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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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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로 우울한 ‘어르신 방콕족’…치매 위험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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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

캐나다 토론토대학 연구팀 조사

겨울·이른 봄에 인지기능 저하

여름철보다 치매진단 30% 높아

건강보험공단, 경도인지장애 진료

2017년 18만명…5년간 3배 증가

규칙적 생활·인지활동 예방효과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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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김모 노인은 요즘 바깥 출입이 줄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주 만나던 친구들 중 최근 몸이 안 좋다며 그냥 집에 있겠다고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어쩌다 약속이 잡혀도 막상 당일에 기온이 많이 떨어지면 약속을 미루거나 취소하기도 한다. 같이 사는 딸도 ‘추운 날 미끄러지기라고 하면 크게 다칠 수 있다’며 외출을 만류한다. 하지만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김씨는 우울한 감정이 든다. 조금씩 깜빡하던 행동도 요새 들어 더 잦아졌다.

일조량이 적고 날씨까지 추운 겨울철에는 노인들이 경도인지장애나 치매 진단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겨울이라도 꾸준한 외부활동으로 햇볕을 쬐고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통해 뇌 건강을 유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름에 비해 경도인지장애 및 치매 진단율 30% 증가=캐나다 토론토대학 연구팀은 2018년 프랑스, 미국, 캐나다의 3가지 코호트 연구에 등록된 3353명의 데이터 평가를 분석해 ‘계절이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응답자들에게는 신경심리 검사를 수행했다. 그 결과, 고령자들의 인지기능은 기온이 낮은 겨울과 이른 봄에 저하되고 이런 인지기능저하로 치매나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을 가능성은 여름철에 비해 30% 높아진다는 것을 밝혀냈다. 경도인지장애는 일상생활은 유지되지만 예전에 비해 집중력이나 기억력이 감소한 상태를 말한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경도인지장애를 겪는 인구는 급격히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경도인지장애와 치매 질환의 2012~2017년 건강보험 진료비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경도인지장애로 진료받은 인원은 2012년 6만3000명에서 2017년 18만6000명으로 3배가 늘었다. 연평균 증가율이 24.2%에 달한다. 연령별로 보면 10만 명당 진료 인원은 80대 이상이 2895명으로 가장 많았고 70대 2404명, 60대 868명, 50대 213명 순으로 많았다.

▶경도인지장애 놔두면 치매로 발전=문제는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치매 위험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은 환자의 80%가 5년 이내에 치매로 전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건강보험공단 자료에서도 경도인지장애 환자 증가는 치매 환자 증가로 이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치매로 진료받은 인원은 2012년 29만6000명에서 2017년 49만1000명으로 연평균 10.7%, 5년간 66% 늘었다. 연령별 10만명당 진료 인원은 80대 이상이 2만811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 70대 4869명, 60대 600명 순이었다.

경도인지장애가 기억장애, 언어능력 저하, 길 찾기 능력 저하, 성격변화 등의 증상이라면 치매는 인지장애가 서서히 진행해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힘든 상태를 말한다. 기억과 언어, 길찾기, 계산에서 장애를 보이고 폭력적인 성향과 의심하는 증상, 환각, 환청 등이 나타난다. 김종헌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경도인지장애 질환을 치료하지 않으면 치매로 빨리 전환될 수 있고 치매환자를 방치하게 되면 병의 진행이 더 빨라지고 삶 자체가 유지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조량 감소ㆍ우울감 증가가 치매 원인으로=겨울철에 고령자의 경도인지장애가 증가하는 원인은 기온에 따른 뇌혈류량의 변화, 일조량의 감소, 우울감의 증가 등 여러 복합적인 원인에 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성수정 강동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실제로 치매 어르신들은 저녁 때 인지기능이나 문제행동이 악화 되는 경우가 많다” 며 “겨울에는 기온이 낮고 일조량이 감소해 저녁 때와 비슷한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에 일 주기 리듬이 깨지면서 인지기능이 저하되기 쉬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추위로 바깥 외출을 꺼리면서 사람과의 대화나 활동이 적어져 노인성 우울증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도 인지기능을 악화시키는 하나의 요인이 된다. 우울증 자체가 인지기능을 악화시켜 치매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우울증이 있는 경우 치매 위험은 약 2배 정도 증가한다고 한다. 성 교수는 “부모님이 일상 생활 자체를 귀찮아 하면서 수면 패턴이나 식욕에도 변화가 생기면 그것이 바로 노인성 우울증 증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규칙적인 생활 습관과 인지활동이 도움=이렇게 겨울철 위험이 높아지는 경도인지장애나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식사와 수면, 스트레칭 등의 신체적 활동과 여가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 특히 부모님의 뇌를 젊고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상적 인지활동을 병행해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지인과의 만남을 통해 대화를 나누거나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 독서, 화투, 바둑 등 뇌를 사용할 수 있는 여가 활동 등이 도움이 된다. 이런 일상적인 인지활동들은 부모님의 인지 기능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치매를 예방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성 교수는 “부모님 기억력이 점점 나빠져 최근 일을 기억 못하는 등 인지기능이 점점 악화되거나 예전엔 다룰 수 있던 가전제품을 다루지 못하는 등 이전에 할 수 있던 일을 점차 못하는 상태가 된다면 치매가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 치매 검사를 받고 전문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ik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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