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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0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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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완 LPGA 커미셔너 "여자 골프는 국경 없는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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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마이크 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커미셔너가 20일 서울 중구 이데일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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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LPGA 투어가 선수를 끌어모은 게 아니라 선수들이 LPGA를 글로벌 투어로 이끌고 있다.”

마이크 완(Mike Whan) 미국프로골프(LPGA) 투어 커미셔너가 위기를 딛고 10년 만에 글로벌 투어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로 첫손에 꼽은 원동력이다.

20일 서울 중구 통일로 이데일리 본사 KG타워에서 만난 마이크 완 LPGA 투어 커미셔너는 전날 부산에서 오거돈 시장으로부터 부산광역시 골프 홍보대사 위촉장을 받은 뒤 곧장 서울로 이동했다. 그리고 하루 뒤 혼다 타일랜드 대회가 열리는 태국으로 떠났다. 2009년 커미셔너로 부임한 이후 그는 해마다 이렇게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투어를 계속하고 있다.

LPGA 투어는 그가 커미셔너로 부임한 뒤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올해는 34개 대회, 총상금 7055만 달러(약 788억원) 규모로 볼륨이 조금 더 커졌다. 지난해보다 1개 대회가 늘었고, 상금은 520만 달러 증가했다. 그 가운데 미국에서 20개, 한국과 중국, 태국, 일본, 호주 등 아시아 지역에서 8개, 유럽 5개, 캐나다 1개 등 대회가 열려 글로벌 투어로 확실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한국 선수들 활약에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늘어”

2008년 LPGA 투어는 대회에 참가하는 외국선수들에게 영어를 의무화하기로 하는 정책을 내놨다. 영어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선수들에게 출전 자격을 정지하겠다는 것이었다. 한국 선수를 겨냥한 비상식적인 결정이었다. 당시 LPGA 투어에선 약 40명의 한국 선수가 활동 중이었고, 이들 중 상당수는 영어를 잘하지 못했다. 논란이 커지자 LPGA 투어는 이 조항을 취소했다. 그러나 이 정책은 그해 미국 골프닷컴이 선정한 ‘올해의 10대 화제’로 꼽혔을 정도로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10년이 흘러 홀대받던 한국 선수들은 LPGA 투어의 중심에 서 있다. 세계랭킹 10위 이내에 4명이 한국 선수이고 지난 4년 동안 신인상을 모두 휩쓸었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5년 사이 세계랭킹 1위에 오른 선수는 박인비(31)와 박성현(26), 유소연(29) 등 3명이나 된다.

마이크 완 커미셔너 취임 이전에 일어났던 일이기에 그는 이 같은 내용을 세세하게 알지 못한 듯했다. 그는 “이런 질문을 받은 건 처음”이라며 살짝 당황해 했다. 그러면서 “(10년 전의 일은) 어쩌면 LPGA 투어가 글로벌 투어로 나가면서 생긴 현상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글로벌이라고 얘기하는 것과 진정한 글로벌 회사에는 차이가 있는데, 어떤 회사든 글로벌을 지향하다 보면 여러 가지 실수가 나올 수 있고 특히 다른 나라의 문화를 처음 접하다 보면 실수도 나올 수 있고 시행착오도 겪을 수 있다”며 “그때가 LPGA 투어로서는 그런 과도기였던 것 같다”고 개인적인 의견을 밝혔다.

마이크 완 커미셔너가 취임 이후 가장 먼저 꺼내 든 카드는 ‘투어의 글로벌화’다. 그리고 그는 다른 선택을 시작했다. 그 첫 번째가 아시아권 시장으로의 진출이다.

당시 LPGA 투어에는 심각한 위기가 찾아왔다. 금융위기로 그 어느 스포츠 이벤트보다 한파의 직격탄을 맞았다. PGA 투어는 대회와 상금규모가 금융위기 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에 반해 LPGA 투어는 2010년과 2011년 암울한 시즌을 보내야 했다. 2008년 34개가 열렸던 대회는 2011년 23개까지 줄어들었다. 그 중 미국에서 열린 대회는 단 13개뿐이었다.

