ씨는 2013년 8월 한국교육개발원이 주관한 국제청소년학술대회에 참가했는데, 당시 논문 발표를 위한 발표자료(PPT)도 대학원생들이 만들었다. ㄴ씨는 이 대회에서 우수청소년학자상을 받았고, 이 실적을 입시자료로 활용해 서울 주요 사립대의 ‘과학인재특별전형’에 합격했다.

교육부는 성균관대에 ㄱ교수의 파면을 요구했다. ㄴ씨가 재학 중인 대학원에도 학교 규정에 따라 조치하라고 통보했다. 아울러 ㄱ교수는 업무방해 및 강요 혐의로, ㄴ씨는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ㄱ교수의 아들인 ㄷ씨도 2015년 대학원에 입학할 때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돼 추가로 수사의뢰했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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