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둘러싼 영국 정치권 내 갈등이 지속되면서 EU 측이 일종의 위협 전술을 썼다는 분석이다. 집권당인 보수당 내 브렉시트 지지자들을 겁줘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수정안을 지지하도록 압박한다는 것이다. 영국 내 브렉시트 강경 지지파는 브렉시트가 장기간 미뤄지면 결국 메이 총리의 수정안을 지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또 EU가 당초 거론됐던 3개월의 시한 연장을 촉박하게 봤다고 전했다.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수정안이 의회의 승인을 받았을 경우에만 이런 일시적인 시한 연장이 효과가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하지만 EU가 브렉시트 최대 쟁점인 백스톱(안전장치) 조항을 놓고 메이 총리와 협상에 응하지 않고 있어 수정안이 의회의 승인을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2019년 2월 24일 유럽연합(EU)-아랍연맹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집트 시나이반도 남단 샤름 엘 셰이크의 컨벤션센터에 도착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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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는 브렉시트 시한을 최대 2개월 정도 연장하는 방안이 나오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24일 영국 정부 관리들이 지난 주말 회동해 이 같은 내용을 논의했다며, 브렉시트 수정안이 의회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 EU에 브렉시트 연기를 공식 요청하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데이비드 고크 법무장관과 앰버 루드 고용연금부 장관, 그레그 클라크 기업부 장관 등 3명은 지난 23일 언론 기고문에서 브렉시트 연기 지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아무런 협정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보다는 탈퇴 시점을 연기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브렉시트 시한은 오는 3월 29일이다.
메이 총리는 앞서 브렉시트 수정안에 대한 하원의 최종 표결 시한을 이달 말에서 3월 12일로 미뤘다. 24~25일 이집트에서 열리는 EU-아랍연맹 정상회의에서는 영국의 브렉시트안에 대한 유럽 정상들의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영국 가디언은 "아이디어가 고갈된 지도자의 무모한 행동"이라며 "긴장을 고조시키고 판돈을 올리려는 게 메이 총리의 계략"이라고 비판했다. 메이 총리가 자신의 수정안이 노딜 브렉시트나 브렉시트 취소보다 낫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묘책을 냈지만, 구체적인 계획 없이 ‘버티기’만 고집하면 정치적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브렉시트 난맥상이 이어지면서 영국 의회에서는 연일 탈당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지난 18일 이후 보수당에서 3명, 노동당에서 9명이 탈당했다. 메이 총리가 노딜 브렉시트를 용인하겠다고 태도를 바꿀 경우 보수당 내에서 브렉시트 취소를 주장하는 온건파가 집단 탈당할 가능성도 있다.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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