위기의 LPGA 투어를 구출하기 위해 등장한 마이크 완 커미셔너는 한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시장에서 번지고 있는 골프붐을 놓치지 않았다. 아시아 기업과 접촉을 시작했고, 대회 유치를 이끌어 내는 성과를 이뤘다. 그 결과 올해는 34개 대회 가운데 6개 대회가 한국과 태국, 대만,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에서 열린다. 미국에서 한국 및 아시아권 기업이 스폰서로 참여하는 대회도 5개나 된다.

마이크 완 커미셔너는 “LPGA 투어에 많은 선수가 있고 그중에서 한국선수들이 가장 잘 치고 좋은 성적을 내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며 “한국 선수들의 활약에 더 많은 팬이 생겼고, 그 덕분에 한국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하는 기회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 좋은 선수들이 계속 배출되고 많은 팬들이 생겨나는 것처럼 태국이나 대만, 중국 등에서도 비슷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지금은 우리가 글로벌을 지향하는 게 아니라 선수들이 LPGA 투어를 글로벌로 이끌고 있다”고 한국 선수와 아시아 선수들의 활약을 높게 평가했다.

LPGA 투어의 성공적인 글로벌화는 미국 현지에서도 마이크 완 커미셔너의 가장 업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대회수와 상금 증가 등은 선수와 미디어들로부터 가장 좋은 평가를 듣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그보다 더욱 중요한 건 여자 골프가 미국, 한국에 국한되지 않고 국경 없는 스포츠가 됐다는 점이다”라고 전 세계로 뻗어 나간 LPGA 투어를 가장 큰 경쟁력이자 그동안의 업적으로 자평했다.

△“새로운 도시, 새로운 코스에서 열리는 흥미로운 대회”

LPGA 투어는 오는 10월 부산에서 새로운 대회를 시작한다. 지난해까지 열린 하나은행 챔피언십이 더는 개최되지 않는 대신 10월 24일부터 나흘 동안 ‘LPGA 인터내셔널 부산’(옛 부산아시아드) 골프장에서 BMW 챔피언십이 열린다.

하나은행 챔피언십은 LPGA 투어가 아시아 시장으로 진출하는 교두보 역할을 했다. 엄청난 갤러리 동원에 성공했고, 이 대회 출전한 아시아권 선수들은 자국에서 대회가 열리기를 강하게 희망했다. 그 결과 하나은행 챔피언십을 중심으로 지난해까지 말레이시아-대만-중국-일본으로 연결되는 이른바 ‘아시안 스윙’이 완성됐다.

마이크 완 커미셔너는 새롭게 열릴 BMW 챔피언십에 대해서도 큰 기대를 걸었다. 전날에도 부산 해운대의 포장마차를 찾아 현지 분위기를 느끼고 매력을 찾으려 노력했다. 그는 “4~5년 전 처음 부산에 갔을 때부터 시끌벅적하고 다이내믹한 분위기에 매료됐다”면서 “새로운 스폰서, 새로운 도시, 새로운 코스에서 열리는 대회는 굉장히 흥미로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도 자신했다. 그는 “LPGA 선수들이 부산에 도착해 BMW 타고 해운대에서 드라이브를 하고 대회에 참가하는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된다”며 “다이내믹한 부산의 이미지는 LPGA 투어가 성공할 수 있는 요소를 전부 다 갖췄다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LPGA 투어는 새로운 방식의 대회 개최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7일 호주에서 열린 빅오픈은 같은 골프장에서 같은 기간 남녀 대회가 동시에 열렸다. 팬들은 한 곳에서 남녀 선수들의 경기를 모두 관전할 기회가 됐다. 또 국가대항전 형식의 인터내셔널 크라운은 지난해 한국에서 개최돼 수만 관중을 끌어모으기도 했다.

