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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인터뷰②]`신과의 약속` 오윤아 "연기 호평 감사…아직 멀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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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아는 `신과의 약속` 속 악녀 우나경에 대해 "부담을 많이 느꼈지만 진실하게 그려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제공|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MBC ’진짜사나이300’을 통해 특전사 장교로 거듭난 오윤아는 곧바로 들어간 드라마에서도 군기가 ’바짝’ 들어있었다. ’안 되는 건 없다’는 걸 몸소 체험하고 돌아온 만큼, 본업인 연기 활동에서도 또 한 번의 도전을 통해 전례 없던 ’악역’을 완성하고 있는 것.

오윤아는 16일 종영을 앞두고 인기 고공행진 중인 MBC 주말드라마 ’신들의 약속’에서 우나경 역을 열연하고 있다. 극중 우나경은 흙수저 출신의 변호사이자 서지영(한채영 분)의 여고 동창. 뛰어난 머리로 전교 1등, 최고대학 법대생, 사법고시 패스 등 천지건설 법무실장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흙수저 신분을 뛰어넘은 성공을 위해 천지건설 회장의 아들 김재욱(배수빈 분)을 남편으로 만든 그는 불임 판정을 받아 아이를 낳지 못하지만, 재욱과 지영의 아들 준서(남기원 분)를 데려와 키우면서 누구보다 강한 모성애를 발휘한다. 자신의 욕망이 강해질수록 악녀 본능을 드러내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오윤아는 "우나경은 전작들 속 캐릭터와 다르게 확실한 악역인 것 같다. 물론 이렇게까지 될 수밖에 없는 사연이 있지만, 그 속사정까지 다 보여줄 순 없기 때문에 ’내가 잘 그려낼 수 있을까’에 대한 부담이 없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역시나 드라마는, 진실함을 잘 보여주면 캐릭터가 잘 살아남는다고 생각한다. 단 한 번의 장면이라도 인물의 감정을 더 진실되게 그려내려 하자 처음에는 욕하는 사람들만 있었는데 지금은 연민의 감정으로 봐주시는 분도 계시더라"고 말했다.

"요즘 나경이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상황들도 있고, 왔다갔다 하는 감정이 많아 눈을 깔고 얘기하는 장면이 많은데 초반에는 계속 톡톡 쏘아붙여야 하는 캐릭터라 너무 심하게 쳐다봐 온 거예요. 캐릭터에 몰입하다 보면 의도하지 않아도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연기할 때가 종종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요즘 눈이 너무 아파요. 지영이(한채영)도 ’너랑 연기하면 왜이렇게 눈이 아프지?’ 할 정도로, 제가 계속 쏘아보고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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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아가 `신과의 약속` 우나경의 `이유 있는` 모성애에 대해 설명했다. 제공|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드라마는 극 초반 터무니없이 자극적인 설정이라는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각 인물들의 선택과 행동이 개연성 있게 그려지면서 고정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고, 종영을 단 1주 남겨둔 현재 15%를 넘나드는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상승세에 대해 오윤아는 "너무 좋고, 감사하다. 요즘은 시청률이 안 나올 땐 너무 안 나오니까 충격도 받는데, 열심히 한 만큼 많은 분들이 봐주시는 거니 고마울 따름"이라고 했다. 희망 시청률을 묻자 "그래도 20%는 찍고 끝났으면 좋겠다. 요즘 워낙 재미있고 좋은 작품이 많지만 그래도 기대는 하고 있다"며 웃었다.

최근 극중 우나경의 악행은 천륜을 넘어선다는 말이 나올 정도. 도를 넘어선 악행은 이를 연기하는 오윤아로서도 난감할 때가 많단다. 그는 "나는 항상 내 역할을 사랑하기 때문에, ’이게 마지막일거야’라고 생각하고 불태워 연기하곤 하는데 그러고 나면 더 심한 게 또 나오곤 하더라"며 "항상 대본을 받고 나면 마음이 무겁다"고 난처해했다.

