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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염정아 "핏줄까지 연기? 데뷔 26년만에 10대 팬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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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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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탤런트 염정아(47)는 요즘 꿈을 꾸는 것 같다. JTBC 드라마 ‘SKY캐슬’로 데뷔 26년 만에 10, 20대 팬이 생겼기 때문이다.

지난해 영화 ‘완벽한 타인’(감독 이재규)이 관객 529만 명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한 데 이어 ‘SKY캐슬’은 마지막 제20회가 시청률 23.8%(닐슨코리아 전국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좋은 작품을 만나길 손꼽아 기다렸는데, “사랑까지 받아 행복하다”면서 “신기하게 머리를 짧게 자른 뒤 계속 잘된다”며 미소지었다.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고 있다. 나를 모르던 젊은 친구들이 ‘SKY캐슬’을 통해 알게 되지 않았느냐. 종방연 때 편지 주고 나만 찍으러 오는 친구들이 있더라. 어렸을 때도 이런 경험을 못해봤다. 그래도 추운데 종방연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건 마음이 불편하더라. 대학생이라고 하기에 ‘공부해야 되지 않느냐’고 했다. 공항에도 팬들이 나와서 배웅해준다. 다들 어떻게 스케줄을 알고 오는지 모르겠다.”

사실 첫 회 시청률이 1.7% 나왔을 때는 ‘멘붕’이 왔다. 탄탄한 극본, 센스 있는 연출, 연기 잘하는 배우들까지 모든 게 자신 있었다. 파이팅 넘치게 시작했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고 순간 ‘시대와 맞지 않는 드라마인가?’라고 의심했다. 스스로에게 실망스럽고 주눅도 들었다. 이런 생각은 하루 만에 바뀌었다. 2회 4.4%를 찍더니 입소문을 타고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웠다.

염정아는 “지금도 인터뷰를 하고 있지만 남의 일 같다”면서 “나한테 일어난 일이라는 생각이 안 든다. 연기자 생활을 오래했지만 이렇게 시청률이 많이 나온 적은 처음이다. 이런 수치가 나올 수 있다는 게 놀랍다. 기적에 가까운 일 아니냐”고 되물었다. “종방 후 발리에 화보 촬영하러 갔더니 현지 팬들이 새벽인데도 공항에 나와 있더라. 한국말로 ‘SKY캐슬’ ‘예서 엄마’라고 해서 놀랐다”며 “내 연기를 보고 좋아해주는 분들 아니냐. 정말 감동적이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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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정아가 연기한 ‘한서진’은 겉보기에는 모든 게 완벽한 여자다. 두 딸 ‘예서’(김혜윤)와 ‘예빈’(이지원)의 교육과 대학병원 정형외과 교수인 남편 ‘강준상’(정준호)의 내조도 척척 해낸다. 상위 0.1%의 명문가 사모님들이 모인 캐슬 안에서 선망의 대상이다.

염정아는 ‘핏줄까지 연기한다’는 극찬을 들을 만큼 섬세한 연기를 펼쳤다. “진짜 핏줄까지 연기하는 줄은 몰랐다”면서도 메인 연출자인 조현탁 PD에게 공을 돌렸다. 조 PD와는 ‘마녀보감’(2016) 이후 두 번째 호흡이다. 조 PD는 “염정아는 예술적 동반자”라면서 애정을 드러냈다. 염정아 역시 조 PD에게 ‘SKY캐슬’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안 할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며 “‘감독님만 믿고 가자’고 마음먹었다”는 이심전심이다.

“처음에는 앵글이 낯설었다”며 “오재호 촬영 감독님이 카메라를 계속 들고 찍어서 ‘괜찮을까?’ 반신반의했는데 방송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내가 연기한 걸 100%, 아니 200%를 전달하더라. 연기자 혼자 잘한 게 아니라 카메라, 조명, 편집까지 스태프들의 노력 덕분”이라며 고마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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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갈 미향’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한서진은 우아하고 기품 있는 척 했지만, 분노하면 ‘아갈머리 확 찢어 버릴라’는 욕설도 서슴지 않았다. 신분을 바꾸기 전인 ‘곽미향’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유행어가 될 줄은 예상 못했지만, 극본을 보고 “연기할 생각을 하니 신났다”고 돌아봤다.