BMW 챔피언십이 어떤 방식의 대회가 될지 아직 정해진 건 없다. 마이크 완 커미셔너는 PGA 투어의 웨이스트매니지먼트 피닉스오픈을 예로 들었다. 그는 “나도 그 대회를 굉장히 좋아한다”며 “피닉스오픈의 가장 큰 매력은 골프를 알지 못하고 보지 않는 팬들까지 끌어 모으는 힘을 발휘하고 있다. LPGA 투어에서도 그런 대회가 만들어지기를 바라고 있다”고 희망했다.

취임 이후 10년 동안 LPGA 투어의 수장으로 일해 온 그는 선수들에게도 매우 좋은 평가를 듣고 있다. 특히 권위적이지 않고 평소에도 선수들과 자주 소통하고 격 없이 지낸다.

그런 그가 잠시 몸을 낮췄다. 그는 “BTS를 아느냐”는 질문에 “모른다”고 답한 뒤,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국 출신의 아이돌 그룹이라는 얘기에 “선수들이 음악을 들으며 운동하는 모습을 많이 봤는데 그때 아마 그들의 노래를 듣고 있었던 것 같다”며 “내가 BTS를 모른다는 걸 선수들에게는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멋쩍게 웃기도 했다.

또 하나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선수들과의 소통이다. 그는 “선수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함께 노력하는 것도 커미셔너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요즘도 선수들에게 ‘우리나라에서도 대회가 열릴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며 “그런 말을 들을 때면 LPGA 투어의 커미셔너로서의 책임감이 더 무겁게 느껴진다. 선수들이 자신 홈, 자신의 팬들 앞에서 대회를 할 수 있도록 열어주는 것도 커미셔너로서 해야 할 일이고 책임감을 갖게 된다”고 선수들의 마음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앞으로의 10년은 내일을 위한 시간”

마이크 완 커미셔너는 스포츠 용품사 윌슨을 시작으로 골프용품 브랜드 테일러메이드에서 북미지역 마케팅 부문 이사, 하키 장비업체 미션 아이테크하키 CEO 등을 거쳐 LPGA 투어의 커미셔너로 부임했다. 그에게도 커미셔너는 낯선 직업이었고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실패 없이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던 건 일을 즐겼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엔 커미셔너라는 직업이 무엇인지도 몰랐고 어떻게 하는 줄도 몰랐다. 학교에서 배운 적도 없다”면서 “다행히 이전의 직장에서 근무하면서 스폰서십을 하는 일을 많이 했고, LPGA에 와서 새로운 스폰서를 만나고, 어떤 대회를 만들어 어떻게 홍보하고 어떻게 고마움을 전달할지 고민하는 것이 즐거웠다”고 천직임을 에둘러 말했다.

올해로 취임 10년째를 맞는 마이크 완 커미셔너의 임기는 2020년까지다. 그는 지난 10년을 회고하며 “반으로 나눠서 처음 5년 동안 글로벌 투어로 성장할 수 있는 데 집중했다면, 그 다음 5년은 어떻게 하면 글로벌에서 더 많은 대회를 열 수 있을까에 노력했다”며 “지금까지의 10년은 오늘을 위한 시간이었고, 앞으로의 10년은 내일을 위한 시간이 될 것이다. 우리가 가는 모든 곳에서 여자 골프가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다”라고 더 큰 미래를 내다봤다. 이어 마지막으로 “많은 미디어들은 한국의 여자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고 그들이 여자골프를 이끌고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팬들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국에서 대회를 하면 너무나 많은 팬들이 와서 응원하고 그런 한국의 팬들이 여자골프를 이끌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 점에 늘 감사하고 그런 팬들이 있기에 BMW 챔피언십을 한국에서 개최하게 됐다”고 고마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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