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사무국의 디지털 마케팅과 국제 관련 업무를 총괄하던 인물인 크리스 박 부사장(40·한국명 박준영)은 최근 10여년 동안 일한 메이저리그를 떠나 새로운 일터로 옮겼다. e스포츠 팀을 운영하는 GenG의 CEO가 크리스 박의 새 역할이다. 메이저리그의 노사 문제에서 시작해 디지털 마케팅, 국제 관련 업무 등을 두루 거친 메이저리그 전문가였던 크리스 박은 이제 게임단의 CEO가 됐다.
e스포츠는 빠르게 영역을 확장 중이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시범종목이 됐고,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정식종목이 된다. 올림픽에서 정식종목이 될 가능성도 높다.
젊은 팬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게임은 직접 하는 놀이에서 보고 즐기는 관람형 콘텐츠로 자리를 잡았다. 리그 오브 레전드(롤)의 최고 스타 페이커(이상혁·SK T1)의 연봉은 KBO리그 최고 연봉을 받는 롯데 이대호(25억원)를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e스포츠 역시 흥행이 최우선 과제다. 팬들이 많이 보고, 즐기고, 이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면서 리그의 외연이 확장된다. 당연히 재미있어야 한다. e스포츠는 이를 위해 수많은 변화를 꾀한다. 최근 e스포츠의 가장 큰 이슈는 ‘경기 시간 단축’과 ‘인플레이 시간 확대’다. 기다리는 시간(볼 데드)을 줄이고, 전투 시간(인플레이 타임)을 늘려야 한다.
‘롤’은 초창기에 경기 초반 2분30초 동안 게이머가 할 일이 없었다. 성장을 기다리는 시간이었다. 개발사인 ‘라이엇’은 얼마 뒤 그 2분30초를 없앴다. 경기 시작 뒤 가능한 한 빠른 시간 안에 전투가 시작돼야 했다. 2017년 패치 때 문제가 생겼다. 원거리 딜러들의 경기 후반 가치가 높아지면서 경기 초반을 버티는 이른바 ‘침대 메타’가 유행했다. 초반 전투가 줄었고, 경기 시간이 50분 언저리까지 늘었다. 2018년 패치 때 원거리 딜러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너프’를 결정했다. 리그 생태계가 빠르게 바뀌며 적응했다. 2018시즌 이후 경기 시간은 30분 언저리로 줄었다.
또 하나의 인기 e스포츠인 배틀그라운드(배그)는 대회용 규칙이 다르다. 경기 초반 파밍(전투를 위한 장비 모으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자기장 축소 시간을 당겼다. 자기장을 피해 빠르게 전장으로 이동하며 전투를 벌여야 한다.
경기 시간 단축, 인플레이 시간 확대는 메이저리그의 방향과 똑같다. 불펜이 강해지니, 타자들은 홈런을 노린다. 연속 안타로 득점 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삼진이 늘고, 인플레이 시간이 줄었다. 볼 데드 시간이 늘었다. 과감한 ‘패치’를 계획 중이다. 교체된 투수는 최소 3타자를 상대해야 한다거나, 마운드 방문 횟수를 줄인다거나 심지어는 야구 시작 뒤 바뀌지 않은 투구 거리 60피트(18.44m)를 늘리는 안까지 고민 중이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SBC)은 아예 7이닝 야구를 선언했다.
KBO는 2019시즌 중요한 패치를 발표했다. 공인구의 반발계수가 낮춰진다. 국제경쟁력 강화와 타고투저 완화가 이유다. e스포츠로 치면 타자들의 공격력에 대한 너프 시도다. 패치에 대한 시뮬레이션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KBO리그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한 방이 경기 후반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리그였다. 섣부른 너프 패치의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e스포츠는 다음 패치 때 수정하면 되지만 현실 리그는 수정이 쉽지 않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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