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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이슈 '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

英, 브렉시트 연기한다…‘합의안 통과·EU 승인’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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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오는 29일 예정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시점을 연기하기로 방향을 정했다.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를 피하기 위해선 브렉시트를 미루는 것이 낫다는 쪽으로 의견이 기운 것이다.

브렉시트 연기 기한은 오는 20일 영국 하원이 브렉시트 합의안을 승인하느냐에 따라 3개월에서 1년 이상 늘어날 수도 있다. 브렉시트 연기에 대한 최종 결정은 EU의 승인에 달려있다. EU는 노딜 브렉시트를 막기 위해 브렉시트 연기를 승인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반대할 경우 영국은 29일 노딜 브렉시트 사태를 맞게 된다.

조선일보

2019년 3월 14일 영국 하원은 브렉시트 연기안을 통과시켰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이날 영국 의회에 앉아 의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EPA 연합뉴스


14일(현지 시각) 영국 하원은 영국의 EU 탈퇴시점 연기를 골자로 하는 정부 결의안 및 의원 수정안을 찬성 412표 반대 202표로 통과시켰다. 이 결의안은 오는 20일 EU와의 브렉시트 합의안을 의회에서 통과하면 브렉시트 시점을 오는 29일에서 6월 30일로 연기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결의안에는 합의안이 부결될 경우 연기 기한이 더 늘어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영국은 브렉시트 합의안 가결과 상관없이 일단 브렉시트 시점을 연기하는 데 합의한 것이다. 다만 이날 영국 하원은 브렉시트 연기 후 제 2 국민투표를 하자는 안은 반대했다.

브렉시트 연기 기한은 영국 의회가 브렉시트 합의안을 통과시키느냐에 달려있다. 영국 의회가 합의안을 부결할 경우 브렉시트 연기 기한은 2020년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브렉시트 합의안은 앞서 두 번의 표결에서도 부결됐다.

그동안 영국 의회는 브렉시트 합의안에서 브렉시트 이후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하드 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 시 통행과 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안전장치(backstop)’에 반대해왔다. 안전장치는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조치인데 종료 시점이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첫 번째 합의안 투표가 부결된 이후 메이 총리는 EU와의 재협상을 통해 영국에 ‘안전장치’ 일방적 종료 권한을 부여하는 조항을 넣었다. 그러나 제프리 콕스 영국 법무상이 이에 대해 법률 검토한 결과 국제법상 안전장치를 제거할 수 있는 합법적인 수단이 없다고 주장해 지난 12일 두 번째 투표도 부결됐다.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연기가 장기화되면 브렉시트 취소론이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다며 영국 보수당 내 강경파와 보수당과 사실상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북아일랜드 연방주의 정당인 민주연합당(DUP) 등에게 압박을 넣고 있다.

조선일보

2019년 3월 14일 영국 런던 의사당에서 영국 하원이 브렉시트 연기안 표결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밖에서 시민들이 브렉시트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영국 의회가 브렉시트 연기 기한과 관련해 최종 합의를 보더라도 EU의 승인이라는 관문이 남아있다.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합의안 의회 결의 여부를 EU에 전달하면 EU 27개 회원국은 브렉시트 연기와 관련해 표결을 실시한다. EU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찬성표를 던져야만 브렉시트 연기가 최종 결정된다.

EU도 노딜 브렉시트 사태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브렉시트 연기를 승인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브렉시트 연장 기한에 따라 찬반이 나뉠 가능성도 제기된다. 브렉시트 합의안이 부결돼 브렉시트 기한이 7월 이후로 연기되면 5월말 치러지는 유럽의회 선거에 영국도 참여해야 하는데 이를 반대하는 국가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날 EU집행위원회는 영국의 브렉시트 연기 결정을 EU가 받아들일지는 영국을 제외한 27개 회원국이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EU집행위는 회원국이 브렉시트 연기 사유와 연기 가능 기간 등을 고려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만약 EU가 브렉시트 연기안을 승인하지 않으면 영국은 예정대로 29일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게 된다.

[이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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