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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병사 평일 외출 첫날… 주변 상인들 "오랜만에 동네가 활기"

조선일보 양주=김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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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병사 평일 외출 첫날… 주변 상인들 "오랜만에 동네가 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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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수출 사상 첫 7천억 달러 달성…전세계 6번째
장병 ‘평일 외출’ 첫날, 경기 양주 軍부대 마을 가보니
상인들, ‘장병 외출 특수’ 기대감…"오랜만에 활력 돈다"
지자체들도 스크린야구장·어학강좌 등 ‘軍마케팅’
외출 나온 장병들 ‘함박웃음’…"놀 거리 부족" 반응도

"침체돼 있던 우리 동네가 ‘군 장병 외출 특수’에 활력을 되찾았어요."

지난 1일 오전 9시 육군 25사단 본부와 사단 신병교육대가 있는 경기 양주시 남면 신산리 상인들은 장사 준비에 한창이었다. 이날부터 일과 후 외출이 허용되면서 상인들은 장병들이 부대 앞 상권을 이용할 것이란 기대감에 부풀었다. 남면에 있는 식당은 30여 곳. 치킨, 양꼬치, 중식 등 메뉴도 다양한 편이다. 장병들이 주로 찾는 PC방과 노래방도 부대 입구에서 걸어서 10분 거리 내에 있다.

남면 번영회장 전병우(59)씨는 "그동안 주말에 외출·외박 나오는 장병들은 양주 대신 동두천이나 의정부 시내로 많이 빠져나갔다"며 "그래도 평일엔 외출 시간이 제한돼 가까운 우리 동네에서 주로 시간을 보낼 것으로 예상해 상인들 사이에 오랜만에 활력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1일 경기 양주시 남면의 한 카페에서는 외출 나온 사병들을 위해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우영 기자

1일 경기 양주시 남면의 한 카페에서는 외출 나온 사병들을 위해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우영 기자


◇군부대 주변 상인들, 별도 메뉴 개발에 각종 할인까지
남면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미영(43)씨는 ‘장병 외출 특수’를 맞을 생각에 아침부터 재료 손질에 여념이 없었다. 김씨는 "오늘부터 가게에 더 많은 장병 손님이 찾을 거라 예상한다"며 "평소엔 생닭 50마리를 준비하는데 이번엔 70마리를 준비해놨다"고 했다. 김씨는 외출 나온 장병이 혼자서도 즐길 수 있도록 ‘혼밥 메뉴’인 1인용 치킨·피자도 따로 내놨다고 한다. 인근 카페 사장 장광수(33)씨는 "지갑이 가벼운 사병들을 위해 모든 메뉴 500원 할인과 함께 사이즈 업그레이드도 해 줄 계획"이라고 했다.

남면 상인들이 ‘군인 마케팅’에 나선 것은 국방부가 이날부터 전국 군부대 장병에게 평일 일과 후 외출을 전면 허용했기 때문이다. 외출 시간은 오후 5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총 4시간. 지휘관의 승인만 있다면 분·소대 단결 활동을 위해 가볍게 술도 마실 수 있다.

1일 오후 6시쯤 외출 나온 육군 25사단 장병들이 경기 양주시 남면 일대를 걷고 있다. /김우영 기자

1일 오후 6시쯤 외출 나온 육군 25사단 장병들이 경기 양주시 남면 일대를 걷고 있다. /김우영 기자


◇ 지자체도 ‘軍 마케팅’… ‘맛집 리스트’에 스크린야구장·VR체험장도
지자체도 ‘외출 특수’를 겨냥한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양주시는 군인이 좋아할 만한 ‘맛집 리스트’를 실은 시(市) 소식지를 1만부 가량 발행해 각 부대에 전달할 계획이다.


양주시 관계자는 "군인들의 이동 편의를 위해 버스 노선도 늘리고, 지역 화폐인 ‘양주사랑상품권’을 사병들에게 나눠줘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주시는 매년 병사 1만 5000명이 외출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에 따른 경제효과를 연 36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군 병력 1만 6000여 명이 주둔해 있는 강원 양구군은 올여름까지 스크린 야구장, 가상현실(VR) 체험장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읍면 사무소에 강의실을 마련해 어학·컴퓨터 프로그램 강좌도 개설하기로 했다. 경기 연천군은 별도로 기획팀까지 꾸려 장병들의 관심이 높은 교양 강좌와 놀 거리 등을 준비하고 있다.

1일 경기도 양주시가 군 장병들을 위해 시소식지에 담은 ‘맛집 리스트'. /김우영 기자

1일 경기도 양주시가 군 장병들을 위해 시소식지에 담은 ‘맛집 리스트'. /김우영 기자


◇장병들 "PC방 갔다가 치킨집" 웃음 가득…일부선 "놀거리 없다"시큰둥
이날 오후 6시가 되자 남면 일대에는 외출 나온 병사 수십 명으로 북적였다. 2~4명씩 짝지은 장병들은 인근 식당과 PC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장병들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한 PC방 앞에서 만난 박모(24) 병장은 "부대 인근에 PC방이 있어서 잠시나마 스트레스를 풀고 갈 계획"이라며 "복귀 직전엔 치킨도 한 마리 먹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모(23)병장은 "군인들이야 당연히 잠깐이라도 내보내주면 좋아하지 않겠냐. 지체할 시간이 없다"며 PC방으로 서둘러 들어갔다.


하지만 일부 장병 사이에선 시큰둥한 반응도 나오고 있다. 강원 삼척시 23사단에서 복무 중인 A(22) 상병은 "다른 부대원들 눈치도 보이는데 굳이 평일에 외출할 일은 많지 않을 것 같다"며 "4시간 안에 복귀해야 하는 평일보다 차라리 주말에 느긋하게 나가겠다"고 했다. 지난해까지 평일 외출 시범 운영을 한 부대에 근무하는 B(29) 중사는 "아무래도 시범기간에는 상부에서 적극 권장하니까 병사들이 많이 외출했다"며 "막상 도심까지 나가려면 택시비도 들고 부대 주변에 놀거리 등이 부족해 아직 반응이 뜨뜻미지근한 상태"라고 했다.

이상주(59) 양주시 남면장은 "양주의 작은 마을들은 상대적으로 놀 거리, 먹을거리가 부족해 장병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사병들이 가까운 읍면에서 편히 놀다 복귀할 수 있도록 상인들에게 서비스 개선 등을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주=김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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