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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명품의 갑질 백태…빼입은 호갱님엔 방긋, 에코백 드니 위아래 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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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친절한 응대·잦은 가격 인상…이번엔 가격인상차액 논란

디올·샤넬 등 가격 인상 잦아…'배째라식 영업' 소비자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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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 #직장인 김민주(37·가명)씨는 최근 A백화점에 있는 명품 브랜드 디올 매장에 갔다가 황당한 소리를 들었다. 사고 싶은 클러치가 완판돼 제품값을 다 지불하고 웨이팅(구매 대기)을 걸었는데, 제품을 찾는 시점엔 가격이 인상된 후여서 차액을 지불해야 한다는 설명을 들은 것. 김 씨는 "매장에 제품이 없어서 제공받지 못한 것인데 현재 시점에서 가격 지불이 끝났음에도 차액을 내놓으라는게 '배째라식 영업'이 아니고 뭐냐"면서 "가격을 분기마다 올리거나 고객 응대 서비스 갑질에도 수요가 계속되니 이런 영업을 하는 것 같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대학생 이서연(23·가명) 씨는 최근 친구들과 B백화점에 있는 명품 브랜드 샤넬 매장에서 겪은 모욕을 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씨는 "뒤에 들어온 고객에게는 친절하게 응대하고, 나는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바로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면서 "사이즈나 재고를 찾아보지도 않고 없다고 하고, 자꾸 나가달라는 듯 입구쪽을 바라봤다"고 토로했다. 그는 "한눈에 봐도 다른 손님은 빼 입었고, 나는 에코백에 청바지 차림이었다"면서 "겉모습으로 사람 차별하는 것에 대해 들었지만, 직접 겪어보니 모욕적"이라고 강조했다.


잦은 가격 인상과 가격 인상 정보의 비대칭, 불친절한 응대, 무책임한 사후서비서(A/S) 등의 논란이 끊이지 않은 명품업계가 고무줄 가격 응대까지 펼쳐 빈축을 사고 있다. 명백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매년 수차례 가격을 올리면서 매장 마다 다른 계산방식으로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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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디올은 지난달 22일 일부 지갑과 가방 등의 가격을 평균 10% 가량 인상했다. 대표적으로 165만원에 판매했던 송아지 가죽 레이디 디올 클러치ㆍ양가죽 레이디 디올 컬리치는 185만원으로 12.1% 올랐다. 송아지 가죽 레이디 디올 카드 지갑은 39만원에서 41만5000원으로 6.4% 인상됐다.


문제는 가격 인상 전에 제품을 구매하고 완불한 웨이팅 고객이 이후 제품 입고가 돼 찾을 때 가격 인상 차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이다. 소비자 A 씨는 "금액이 크지는 않아도 추가 지급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우롱당하는 기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매장별로 상황도 다르다. 소비자 B 씨는 "카드지갑을 39만원에 결제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다행이 매장에서 추가 결제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 안심이 됐다"고 전했다.


디올 관계자는 "완불 후 가격인상에 따른 차액 지불은 매장마다 웨이팅 상황 및 재고 수량 등에 따라 매장별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같은 브랜드임에도 매장마다 다른 가격정책을 쓰고 있다는 얘기다.


