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오키나와(일본), 이상학 기자] “한 번만 건강한 몸이 됐으면 좋겠다”.
지난 3일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KIA 투수 윤석민(33)은 솔직했다. “겨울에 훈련을 많이 했는데 생각처럼 몸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 마음은 급한데 어깨 회복이 더디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하지만 걱정된다”는 것이 윤석민의 말이었다. 결국 11일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기로 결정했다. 실전 준비가 임박한 오키나와 캠프를 떠나 함평 재활군에서 몸을 만들면서 시즌을 준비한다.
예상보다 일찍 캠프를 마무리한 윤석민이지만 그에겐 이루고 싶은 목표가 하나 있다. 한때 KBO리그를 호령한 최고의 투수였지만 지금은 거창한 목표가 없다. 윤석민은 새 시즌 목표에 대해 “건강한 몸으로 시즌을 보내는 것이다. (건강하지 않은 상태로) 어느덧 5~6년 시간이 지났다. 야구 인생이 끝나기 전에 한 번만 건강한 몸이 됐으면 좋겠다. 그게 목표”라고 말했다.
윤석민에겐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세월무상이다. 그는 프로 데뷔 초 ‘석민 어린이’라고 불렸다. 앳된 얼굴로 당찬 투구를 하던 모습에 팬들이 붙여준 애정 어린 별명이었다. 그랬던 윤석민이 이제 KIA 투수 중 최고참이 됐다. 아직 노장이라고 불릴 나이는 아니지만 선배 선수들이 하나둘씩 팀을 떠나며 최고령 타이틀이 붙었다.
그는 “사실 아직 최고참이 될 나이가 아닌데 그렇게 됐다. 최고참이라고 해서 뭔가를 누릴려고 하진 않는다”며 웃은 뒤 “어린 선수들과 같이 어울려서 모든 운동을 소화하려 한다. 후배들에겐 가능한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준다. 조금이라도 편한 환경에서 기량을 발휘할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5년 윤석민이 KIA에 입단했을 때 때 투수 최고참은 당시 39세였던 이강철 KT 감독이었다. 윤석민은 “그때는 ‘내가 언제 최고참이 될 수 있을까’ 막연하게 생각했다. 어느새 나도 15년차가 됐다. 세월이 빨리 갔다. 예상보다 이르게 최고참이 됐고, 새롭게 느끼는 것도 많다”며 “아무래도 세월이 흐르니 몸이 예전처럼 따라주지 않는다. 어린 선수들 운동하는 것을 옆에서 보면 부럽기도 하다. 나도 어렸을 때 순발력 좋고 힘이 넘쳤는데 ‘세월이 야속하구나’ 싶은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무심히 흐른 세월, 이제는 보장된 자리도 없다. 올 시즌 윤석민은 선발투수 후보 중 하나로 언급되고 있다. 김기태 KIA 감독은 “양현종과 외국인 투수 2명(제이콥 터너, 조 윌랜드)만 확정이다”며 나머지 자리는 경쟁을 선언했다. 윤석민 역시 “나도 경쟁해야 한다. 내 자리가 있는 게 아니다”고 현실을 받아들였다.
1군 캠프에서 나와 함평 재활군으로 이동하면서 경쟁에선 한 발 뒤처졌지만, 어깨 상태가 회복되고 실전 감각만 어느 정도 찾으면 기본 이상을 할 수 있는 투수다. FA 계약기간이 끝난 지난 겨울, 윤석민은 구단에 연봉을 백지위임했다. 사상 최다 삭감(10억 5000만 원)액인 2억 원에 사인했지만 자존심을 내려놓고 팀을 위해 백의종군할 각오는 됐다.
“야구 인생 끝나기 전, 한 번만 건강한 몸이 됐으면 좋겠다”는 윤석민의 진심. 팀 투수 최고참이 된 그에게 어느 때보다 간절한 꿈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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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오키나와=박재만 기자 pjmp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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