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국장급 협의 재개 / 정부 “투트랙 접근 유지하고 만반의 준비”
![]() |
14일 강제징용 배상판결 관련 한·일 외교부 국장급 협의가 재개되면서 잠복해있던 한·일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 판결에 승소한 징용 피해자 측은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을 대상으로 한 강제집행 ‘데드라인(마감시한)’을 3월로 예고했는데, 현실화될 경우 일본의 맞대응이 예상된다.
김용길 외교부 동북아국장은 이날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만난다. 북·미 정상회담 국면에서 한·미·일이 한 목소리를 내며 약 한 달간 상대적으로 한·일 갈등이 외부로 표출되지 않았지만, 다시 잠복한 한·일 갈등이 외부로 드러나는 시기인 것이다.
가나스기 국장은 이번 협의에서 한일 청구권협정에 근거해 지난 1월9일 요청한 ‘외교적 협의’에 한국이 응할 것을 거듭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측은 한국이 ‘외교적 협의’에 계속 응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인 중재위원회 구성으로 넘어간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다음 단계는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이며, 일본은 이에 대한 준비를 진행 중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ICJ 제소는 당사국인 우리가 응하지 않으면 성립되지 않는다.
![]() |
김용길 국장(왼쪽)과 가나스기 국장. 연합뉴스 |
우리 정부는 외교적 협의, 중재위 구성 등이 모두 강제징용 배상판결을 둘러싼 한·일 갈등의 해법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우리정부는 과거사와 한·일 협력을 분리하는 ‘투트랙 어프로치(접근)’ 기조를 계속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고위당국자에 따르면 투트랙 어프로치는 우리 정부의 확고한 정책이며, 징용배상 등과 관련 일본에서 경제적 보복조치를 하더라도 방침을 변경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아직 일본이 경제보복을 우리에게 통보한 바는 없으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지만 미리 밝힐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국장급 협의에서는 일본 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경제보복 가능성에 대한 의견 교환도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일본은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따라 일본 기업의 자산이 압류·매각될 경우 한국 수입품의 관세 인상이나 반도체 소재와 부품 등의 한국 수출 제한 등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전날 “관세에 한정하지 않고 송금의 정지, 비자의 발급 정지라든지 여러 보복 조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경제적 보복 조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준비를 하고 있다. 청와대 등 정부 내에서는 대일 관계 관련 ‘원칙에 따른 강경한 대응’이 우선 기조로 꼽히며, 우리 경제와 부품 공급 측면에서 긴밀하게 연결된 일본의 경제적 영향력에 대해서도 과대 평가를 해선 안된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