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7 (월)

'항거' 고아성 "펑펑 울고 박정민 오빠에게 놀림받았죠" [인터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투데이

고아성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이소연 기자] 앙칼진 눈매에 다부지고 강단 있는 인상. 고아성 하면 생각나는 이미지다.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감독 조민호·제작 디씨지플러스)에서 그가 독립운동가 유관순을 연기한 것이 이질감이 들지 않았다. 실제로 만난 고아성도 그랬다. 까만 생머리를 차분하게 늘어뜨린 고아성의 모습에서 유관순 열사의 이미지가 오버랩됐다.

"지금까지 연기한 작품 중 가장 용기낸 것 같아요."

역사적 인물인 '유관순'을 연기하는 건 배우에게 한평생 오기도 힘든 기회일 터. "소원이었지만 마냥 소원 성취는 아니었던 것 같다"는 고아성에게서 감격 외에 부담스러움, 조심스러움이 읽혔다.

2월 27일 개봉하는 '항거: 유관순 이야기'는 유관순 열사가 1919년 3.1 만세 운동에 참여한 이후 세상을 떠나기까지 세 평도 되지 않는 서대문 감옥 8호실 속에 갇혀 있던 1년을 그린 작품이다.

애당초 시대극에 실존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었다는 고아성. 그러나 연기 생활을 하면서 연이 닿기는 쉽지 않았다. 왜 그가 '실존 인물'을 연기하고 싶었는지 궁금해졌다. 오히려 실제 인물에 대한 부담이 유연한 상상력이나 표현을 가로막지 않을까 싶었으니까.

고아성은 "물론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든 비슷한 심정을 겪는 사람은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존 인물이 과거에 어떤 말과 행동을 했다고 한다면, 연기하는 마음도 달라질 거라 생각했다. 예전에 '명량'에 출연하신 최민식 선배님이 '(이순신 장군과) 10분 만이라도 대화를 하고 싶었다'고 말씀하신 게 들었던 당시에는 막연했다. 이 영화에 출연하면서 공감되더라"면서 유관순 열사가 당시 어떤 심정이셨을지 궁금해지더라고.

유관순은 한국인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위인이지만 그만큼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것도 대부분이다. "어느 정도는 스스로 오롯이 만들어야 하는 부분이 있었기에 쉽지 않았다"는 그다.

고아성은 "예전에 반 고흐를 다룬 영화 '러빙 빈 센트' 메이킹 영상을 찾아본 적이 있다. 감독님이 10년간 프로젝트를 준비하셨더라. 가장 어렵다고 느꼈던 부분이 고흐 그림을 영화에 담는 것이었다더라. 가로로 긴 그림이 있다면 카메라 프레임에 맞춰 자르면 됐지만 세로 그림은 가로 옆 부분을 준 창조한다는 느낌을 줬다더라. 물론 세로 그림을 참조해서 옆부분을 만들면 되지만 새로 만드는 게 부담스러웠다더라"고 말했다. 역사적 사료와 시나리오에 의지해 한 시대를 살아냈던 유관순을 표현해야 했던 부담감 또한 그와 유사했다고.

하자만 그가 외롭게 홀로 짊어졌던 짐들이 와르르 무너졌던 순간이 있었단다. 고아성은 "감옥 안에서 3.1 만세 운동 1주년에 독립선언서를 제창하고 다시 만세를 외치는 그 장면을 촬영할 때였다. 촬영 날을 카운트할 정도로 부담을 많이 느낀 장면이었다"고 운을 뗐다.

고아성은 "어려웠다. 대사도 너무 길었다. 제가 그동안 연기해본 것 중에 가장 길었다. 1년간 감옥에서 글자를 적을 수도 없는 환경에서 (독립선언서를) 외워서 말로 내뱉을 때 어떤 심정이었을지 다양한 준비를 하고, 촬영에 들어갔다. 대사를 외웠지만 너무 벅찼다. '레디' 하는데 오디오 감독님이 마이크 위치를 옮기면서 '심장 소리가 크게 들린다'고 하셨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대사를 시작했다. 저를 제외한 24명의 배우분들이 저를 보고 있는데 모두가 연기를 진심으로 하고 계시더라. '컷' 하고나서 내가 왜 혼자서 이렇게 혼자서 연기를 하려고 했지 싶었다. 그때 정말 기쁜 유대감을 느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고아성이 유관순이라는 인물을 담아내면서 생각해본 것은 바로 '리더'의 존재였다. 그는 "리더라고 하면 뚝심 있고, 신념 강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흔들리지 않는 걸 예상했다. 체게바라 같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인물들의 공통점이 오히려 주변에 자주 자신이 잘하고 있냐고 물어봤다더라. 거기에서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어떻게 보면 유관순이라는 인물은 신념이 누구보다 강하지만, 영화 속에서 눈물도 많이 보이고 후회도 하고 고민을 공유하기도 한다. 그 모습이 이 영화의 큰 방점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모진 고문에 시달리다 옥사한 유관순을 표현하기 위해 그는 5일간 금식하기도 했다. 고아성은 "이 영화 만나기 전부터 했던 생각은, 아무리 준비를 열심히 하고 좋은 마음을 담고 있어도 외적으로도 표현됐을 때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너무 가학적이지 않은 선만 지킨다면 얼마든지 노력하고 싶었다. 서서히 음식을 줄이고, 서서히 음식을 늘려야 했다. 단식하는 기간에은 물도 안 먹고 (단식을) 확실하게 했다"고 돌이켰다.

고아성은 "마지막 촬영날이 생생하다. 촬영할 때 힘든 일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스타일이다. 매일 촬영하고 자기 전에 혼자가 됐을 때도, 힘든 적 별로 없다고 생각했는데 촬영이 끝나니 그간 힘든 것들이 한꺼번에 밀려오더라"고 털어놨다.

그만큼 몰입했던 유관순 역이었기에 언론시사회에서 그가 눈물을 쏟은 것도 자연스러웠다. 그는 "정민 오빠가 영화 '동주' 시사회에서 눈물을 살짝 비춘 적이 있다. 그때 놀렸다. 이번에 몇 배로 놀림을 받았다. 그때 어떤 심정이었는지 알겠다는 이야기를 (박정민에게)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유관순 열사를 연기한 후 유관순에 대한 고아성의 생각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는 "이전에는 신성함, 존경심 외에 다른 감정을 감히 가져본 적이 없다. 지금은 다양해졌다. 구체적인 것은 비밀로 하고싶다. 보시는 분들도 똑같이 느끼셨으면 좋겠다"면서 미소 지었다.

'항거: 유관순 이야기'는 3.1절 100주년에 관객들을 만나 더 의미 깊은 작품이다. 고아성에게 올해 3.1절의 의미는 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다.

"참여한 사람으로서 올해는 남다를 것 같아요. 사실, 제 생애 이 전에도 앞으로도 가장 의미있는 삼일절이 아닐까 싶어요. 이 날을 너무 기다려왔어요."

[스포츠투데이 이소연 기자 ent@sto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