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국가기관이 익명으로 위장해 개입"…경찰관들, 대체로 혐의 부인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검찰이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이 조직적으로 '댓글 여론조작'을 한 내용 중 일부를 법정에서 공개했다.
검찰은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영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 간부 5명의 직권남용 혐의 사건 첫 공판에서 이들이 작성하도록 지시한 경찰 댓글 전담팀의 활동 내용을 일부 공개했다.
전담팀은 2011년 장자연씨 사건에 대한 재수사가 진행되자 "제보자의 신빙성이 떨어져 수사 가치가 없다"는 식의 댓글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동시에 "분당경찰서장이 철저한 수사를 약속했으니 믿고 기다리겠다"는 취지의 댓글도 달았다.
이와 유사하게 경찰의 수사에 관한 의혹이 제기된 여러 사건에서 전담팀은 경찰의 자체 진상조사를 지지하는 댓글과 관련 의혹 제기에는 신빙성이 없다는 댓글을 동시에 게시하는 '양 갈래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각종 집회를 깎아내리는 댓글을 다는 것도 전담팀의 주요 업무였다.
2011년 이 전 대통령의 공약이던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는 집회가 확산할 조짐이 보이자, 전담팀은 "학생들이 술을 많이 마시므로 반값 등록금을 요구할 자격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유포하기도 했다.
한·미 FTA 반대 집회를 두고는 마치 집회 장소 인근의 상인인 것처럼 꾸며 "집회 때문에 장사가 안 된다", "심장이 수십번 찢어진다"는 거짓말로 부정적 여론을 유도하기도 했다.
2011년 초 구제역이 급속히 확산하면서 이 전 대통령과 정부의 책임론이 제기됐을 때는 "당신이 병 나도 대통령을 탓하겠느냐"는 식으로 대통령을 적극 옹호한 사례도 있었다.
조현오 전 청장이 이른바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으로 궁지에 몰리자 조 전 청장 개인을 적극 옹호하는 댓글 활동도 했다.
검찰은 "조현오 전 청장의 지시에 따라 정부와 경찰에 호의적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국가기관이 익명의 개인으로 위장해 개입했다"며 "부하 경찰관들에게 본연의 임무를 위배해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직권을 남용했다"고 밝혔다.
반면 기소된 경찰 간부들의 변호인들은 아직 기록 검토가 덜 파악된 상태라며 구체적 의견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대체로 혐의를 부인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sncwo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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