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경찰 불신’ 해소가 관건
승리·정준영 논란 커지며 "비리 경찰 색출은 미진" 지적도
카톡 제보자 "경찰 못믿어, 수사보다 제보자 찾기 혈안"
경찰이 본격적인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를 앞두고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 사태를 수사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중의 관심이 집중된 데다 클럽과 경찰관과의 유착 의혹까지 제기돼 일선 경찰 사이에선 "버닝썬 수사에 사실상 수사권 조정의 명운(命運)이 걸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폭행·마약·성폭력·경찰관과의 유착 등 일련의 버닝썬 사건과 관련, 경찰에 대한 대중의 시선은 곱지 않다. 사태의 원인 중 하나가 클럽과의 유착 관계가 확인된 ‘비리 경찰’에 있기 때문이다.
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갑룡 경찰청장이 빅뱅의 승리가 관련된 강남 버닝선 관련 보고를 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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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갑룡 경찰청장은 14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업무보고에서 "126명의 수사요원을 투입해 강남 버닝썬·아레나 클럽 폭력사건, 마약류 등 마약범죄, 경찰 유착 의혹, 성접대 의혹, 불법 동영상 촬영·유포 등 전반적으로 수사를 확대했다"며 "모든 범죄와 불법 유착 의혹에 대해 하나하나 확실하게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의 명운이 걸렸다는 자세로 전 경찰역량 투입해 범죄를 조장하는 반사회적 풍토 뿌리를 뽑겠다"고도 했다.
이낙연 총리도 이날 "경찰의 유착 의혹은 아직 분명히 드러나지 않았다"며 "사법처리된 전직 경찰만의 비호로 이처럼 거대한 비리가 계속될 수 있었을까 하는 합리적 의심에 수사결과가 응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경찰의 명운을 걸고 철저히 수사하라"고 밝힌 데 이어 재차 '비리 경찰' 문제를 강조한 것이다.
◇"경찰 못 믿겠다"는 대중
일련의 버닝썬 사태와 가수 정준영의 성관계 동영상 촬영 유포, 가수 FT아일랜드 멤버 최종훈의 음주운전 무마 의혹 등 관련 사건마다 불법 행위를 무마해준 경찰 유착 문제가 불거졌다.
작년 12월 클럽 손님이었던 김모(28)씨가 인터넷에 "(한달 전인) 11월 버닝썬 보안요원에게 폭행당했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이 오히려 나를 집단폭행했다"며 클럽과 경찰간의 유착 관계가 있어보인다는 취지의 글을 올라왔다. 지난 2월에는 버닝썬 측이 지난해 7월 미성년자 출입사건을 무마하려고 전직 경찰관 강모씨에게 2000만원을 건네고, 이중 일부가 강남경찰서 경찰관에게 전달됐다는 정황이 광수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강남서는 지난해 8월 증거 부족으로 수사를 종결한 바 있다.
지난달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강남경찰서 역삼지구대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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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사내이사를 맡은 가수 빅뱅의 멤버 승리(29·본명 이승현)에 대한 경찰의 미진한 수사도 도마에 올랐다. 경찰은 클럽 내 폭행, VIP룸 성관계 동영상 유포, 마약 투약·유통 의혹 등 버닝썬 사태가 일파만파 커질 때도 "혐의점이 없다"며 승리를 참고인 조사 조차 한 번 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달 26일 한 연예 매체가 승리의 해외 투자자 상대 성(性)접대 의혹이 담긴 카카오톡 대화를 보도하자, 곧바로 내사에 들어갔다. 다음날인 27일 승리가 경찰에 자진출석해 조사받았지만, "경찰이 수사를 주도하지 못하고 용의자에 끌려다닌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사이 성접대 정황이 담긴 카카오톡 최초 제보자는 원본을 경찰이 아닌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했다. "경찰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였다. 이 자료를 권익위에 넘긴 방정현 변호사는 SBS 인터뷰에서 "경찰이 지금 수사보다 제보자가 누구인지 알아내는 데 혈안이 돼 있는 느낌"이라며 "경찰이 자꾸 잘못된 얘기들을 흘리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아직까지 권익위로부터 원본을 전달받지 못했다.
현재 조사 중인 정준영의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에 대한 무혐의, FT아일랜드 최종훈의 음주운전 처벌 무마 등에도 어김없이 이에 협력한 경찰이 등장한다.
◇"사활 건다"는 경찰, ‘비리 경찰’ 수사는 제자리 걸음?
일각에선 "버닝썬의 불씨가 승리와 정준영에게 옮겨 붙은 사이, ‘비리 경찰’에 대한 수사는 미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권 조정을 앞둔 상황에서 ‘비리 경찰'에 대한 수사 상황을 내세우는 데 부담을 느낀다는 것이다.
실제 클럽과 경찰관과의 유착 관계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됐지만, 아직까지 처벌된 현직 경찰관은 없다. 언론에 공개된 현직 경찰관 수사 상황은 지난 13일 버닝썬에 경찰 신분증을 제시하고 수시로 드나든 의혹을 받는 강남서 경찰관에 대해 내사에 착수한 것이 전부다. 버닝썬과 경찰 사이에서 유착 고리 역할을 한 의혹이 제기돼 재차 구속영장이 신청된 강모씨는 전직 경찰관이다.
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갑룡 경찰청장이 빅뱅의 승리가 관련된 강남 버닝선 관련 보고를 하고 있다. /조선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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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영의 불법 촬영 증거인멸과 최종훈의 음주운전 무마 의혹까지 더해지며 칼날은 경찰 내부로 향하고 있다. 승리와 정씨, 최씨 등이 포함된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나온 "‘경찰총장'(실제 존재하는 직급은 아님)이 뒤를 봐준다"는 대화까지 나온 상태다. 일선 경찰서 팀장급 경찰관은 "경찰이 원하는 방식으로 수사권 조정이 이루어지긴 어려워졌다는 회의적 반응도 곳곳에서 이미 나오고 있다"고 했다.
한편 민갑룡 청장은 지난 12일 ‘비리 경찰’ 색출과 관련, "이번 수사 과정에서 특별감찰 활동을 하고 있다"며 "제기된 의혹을 계속 심도 있게 살펴보고 있고 여러 단서를 추적하면서 수사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피의자들의) 말이 엇갈리고 관련된 증거들을 찾아내는 게 조금 시간이 걸리는 문제"라면서 유착 의혹을 밝혀내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14일엔 자유한국당 김영우 의원이 경찰 유착 의혹에 대해 국민들께 사과하라고 지적하자 "모든 사안을 명명백백 밝힌 뒤에 국민들께 정중히 사과하겠다"고 답했다.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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