캐릭터와 싱크로율을 묻자 “곽미향? 아님 한서진?”이라면서 “둘 다 나와 많이 닮지 않았다. 난 야망이 있거나 계산적이고 주도면밀하지 못하다. 허점이 많고, 곽미향처럼 똑똑하지도 않다”며 웃었다.

한서진은 기존의 드라마에서 선보인 뻔한 주인공이 아니다. 김서형(46)이 연기한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은 전형적인 악녀 캐릭터다. 이와 달리 한서진은 선과 악을 넘나들며 복잡한 감정을 전달해야 해 힘들지 않았을까.

“오히려 힘들어서 더 재미있었다. 한서진은 여러 인물들과 부딪히면서 대립각에 섰다. 누군가와 진심도 나누지 않았다. 후반부까지 중심을 잡고 가야 해 인물들과 관계 변화에 집중했다. 사실 나는 완벽하게 준비를 해가는 스타일이 아니다. 극본을 꼼꼼히 보면서 대사만 착실하게 외우고, 현장에서 상대방을 보고 감정을 얻는다. 바로 앞 신에서 각 인물과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메모해서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각 인물과 관계를 철저하게 계산해서 연기하지 않으면 맥이 끊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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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정아는 2006년 정형외과 의사 허일(48)씨와 결혼해 1남 1녀를 두고 있다. 왜곡된 모성애를 지닌 한서진을 보며 “너무 안타까웠다. 한서진은 아이를 위한 게 아니라는 걸 모르고 있지 않느냐. 그걸 아는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무엇보다 ‘이 열악한 환경에서 한 가정이라도 살려보자’는 유현미 작가의 진심에 공감했다.

그러나 염정아는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닐 때까지만 해도 딱 달라 붙어서 하나부터 열까지 챙기는 ‘열혈 엄마’였다. 그렇게 해야 마음이 편하고, 엄마로서 잘하는 건 줄 알았다. 어느 순간 아이들이 스스로 하는 모습을 보고 ‘이렇게 커 가는구나’ 싶더란다.

“우리 아이들도 똑같이 학원 다니고 학습지도 한다. 많이 시키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 더 해야 하니까 안쓰러운 부분도 있다”며 “아직 아이들이 초등학생이어서 고등학교 내신 관리가 중요하고 봉사활동이 점수에 들어 가는지도 몰랐다. 수능은 먼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이들 대학 보내는 게 보통 일이 아닌 것 같다. 이 작품을 하고 더 두려움이 생겼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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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의 응원은 큰 힘이 됐다. 아이들도 ‘SKY캐슬’ 열성 시청자다. “1, 2회 빼고 다 봤다”며 “엄마가 나와서 더 관심 갖고 재미있어 했지만, 딱히 나를 ‘배우’나 ‘연예인’으로 인식하지는 않는다. 옆에서 친구들이 보고 많이 얘기하니까 신기해하는 것 같다”고 짚었다.

“남편도 ‘재미있다‘고 응원해줬다. 오늘도 나오는데 자기 얘기는 하지 말라고 하더라. 어떻게 얘기를 안 하느냐. 지금 남편이 많은 관심을 받아서 너무 부끄러워하고 불편해 한다. 정준호씨와 닮았다고? 하하. 안경 쓰고 콧수염을 길러서 닮아 보이는 것 같다. 강준상처럼 정형외과 의사지만 전혀 다르다. 마마보이이거나 우유부단하지 않다. 야망 있는 스타일도 아니다. 내가 연기하는데 방해될 까봐 병원 얘기도 안 하더라.”

염정아는 쉰을 바라보고 있지만 고급스러운 미모에는 변함이 없다. 괜히 ‘미스코리아 출신이 아니구나’ 싶다. 눈가의 주름마저도 자연스럽고 예뻐 보인다.

“난 취미도, 특기도 없다. 그냥 부지런만 하다. 집에서도 몸을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엄마와 연기자 사이에서 균형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쉽지 않다. 드라마 ‘로열패밀리’(2011)도 그렇고, 센 캐릭터로 많이 각인 됐지만 섭섭하거나 아쉽지는 않다. 망가지고 싶지 않느냐고? 하하하. 나 웃긴 거 정말 좋아한다. 그런 작품을 꼭 만나고 싶다. 앞으로도 부담감 가지지 않고 하던 대로 할 거다. 우선 지난해 촬영을 마친 영화 ‘미성년’(감독 김윤석)으로 관객들을 만날 것 같다. 차기작도 빨리 정할거다. 재미있는 연기 또 해야 되니까.”

pl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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