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권 2개 대회 참가 후 귀국
“그린 스피드 적응하면 성적 기대”
LPGA 투어 2경기를 치른 시즌 초반 이정은은 그린 적중률 82.6%로 1위에 올랐다. [강정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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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서 치른 두 대회는 미국 본토 원정에 앞선 스파링 격이다. 이정은은 호주 여자 오픈에서 10위, 싱가포르에서 열린 HSBC 위민스 챔피언십에서는 11위를 했다.
아이언샷 기록이 놀랍다. 7일 현재 그린 적중률 82.6%로 1위다. 역대 LPGA 투어에서 이 부문 최고였던 2001년 안니카 소렌스탐의 그린 적중률(79.7%)보다 높다. 딱 두 대회를 마친 이정은이 이 기록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고 해도, 세계 최고의 샷 메이커 이정은의 경쟁력을 엿볼 수 있다. 이정은은 “LPGA 코스는 어려우면서도 다양한 편이다. 아이언샷을 하는 재미가 있다. 깃대가 구석에 있으면 약간 안전하게 공략해서 그린 적중률이 높은 것 같다”고 했다.
그린에선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정은은 라운드 당 평균 퍼트 수 31.25개로 111위에 머물렀다. 데뷔전 호주여자오픈에서는 우승자인 넬리 코다보다 퍼트 수가 10개나 많았다. 두 선수의 타수 차는 9타였다. 퍼트 수가 코다와 같았다면 이정은이 우승할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다. 지난 4일 끝난 HSBC 위민스 챔피언십에서도 양상은 비슷했다. 이정은은 4라운드에 걸쳐 퍼트 수 126개를 기록했다. 우승을 차지한 박성현의 퍼트 수는 117개였다.
역대 프로골퍼 가운데 아이언을 잘 치는데 퍼트를 잘 못했던 대표적 선수는 벤 호건이다. 호건은 “골프 경기에 퍼트를 없애고 대신 그린을 양궁 표적처럼 만들어 가까이 붙인 선수가 좋은 점수를 받게 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이야기를 전하자 이정은은 “홀에 공을 넣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데 왜 그걸 없애요”라며 웃었다. 이정은은 “예전에는 퍼트를 못했는데 지금은 아니다. 매 대회 초반 적응이 힘들어 고전했을 뿐 후반 들어 나아졌다. 그린이 비단결 같아 본대로 공이 흘러간다. 그린 스피드에만 적응하면 좋은 성적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7년 KLPGA투어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에서 사흘 동안 66-66-66타를 치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름도 이정은6인데 사흘 연속 66타를 치고 우승한 뒤 ‘6’ 이란 숫자에 더욱 애착을 갖게 됐다고 했다.
LPGA투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아직 미국에 집을 구하지 않았다. 이정은은 “새내기처럼 열심히 뛰어야 하니 집이 있다 해도 머물 시간이 별로 없을 것 같다. 여러 상황을 대비해 짐을 많이 가지고 다니는 스타일이라 이고 지고 다녀야 할 것 같다. 동갑내기 매니저인 김남희 씨와 호흡이 잘 맞아 걱정은 안 한다”고 말했다.
전남 순천 출신인 이정은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어머니가 해주는 음식이다. 이정은은 “엄마가 해주는 음식 중 제일 좋아하는 것은 미역줄기 무침과 닭볶음탕”이라고 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미국에 함께 가지 않기로 했다. 이정은은 “당분간 어머니는 장애가 있는 아버지를 돌보시는 게 나을 것 같다. 일단 혼자 해보고 안 되면 어머니에게 도움을 청하겠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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