’신과의 약속’은 서지영(한채영 분)의 모성애를 중심으로 극이 전개되고 있지만, 우나경 역시 또 다른 엄마인 만큼, 우나경의 모성애에 대한 오윤아의 생각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부분이 멋있다고 생각하면서 결정한 것도 있어요. 우나경이라는 여자는, 어쩌면 자신의 친자식이 아니기 때문에 더 끔찍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 거죠. 나경은 사생아에, 부모에게 버림받고 오로지 혼자 힘으로 여기까지 온 사람이에요. 아주 사소한, 평범한 행복도 받아보지 못한 인물이죠. 그러니까 얼마나 더,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갖고 싶겠어요. 결국 모든 걸 버리고 재욱을 만나 결혼했는데 유산하고, 또 폐경이 와서 아이는 못 낳고... 자기 자식을 낳아도 애지중지 했을텐데 자기 자식도 아니고, 그런데 또 재욱이 사랑하는 아이니까. 그 아이를 키우는 사람의 마음에서 그리고 아이를 못 갖는 입장에서 더 집착하는, 복합적인 마음이 있었을 것 같아요. 실제로 배아파서 낳은 부모보다도 더, 상상 이상의 사랑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고, 그런 마음으로 연기를 했어요."

어쩌면, ’신과의 약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수한 갈등은 우나경의 불우한 성장 환경이 바탕이 된 정신적 결핍에서 비롯됐는지도 모른다. 그러면서도 그는 "하지만 아이에게 미친듯이 사랑만 있는 건 아닌 것 같고, 지영이라는 존재가 있으니 어떨 땐 미울 것 같기도 하고, 때로는 배신감도 들 것이다.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게 되는 상황"이라고 우나경에 대해 해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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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은 배역마다 호평을 받는 오윤아는 "아직 멀었다. 연기는 끝없는 작업"이라며 겸손하게, 담담하게 말했다. 제공|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나경을 연기하면 할수록 그런 생각이 들어요. 만약 나에게 이런 상황이 닥친다면, 나경 정도까지 머리를 쓰진 못하겠지만 비슷하게 하지 않았을까 싶은 거죠. 행복을 너무 병적으로 갈구하다 보니 이런 일들이 생기는 건데, 사실 일부러 행복을 좇다 보면, 잃는 게 더 많고 결국 너덜너덜해지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 여자는 행복을 모르기 때문에 사소한 것에서도 다 집착하는 거죠. 그래도 다 무너지고 나면, 뭔가 깨달음을 얻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나경의 깊은 심연을 이해하고, 함께 눈물 흘리며 연기하는 오윤아의 노력 덕분에 우나경 역시 명백한 악역임에도 불구, 시청자의 미움만 받고 있진 않은 상황. 앞으로도 우나경의 ’큰 것 한 방’이 남아 있지만 오윤아는 "나에게도 숙제지만 최선을 다 해 살려보겠다"며 웃음을 보였다.

레이싱모델에서 배우로 전향해 필모그래피를 쌓아온지도 어언 15년. 그동안 ’공부의 신’, ’아테나:전쟁의 여신’, ’무자식 상팔자’, ’앵그리맘’, ’사임당, 빛의 일기’, ’훈남정음’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수의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여온 오윤아는 언제부턴가 ’연기 잘 하는 배우’라는 평이 늘 따라다닌다. 아마도 진정성을 불어넣은 캐릭터 덕분이리라. 하지만 본인은 자신의 연기에 대해 절레절레 했다.

"저는 정말, 한 번도 연기 잘 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물론 ’이 장면에서 이건 잘 표현한 것 같다’ 생각한 적은 있지만 부족한 게 많다고 생각해요. 아직 멀었죠. 차근차근 공부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항상 대충대충 하려 하지 않고 집중해서 하려는 편이고, 그런 게 쌓이다 보면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 싶긴 하지만, 사실 연기자라는 직업은 끝이 없고, 항상 시작만 있는 직업인 것 같아요. 늘 새로운 작품,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해야 하는 일이다 보니, 만족이라는 건 평생 못 할 것 같아요. 강부자, 박근형 선생님도 ’한번도 본인의 연기에 만족한 적이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감히 저 같은 사람이? 제 연기에 대해 좋다 안 좋다 말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지난 작품을 통해 ’센 캐(릭터)’ 이미지가 강했던 그가 꿈꾸는 캐릭터는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이다. 오윤아는 "사람냄새 나는 작품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 편안한 연기를 통해 공감을 줄 수 있는 인물.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그런 역을 계속 기다리고 있고, 그런 편안한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눈을 반짝였다.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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