명품 브랜드마다 가격인상과 관련 지불 정책은 다르다. 샤넬 역시 웨이팅을 걸고 가격인상이 이뤄진 후에 제품을 받으면 차액을 지급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명품업계의 잦은 가격인상도 자주 도마 위에 오른다. 디올은 앞서 지난해 11월 전체적으로 제품 가격을 5만~20만원가량 올렸고, 1월에도 일부 핸드백 제품 중심으로 가격을 올렸는데 2월에 또 다시 가격을 인상했다. 샤넬 역시 올 들어 화장품, 향수, 핸드백에 이어 이달에는 주얼리와 시계 가격을 올린다. 샤넬은 지난해 총 5번의 가격인상을 진행했다. '유한회사'라는 이유로 매출액 등을 공개하지 않아 사회 공헌은 외면한 채 가격 인상으로 배만 불린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또 샤넬의 '도 넘은' 가격 인상 정책을 통해 에르메스와 같은 초고가 명품 브랜드의 이미지를 가져가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명품 업체 측은 가격 인상 이유에 대해 "환율 변동 및 글로벌 가격 정책 때문"이라는 석연치 않은 답만 반복하고 있다. 샤넬의 경우 '프라이스 하모니제이션(조화로운 가격 정책)'이라면서 국가별 제품 가격 차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이에 한국 소비자를 '호갱(호구 고객)' 취급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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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제 전문 매체 쿼츠가 프랑스 금융그룹 엑산BNP파리바의 보고서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4846개 명품 브랜드를 조사한 결과 중국에서 판매되는 명품 가격이 국제 평균보다 21% 높아 가장 비싸고 그다음이 한국으로 14% 높았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자국 내 판매 가격이 국제 평균보다 22% 낮은 78%였다.


가격인상 정보의 비대칭도 문제다. 가격 인상을 미리 고지 않는다. 인상 하루 전에도 계획이 없다고 발뺌한다. 단골이나 VIP만 친한 셀러(판매원)로부터 귀띔을 받는 경우가 많다. 같은 시기에 매장을 방문해도 가격인상에 대해 얻는 정보는 고객마다 다른 셈.


재고 수량에도 답하지 않은 브랜드들도 많다. 고객이 해당 품목 제품이 어느 매장에 있는지, 재고는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면 알려주지 않는 것. 대학생 최종민(29) 씨는 "샤넬 제품 중에 사고 싶은 게 있는데 여러 매장을 둘러봐다 매번 발길을 돌린다"면서 "고객센터에 재고 있는 매장을 알려 달라고 해도,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만 듣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백화점에 입점한 명품 브랜드의 불친절에 백화점 서비스센터에 교육을 해달라 문의를 해도 돌아오는 답변은 죄송하다는 말 뿐이다. 최 씨는 "명품 브랜드는 자체적으로 서비스 응대교육을 진행한다면서 교육을 안하고, 할수 없는 상황이라는 답변까지 들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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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관리비스(AS) 기준이 박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시리얼 넘버 또는 개런티 카드를 지참해야 수선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 정품이더라도 지인에게 선물 받은 가방이나 중고로 구매한 가방은 사실상 AS가 불가능한 것이다.


불친절한 응대도 갑질 중의 하나로 꼽힌다. 직장인 김미소(33) 씨는 "청바지를 입고 명품관을 방문할 때와 소위 명품 가방을 들고 방문할 때 응대가 다르다"면서 "차림새로 손님을 구분짓는 것은 서비스 마인드가 부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2012년 포털 사이트 네이트 판에 올라온 '대놓고 엄마 무시하는 백화점 명품관 직원'이라는 제목의 글에는 1525명의 네티즌이 추천을 눌렀다. 해당 글에서 글쓴이는 "백화점 직원이 대놓고 사람 무시하는 표정과 말투로 마음을 상하게 했다"고 적었고, 수백 명의 네티즌들은 이에 공감하며 자신의 경험을 털어놨다. 가격을 질문하자 '그거 비싸요'라는 대답을 들었다는 사례에서부터 등산복을 입고다가 쫓겨날 뻔했다는 사례까지 내용도 가지각색이었다.


다만 소비자들의 현명한 선택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전문가들은 명품 브랜드들의 연속 가격 인상을 두고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를 활용한 리포지셔닝에 나선 것으로 해석했다. 베블런 효과는 제품 가격이 비쌀수록 수요가 증가하는 사회 현상을 의미한다. 일부 소비자의 허영심을 자극하기 위해 유독 한국에서 가격을 자주 올리고, 불친절한 응대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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