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은 지난달 30일 "2019 아시안컵을 마지막으로 국가대표라는 큰 영광과 막중한 책임을 내려놓으려고 한다"며 은퇴를 선언했다. 2008년 9월 요르단과 치른 친선경기에서 A매치에 데뷔한 기성용은 2010·2014·2018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과 2011·2015·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등 최고 권위 대회에 출전하며 대표팀 핵심 자원으로 자리 잡았다. 여러 외국인 감독을 거쳤음에도 기성용이 가진 정확한 롱패스를 바탕으로 한 공간 활용 능력은 언제나 대표팀 전술의 중심이었으며 '빌드업' 전술을 구사하는 벤투호에서도 변함없었다.
기성용과 같은 시대에 활약한 구자철도 아시안컵 8강 카타르전 이후 "후배들이 대표팀을 잘 이끌어줬으면 좋겠다"며 은퇴를 시사했다. 풍부한 활동량과 골 결정력까지 갖춘 구자철은 2011 아시안컵 득점왕을 차지하는 등 10년간 한국 축구에 대들보 역할을 해왔다.
벤투 감독이 기존 스타일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빌드업'은 중원 미드필더가 핵심인 전술이다. 이 때문에 이 역할을 맡던 두 베테랑의 이탈로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당장 오는 6월부터 2022 카타르월드컵 예선 일정이 시작되는 상황에서 전방 패스가 실종되고 돌파 시도가 극도로 제한된 아시안컵에서의 잘못된 빌드업으로는 본선 진출조차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미래는 희망적이다. '유망주 풍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해외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어린 선수가 많고, 이들이 기성용·구자철과는 다른 스타일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권창훈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가장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 선수다. 19세 이하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가능성을 보인 권창훈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볼 배급력과 중거리슛 능력이 뛰어나다. 2016년 수원 삼성에서 프랑스 디종FCO로 이적한 후 폭발적인 드리블로 돌파 시도를 즐기며 기량이 만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적극적인 돌파는 벤투호 템포를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부상에서 복귀한 후 소속팀 경기에 나서고 있는 권창훈은 이르면 오는 3월 A매치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
한국 역대 최연소로 유럽 1군 데뷔 역사를 쓴 이강인(발렌시아)은 가장 촉망받는 기대주다. 아직 18세밖에 안 된 어린 나이에 스피드가 눈에 띄게 빠르지는 않지만 키핑 능력이 탁월해 '탈압박'이 필수인 현대 축구 흐름에 어울리고, 패스 능력도 뛰어나 벤투호에서 중원을 맡는 데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페인 라리가 지로나FC에서 뛰는 백승호는 오랜 기간 FC바르셀로나 유소년팀과 2·3부 리그를 거치다 지난해 8월 지로나FC로 이적한 후 지난달 10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국왕컵 16강전에 선발 출전했다. 중앙 미드필더로 양발을 잘 쓰지만 많은 경기에 출장해 감각을 회복하는 게 관건이다. 신체 조건(182㎝)도 나쁘지 않은 만큼 그의 공격력에 기대를 걸 만하다.
이미 아시안컵에서 중원을 책임졌던 황인범의 성장도 더 지켜봐야 한다. 아직 24세에 불과해 새 둥지를 튼 미국프로축구(MLS) 팀 밴쿠버 화이트캡스에서의 성장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벤투호의 가장 가까운 A매치는 오는 3월 볼리비아·콜롬비아와 치를 평가전이다. 월드컵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가진 벤투호의 세대교체 실험이 한시라도 빨리 이뤄져야 할 때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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