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동계체전 시각장애 부문… 언니 최사라, 대회전·회전 2관왕
동생 최길라는 동메달 2개 선전, 2022 베이징 패럴림픽 유망주로
최사라(16·서울)는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에서 열린 제16회 전국 장애인 동계체육대회 알파인스키 여자 시각 장애 부문 2관왕에 올랐다. 가이드 이경희와 호흡을 맞춰 14일 대회전(1·2차 합계 1분32초80), 전날 회전(1·2차 합계 1분54초43) 금메달을 걸었다. 두 종목 모두 양재림(30·서울)을 제쳤다. 양재림은 2014 소치 패럴림픽 대회전 4위까지 올랐고, 2018 평창패럴림픽 때도 출전했던 한국의 간판선수다. 알파인스키 시각 장애 부문은 비장애인 파트너인 가이드가 먼저 슬로프를 내려가면서 뒤따라오는 선수에게 무선 헤드셋을 이용해 방향·자세 지시 등을 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최사라(16·오른쪽)가 14일 알파인 스키 여자 대회전 시각장애 부문 경기에서 ‘G’라고 적힌 조끼를 입고 앞서 달리는 가이드 이경희(22)로부터 무선 통신을 들으면서 슬로프를 내려오는 모습. 위쪽 사진은 시상식에서 메달을 들고 파이팅 포즈를 취하는 사라(왼쪽)·길라 쌍둥이 자매. /대한장애인체육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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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고등학생이 되는 최사라에겐 일란성 쌍둥이 동생 최길라(전남)가 단짝이면서 경쟁자다. 동생은 이번 대회에서 회전과 대회전 3위를 했다. 최사라는 "동생도 1등 하고 싶어했거든요. '지금은 힘들겠지만 나중에 충분히 1등 할 수 있을 테니 열심히 같이 운동하자'며 위로해줬어요"라고 했다.
둘은 서울에서 같은 초·중학교를 다녔지만 동계체전엔 다른 지자체 소속으로 출전했다. 3개 시도에서 선수 3명 이상이 출전해야 정식 종목이 되는데, 국내 여자 시각 장애인 스키 선수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보니 사라·길라 자매가 소속팀을 나눴다.
이들은 유전적 원인으로 시각 장애(1급)를 안고 태어났다. 비장애인이 바늘구멍을 통해 사물을 들여다보는 정도의 시력만 남아 있다. 동공의 수축과 이완을 조절하는 홍채에도 문제가 있어 밝은 곳에선 물체에 초점을 맞추기가 더 어렵다. 그래서 평소 변색 렌즈가 있는 안경을 쓴다.
수영을 배웠던 사라·길라 자매는 2014년 12월 스키를 처음 접했다. 당시 대한장애인스키협회가 알펜시아에서 선수 발굴을 위한 장애인 스키학교를 열면서 여러 장애인 단체에 참가 안내를 했는데, 자매가 소식을 접하고 지원한 것이다.
쌍둥이는 금세 유망주가 됐다. 2015년엔 대표팀 꿈나무 선수로 뽑혔다. 최사라는 2016년 동계체전 2관왕에 올랐다. 2017년엔 자매가 각각 은 1개, 동 1개씩을 목에 걸었다. 평창패럴림픽이 열린 2018년엔 체전이 열리지 않았다. 2018~ 2019시즌 국가대표가 된 자매는 지난 1월 유럽 전지훈련을 겸해 출전한 국제대회(프랑스 바흐)에서도 입상했다. 최사라가 회전·대회전 1위, 길라는 두 종목 2위를 했다. 장차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는 잠재력을 확인했던 무대였다.
자매는 회전이나 대회전처럼 기문을 통과하는 기술이 중요한 종목뿐만 아니라 활강·수퍼대회전 등 스피드 종목에도 재능을 보인다. 한국이 역대 동계패럴림픽 알파인 스키 종목에서 딴 메달은 1개(한상민·2002 솔트레이크시티 남자 대회전 좌식 부문 은메달)뿐이다. 이정근(42) 장애인 알파인스키 국가대표팀 감독은 "최사라·길라 다 유연성이 좋고 집중력도 뛰어나다"면서 "지금처럼 발전한다면 베이징 동계패럴림픽에선 메달도 노려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송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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