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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세월호 인양 그 후는

추모와 논란의 1709일… 광화문광장 떠난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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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 14동 7시간만에 철거… 그 자리엔 재난 추모공간 들어서

18일 오전 10시 26분 서울 광화문광장 남쪽에 철거 장비를 실은 트럭이 도착했다. 인부 20여명이 광장 남쪽 세월호 천막 14동 주위에 안전 울타리를 쳤다. 1709일간 광장에 있던 천막을 철거하기 시작한 것이다. 세월호 사고로 자녀를 잃은 안산 단원고 학부모 네 명이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를 처벌하라'는 팻말을 들고 작업을 지켜봤다. 한 유가족은 "천막엔 세포 하나하나의 역사가 있는데 부숴버리니 안타깝다"며 "세월호 진상 규명은 영원히 진행 중이고 기억 공간이 들어서면서 새로운 역사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철거는 7시간 만에 끝났다. 철거된 천막은 오는 5월 문을 여는 은평구 녹번동 서울기록원에 보관된다.

광화문광장에 세월호 천막이 들어선 것은 지난 2014년 7월이다. 서울시는 정부 요청으로 폭염 그늘막과 휴게 공간 등으로 쓰도록 천막을 세우고, 전기 케이블도 깔아줬다. 세월호 천막은 유가족 활동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시민들도 유족과 슬픔을 함께했다. 희생자 영정 앞에서 묵념하는 시민도 많았다.

조선일보

지난 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남쪽에 세월호 천막 14동이 자리 잡고 있다(위쪽 사진). 아래 사진은 18일 천막이 철거된 후 서울시 관계자들이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철거는 이날 오전 10시 반쯤 시작돼 약 7시간 만에 끝났다. /남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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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이 설치된 지 5년 가까이 되면서 광장 본연의 기능도 생각해야 한다는 여론이 생겨났다. 천막 일대가 탄핵 정국 당시 촛불 시위 거점으로도 활용되고, 2017년 3월 세월호 선체가 인양되는 등 진상 규명 활동이 상당 부분 이뤄지면서 철거 여론은 힘을 얻었다. 특히 광화문광장과 덕수궁 주변에 현 정부를 비난하는 우파 단체들의 천막과 게시물이 대거 설치되자 "시가 세월호 천막을 묵인해 잇단 천막 시위를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천막 철거가 기정사실화된 것은 지난 2월이다. 박원순 시장이 세월호 천막이 철거된 자리에 새로운 추모 공간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히면서다. 시는 교보문고 쪽으로 천막 7개가 있던 자리에 세월호를 포함, 각종 재난 사고를 추모하는 80㎡ 규모의 '기억·안전 전시' 공간을 만들어 다음 달 12일부터 연말까지 개방한다. 내년 이후 운영 여부는 유가족과 상의해 결정하기로 했다.

광화문광장 말고도 단원고가 있는 경기 안산시와 팽목항이 있는 전남 진도군에도 추모 공간이 추진되고 있으나 순탄치 않다. 정부는 지난달 경기 안산시 초지동 화랑유원지에 가칭 '4·16 생명안전공원' 건립 방향을 확정했다. 오는 2021년 착공할 계획이다. 그러나 공원 예정지 인근 일부 주민은 주택이 밀집한 곳에 봉안 시설은 안 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안산교육지원청 건물을 리모델링해 추모 공간과 안전 교육 공간 등을 들인 '4·16 민주시민교육원'을 내년 4월 개원할 예정이다.

일부 세월호 유가족이 포함된 '팽목 기억 공간 조성을 위한 국민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남 진도군 팽목항 부두 옆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기림비와 팽목 4·16공원, 희생자가 뭍으로 올라온 곳을 표시한 표지석, 팽목 4·16기록관 건립을 요구하고 있다. 전남도와 진도군은 기록관 대신 팽목항 직선 650m 거리에 국비 270억원을 들여 국민해양안전관을 건립하고 내부에 세월호 참사 추모 시설을 들이자고 유족을 설득하고 있다.





[안산=권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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