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4강전 한국-베트남 경기가 지난해 8월29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베트남 박항서 감독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보고르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의 거취는 전 베트남 국민의 관심사다. 쉽게 자리를 옮기기 어려울 정도다.
박 감독은 지난 아시안컵 이후 A대표팀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감독은 2017년 9월부터 A대표팀과 23세 이하(U-23) 대표팀 사령탑을 겸임했다. 부임 후 U-23 대표팀이 출전하는 U-23 챔피언십과 아시안게임에 참가했다. A대표팀을 이끌고는 스즈키컵, 아시안컵에 출전했다. 박 감독은 1년 넘게 쉴 틈 없이 달려 피로가 누적됐다. 두 팀을 동시에 이끈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봐야 하는 선수가 너무 많았고 훈련 일정도 필요 이상으로 타이트했다. 챔피언십 준우승을 차지하고 아시안게임 4강, 스즈키컵 우승, 아시안컵 8강이라는 업적을 세웠으나 더 이상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결국 박 감독은 각 급 대표팀의 경쟁력을 위해 U-23 대표팀을 이영진 코치에게 맡기기로 했다.
지난달 박 감독과 이 코치는 베트남축구협회와 이원화에 대한 협의를 마쳤다. 박 감독이 A대표팀, 이 코치가 U-23 대표팀을 비롯해 올해 11월 시게임에 출전하는 22세 이하(U-22) 대표팀을 이끌기로 교통정리를 마쳤다. U-23 대표팀은 시게임을 앞두고 U-22 체제로 운영된다. 박 감독은 홀가분하게 A대표팀을 이끌고 올해 9월 시작하는 월드컵 2차 예선에 집중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달 초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베트남 정부 차원에서 대표팀 사령탑 이원화에 반대기를 들었다. 응우옌 응옥 티엔 베트남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직접 나서서 박 감독이 A대표팀 뿐만 아니라 U-22 대표팀까지 맡아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시게임의 특성 때문이다. 시게임은 동남아시아 팀들이 참가하는 종합스포츠대회다. 축구 종목에서 베트남은 1959년 남베트남으로 참가한 후 단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최근 세 대회 연속 라이벌 태국이 이 대회 챔피언에 올랐다. 베트남은 스즈키컵 우승을 통해 동남아시아 최강팀으로 거듭났다. 시게임까지 정복하면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1강’이 될 수 있다. 베트남 입장에서 시게임은 반드시 우승해야 하는 대회다. 장관이 박 감독에게 U-22 대표팀까지 맡아달라고 부탁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 감독의 에이전트인 이동준 디제이매니지먼트 대표는 “장관의 반대로 이원화가 무산됐다. 워낙 강력하게 요청해 박 감독도 거절할 수 없었다. 이 코치를 믿지 못해서가 아니다. 박 감독을 향한 신뢰가 너무 커서다. 실패한 대회가 없으니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베트남이 박 감독을 얼마나 신뢰하는지 엿볼 수 있는 일화다.
대신 응옥 티엔 장관은 박 감독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두 팀을 운영하는 만큼 최적의 환경을 제공해 어려움을 최소화하겠다는 생각이다. 이 대표는 “정부 차원에서 많이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단 시게임에 한국인 코치 1~2명을 추가로 선임할 계획이다. 박 감독의 부담을 최대한 더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을 보좌할 인물로는 이태훈 호앙아인잘라이 감독이 낙점 받은 상태다. 이 감독은 2010~2012년, 2013년~2017년 캄보디아 대표팀을 맡아 시게임에 참가한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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