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산 투입되는 분야 취업자만 증가세 유지
지난 2018년 연간 취업자수 증가폭 9만7000명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세금으로 만든 일자리’라고 평가한다. 산업 별 취업자 증감 현황 때문이다.
제조업(-5만6000명), 도·소매업(-7만2000명), 음식·숙박업(-4만5000명), 교육서비스업(-6만명), 부동산업(-1만2000명) 등 민간부문의 취업자수가 큰 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취업자가 11만9000명 증가했던 건설업도 지난해에는 취업자 증가폭이 4만7000명에 불과했다.
반면, 공공행정 및 국방(5만2000명),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12만5000명), 농림어업(6만2000명), 정보통신업(5만5000명) 등은 취업자가 증가했다. 정부가 직접 인력을 채용하거나, 각종 창업지원, 귀농·귀어지원 사업 등으로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분야들이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서비스업 부문의 취업자가 감소하는 등 민간 일자리가 줄어들었던 공백을 정부 세금이 들어간 일자리로 메웠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2019년 1월 고용동향’을 분석하면, 민간 일자리 공백을 세금을 풀어 메우는 흐름이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1월 취업자수 증가폭이 1만 9000명에 불과했는데, 정부 재정 사업으로 만든 일자리가 아니었으면 취업자수 증가가폭이 마이너스(-)로 추락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월 산업별 취업자 증감 추이(단위 : 만명, 자료 : 통계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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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좋은 민간 일자리의 ‘보고(寶庫)’로 평가되는 제조업에서는 취업자가 2017년 1월 이후 최대폭인 17만명 감소했다. 반도체 쇼크와 자동차 등 주력산업 구조조정으로 인한 제조업 침체가 취업자 급감으로 이어졌다. 음식·숙박업과 도·소매업, 사업시설관리 등 최저임금 10.9% 인상에 민감한 3대 업종에서는 취업자가 18만3000명 감소했고, 고용창출 기여도가 큰 건설업에서도 취업자가 1만9000명 감소했다. 연초 정부의 일자리 사업 추진 속도가 주춤한 영향으로 공공행정·국방 부문 취업자도 1만9000명 줄어들었다.
이와 달리 정부 재정 투입 사업이 많은 부문에서는 취업자 증가폭이 작년에 비해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각종 귀농·귀어 관련 정부 지원 사업이 많은 농림어업 취업자는 10만7000명 증가했다. 농림어업 취업자 증가폭이 10만명을 초과한 것은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처음이다. 간병·보육 관련 정부 지원사업이 많은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취업자는 17만9000명으로 작년 1월의 증가폭(4만명)의 4배 이상으로 규모가 커졌다. 정부의 스타트업 창업 지원 사업 영향을 받는 정보통신업 취업자는 9만4000명으로 작년 1월(9000명)의 10배 가량 확대됐다.
1월 실업자가 2000년 이후 19년만에 가장 많은 122만4000명으로 폭증하고, 취업자수 증가폭이 지난해 8월(3000명) 이후 가장 적은 1만9000명으로 급감하자 정부는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올해 공공부문 채용인력을 2만3000명에서 2만5000명으로 늘리고, 체험형 인턴 채용 규모를 작년(1만6000명)보다 2000명 이상 늘리기로 했다.
귀어 인구가 늘어나는 것에 착안해 수산업 부문에서는 올해부터 2030년까지 연 33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수산혁신 2030 계획’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계획은 수산업에서 2030년까지 총 4만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고 매출액 100조원, 가구 당 어가소득 8000만원을 달성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같은 대응이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 제조업 침체 등에서 비롯된 고용참사를 완화시키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부문 일자리 사업은 주로 20대 후반의 고용시장 진입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반면, 최근의 취업자 급감은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잃어버린 30~40대에 집중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40대 취업자는 사상 최대폭인 16만6000명 감소했고, 30대에서도 취업자가 12만6000명 줄어들었다.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전 통계청장)은 "취업자수 증가폭 급감, 실업자 급증 등의 추세가 1년 내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은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정책 부작용이 고용시장을 마비시키고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주고 있다"면서 "오류가 난 정책을 수정하지 않고 재정 투입을 늘려서 일자리를 지키겠다고 고집하게 되면 고용부진이 장기화되는 부작용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
세종=정원석 기자(lllp@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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