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에 위협이 따른다는데도 이름을 밝히라는 요구 말 되나" / 누리꾼, 윤지오 배려하지 않은 '뉴스데스크' 비판
MBC 뉴스데스크 방송화면. MBC 영상 캡처 |
고(故) 장자연의 동료 배우이자 ‘장자연 문건’ 유일 목격자로 알려진 윤지오씨와 생방송 인터뷰를 하던 중 연루된 정치인의 실명 공개를 거듭 요구해 시청자 비판을 받은 MBC 뉴스데스크 왕종명 앵커와 방송국 측이 공식 사과했다. 방송에서 벌어진 일은 과열된 취재 경쟁 속에 인터뷰 대상자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은 부적절한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MBC 사과 “‘장자연 문건’ 실명 요구는 무례·부적절했다”
MBC는 19일 언론에 배포한 자료에서 “어제 고(故) 장자연씨의 동료 배우 윤지오씨를 스튜디오로 초대해 생방송 인터뷰 하는 과정에서 왕종명 앵커가 정치인 실명을 밝혀달라고 거듭 요구한 부분을 두고 ‘출연자를 배려하지 않은 무례·부적절한 질문이었다’는 시청자 비판이 많았다”고 밝혔다.
시청자의 비판을 무겁게 받아들인 왕 앵커와 제작진이 윤씨에게 직접 사과했다면서 MBC는 “오늘 뉴스데스크에서도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릴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MBC 뉴스데스크는 시청자 비판에 늘 귀 기울이며 더욱 신뢰받는 뉴스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MBC 뉴스데스크 방송화면. MBC 영상 캡처 |
◆생방송서 ‘장자연 문건’ 실명 요구…시청자 “지나쳤다” 지적
전날 방송에서 왕 앵커는 윤씨에게 “‘장자연 문건’에 방씨 성을 가진 3명, 이름이 특이한 정치인이 있다고 했는데 공개할 의향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지난 10년간 미행에 시달렸으며 실명 공개 시 증언자·목격자 신분이 아닌 피의자가 된다는 이유로 윤씨가 답을 피했지만, 왕 앵커는 “검찰 진상조사단에 (관련자들 이름을) 말하는 것과 생방송 뉴스에서 밝히는 건 다른 차원”이라면서 “생방송 뉴스 시간에 이름을 밝히는 것이 진실을 밝히는 데 더 빠른 걸음으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는가”라고 거듭 물었다. 하지만 윤씨는 살아가는데 어려움이 따른다고 끝내 답하지 않았다.
시청자들은 ‘뉴스데스크’ 게시판에서 윤씨를 배려하지 않았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누리꾼들은 “신변에 위협이 따른다는데도 이름을 밝히라는 요구가 말이 되느냐”며 “제보자 보호는 못할망정 누굴 고통 속에 죽게 하려고 하냐. 기자 맞냐”고 지적했다.
방송 개편으로 이날부터 기존 오후 8시에서 30분 앞당긴 오후 7시30분에 뉴스데스크를 내보낸 MBC는 시청률 3.7%(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했다.
윤지오 인스타그램 캡처 |
◆윤지오 “뉴스 진행자로서 당연히 그러신 것…직접 사과하셨다”
윤씨는 1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왕종명 앵커님 동의하에 글을 올린다”며 “뉴스를 맡은 진행자로서는 당연히 국민들께서 알고자 하는 질문을 하려 애쓰셨을 테고 제 상황이나 정황을 제대로 모르셨을 테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씨는 이어 “왕종명 앵커님뿐만 아니라 지난 10년 동안 그런 질문은 온라인 오프라인을 통해서 하루에도 몇십 차례 들었다”며 “여러분이 우려해주시는 정신적인 고통은 일반인에 비해 낮다. 저 많이 강해졌다”고 덧붙였다.
윤씨는 그러면서 “앵커님께서 문자와 통화로 직접 사과해주셨다”며 “오랜 시간 언론인으로서 살아오셨던 앵커님 커리어에 본의 아니게 해를 끼치고 많은 분을 걱정하게 해서 죄송하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모든 인터뷰가 목격자와 증언자의 입장을 먼저 헤아리고 이뤄지기를 바란다”며 “저와 앵커님께 가져주시는 관심에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글을 맺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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