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정준영 몰카 피해 여성' 리스트...2·3차 피해 우려

12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성관계 동영상을 촬영·유포한 혐의로 가수 정준영(30·사진)을 입건한 가운데, 해당 영상에 등장하는 여성을 추측하는 글이 난무해 2·3차 가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SBS는 전날 휴대폰 포렌식 자료를 방송사에 제공한 방정현 변호사를 인용, 정씨의 불법 촬영으로 피해를 본 여성이 10여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카카오톡 대화방을 통해 불법 촬영물 피해자 명단이 유포되기 시작한 것은 12일 오전부터다. 거론된 피해 여성 대부분은 유명 아이돌과 배우 등이다. 관련 글에는 여성의 실명과 함께 불법 촬영물의 영상 길이, 구체적 행위 등이 적혀 있다. 카카오톡 단체방, 메신저 등으로 글이 유통된 후에는 인터넷 포털에 여러명 연예인의 이름이 실명으로 검색어 상위에 올랐다. 인터넷 포털은 이들 연예인 이름이 ‘어떤 맥락’으로 검색어상위권에 오르는지 짐작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인터넷 채팅 및 관련 기사 댓글 등으로 소속 가수 이름이 거론되자, 이날 오후 결국 입장문까지 냈다. "현재 온라인에 퍼지고 있는 아티스트 관련 루머의 수위와 내용이 아티스트의 이미지 및 명예, 인격에 대해 심각한 훼손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판단된다"며 "최초 작성자 및 유포자에 대해 법적으로 가용한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악성 루머의 생산과 유포는 사이버 명예훼손죄 및 모욕죄 등을 근거로 한 즉시 고소 및 고발과 형사처벌이 가능하다"며 "현재 이 사안에 대해 증거 수집 등을 위해 로펌과 조치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빠른 대응을 위해 제보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SM엔터테인먼트도 입장문을 통해 "현재 온라인상에 유포되고 있는 당사 아티스트 관련 내용은 전혀 근거 없는 루머"라며 "허위 사실이 무분별하게 확대되면서 아티스트와 당사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상황으로 번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불법행위(작성, 게시 유포)가 확인된 자들에 대해, 선처없이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휴대폰 및 인터넷으로 유통되는 글에 대해 "파악은 하고 있지만, 내사(內査)에 착수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른바 ‘지라시’(사설정보지) 등 추측성 글은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처벌 의사를 밝혀야하는 죄)에 해당해 피해자 측 입장을 먼저 들어야 한다"며 "기획사 등이 해당 글에 대해 고소·고발 조치를 하면 바로 수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측성 글은 최초 작성자는 물론 유포자도 처벌 대상이다.

SBS가 11일 공익제보자 방정현 변호사의 자료를 제공받아 보도한 단체카톡방 내용. /SBS

지난 11일 정준영씨의 불법 촬영물 유포사건을 최초 보도한 SBS 측은 이날 "(글에) 구체적 연예인이 언급돼 있는데, 저희가 판단했을 때는 전혀 아니다"고 밝혔다.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거짓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설령 내용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내용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이 내려진다.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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