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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골만 막는 골키퍼는 그만…`골 작전` 선봉 특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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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손'이 아닌 '발'이다. 축구계에서 '빌드업' 전술이 유행하면서 선방 능력뿐만 아니라 뛰어난 발재간도 골키퍼의 주요 덕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빌드업은 상대의 압박을 무력화하기 위해 최후방 골키퍼, 수비수를 거쳐 미드필더와 공격수까지 짧고 간결한 패스로 공간을 만들어 공격 전개를 펼치는 전술이다. 빌드업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골키퍼가 롱패스를 통해 전방으로 쇄도하는 공격수에게 정확하게 '배달'을 해 주는 것이 하나다. 다른 하나는 골키퍼와 수비수들이 공을 돌리다가 중앙 미드필더와의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로 공격 공간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특히 요즘 주목받는 것이 골키퍼의 롱패스 능력이다. 과거에는 골키퍼의 롱패스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수비 진영이 이미 자리를 갖춘 경우 골키퍼의 롱패스는 무의미한 볼 소유권 싸움이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낮고, 날카롭게 최전방 공격수에게 향하는 골키퍼의 롱패스가 중요한 공격 루트가 됐다. 단 한 번의 패스로 득점 기회가 만들어진다면 그보다 효율적인 공격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현대 축구에서 빌드업 트렌드를 유행시킨 이는 다름 아닌 맨체스터 시티의 페프 과르디올라 감독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맨체스터 시티를 거치며 빌드업 전술을 100% 활용했다. 과거 과르디올라는 "우리의 플레이가 좋다면 그것은 골키퍼로부터 빌드업이 잘 시작되었기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빌드업에 능한 대표적인 골키퍼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시티의 에데르송과 이탈리아 세리에A 인터 밀란의 사미르 한다노비치,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의 마누엘 노이어가 있다. 실제로 맨시티의 에데르송은 21일(한국시간) 샬케04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단 한 번의 롱패스로 팀의 역전골을 어시스트했다.

경기 후 한 축구팬은 "에데르송은 올 시즌 EPL과 챔피언스리그에서 각각 1개씩 총 2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며 "첼시의 핵심 미드필더 조르지뉴나 리버풀의 나비 케이타보다도 어시스트 수가 많다"는 SNS 글을 남겼다.

'벤심'이 조현우 대신 김승규를 택한 이유도 빌드업에 있다. 파울루 벤투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도 골키퍼부터 수비 라인을 타고 올라가는 유기적인 공격 전개를 좋아한다. 마지막까지 골키퍼 자리를 놓고 고심했던 그는 최종적으로 월드컵 스타 조현우가 아닌 김승규를 선택했다. 바로 김승규의 패스 능력이 조현우보다 우수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승규는 아시안컵 무대에서 잦은 패스 플레이를 보여줬다. 특히 한국이 2대0 완승을 거둔 중국전에서 김승규의 패스 능력은 빛을 봤다. 김승규는 필드에서 뛴 황희찬, 황의조보다 많은 총 30번의 패스를 시도했다. 침투 패스도 두 번이나 성공시켜 이청용과 함께 가장 많은 킬 패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과거 한국 골문을 지켰던 이운재도 빌드업이 우수한 골키퍼였다. 그의 발끝에서 시작된 롱패스는 당시 이천수 등 빠른 발을 가진 공격수들에게 종종 연결됐고, 득점 찬스로 이어졌다.

골키퍼들의 발재간이 주목받고 있지만 골키퍼의 가장 큰 미덕은 역시나 '잘 막는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공격 기회를 잘 만들어 내도 골키퍼가 상대 슈팅을 막아 내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독일 국가대표 수문장인 노이어는 정교한 빌드업에 능하지만 그만큼 골문을 비우고 나오는 경우가 많아 실점 위기를 겪기도 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 한국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후반 추가 시간에 손흥민에게 실점을 허용했을 때도 노이어는 골문을 비운 채 필드 중앙까지 나와 있었다.

골키퍼 롱패스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공격 전술도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단번에 제대로 공격수에게 연결만 된다면 득점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반대로 부정확한 패스가 계속될 경우 상대에 쉽게 볼 소유권을 넘겨주기 때문이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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