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는 지난 28일 한국으로 돌아왔다. 우승을 염원했던 2019 아랍에미리트 아시안컵은 카타르에 충격 패를 당하며 8강으로 조기 마감했다. 비난 여론이 거셌지만, 벤투 감독은 크게 흔들리지 않는 듯했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모습은 건방보다는 자신감으로 비춰졌다. 입국 인터뷰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월드컵 지역 예선을 잘 이끌겠다”라며 마이웨이를 선언했다.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더 나은 내일을 향해 나아가는 건 고무적이지만, 실패를 되짚지 않고 마냥 잊으려는 태도는 안 된다. 벤투 감독이 공언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을 잘 치르기 위해서는 세 가지의 과제를 풀어야 한다.
▲공격적인 전술
벤투호는 이번 아시안컵에서 무색무취의 전술 때문에 비난을 받았다. 의미 없는 점유율만 확보할 뿐, 문전 세밀함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벤투 감독 역시 “공격을 잘해야 하고, 기회를 효율적으로 살려야 한다. 이번 대회를 통해 미약했던 부분이 분명하게 드러났으며, 문전에서 날카롭지 못했다”라며 더 날카로워질 공격력을 예고했다.
그러나 자신의 스타일을 바꿀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추구하는)철학과 플레이 스타일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우리가 해온 것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마이웨이를 선언했다.
전술이나 선수기용은 전적으로 감독 고유의 권한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제3자가 왈가왈부해선 안 되고, 믿어줘야 한다. 다만 발전하는 경기력과 결과가 뒷받침되어야 존중도 있는 법. 아시안컵 때와 같은 지루함이 이어진다면, 과거 한국을 이끌었던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적절한 세대교체
아시안컵 탈락 이후 줄줄이 은퇴를 선언한 베테랑들의 공백도 채워야 한다. 구자철(29·아우크스부르크)은 8강이 끝나고 곧장 대표팀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기성용(30·뉴캐슬 유나이티드)와 이청용(30·보훔) 역시 태극마크를 내려놓을 전망이다.
현 대표팀이 보완해야 할 공격 전개의 핵심 자원들이 이탈하는 만큼, 적절한 세대교체가 절대적이다. 미디어와 팬들은 권창훈(24·디종), (황인범(22·대전 시티즌), 이강인(17·발렌시아), 백승호(21·지로나) 등을 대체자로 점치고 있다.
이에 벤투 감독은 “구자철과 기성용이 은퇴한다고 해서 세대교체까지 거론하는 건 어렵다. 지켜봐야할 문제다. 최대한 많은 선수들을 지켜볼 것”이라며 당장의 큰 변화보다는 점진적인 움직임을 시사했다. 적절한 선수만 찾는다면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전술의 날카로움과 세대교체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다.
▲행정 개선
현대 축구에서는 경기장 외적 요인에도 신경을 써야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했다. 대회 동안 의무팀 이탈이라는 행정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개막 전 재활트레이너 팀장 A씨가 귀국길에 오르더니, 바레인전 직후에는 팀원인 B씨까지 팀을 떠났다.
나상호(22·FC도쿄)를 시작으로 이재성(26·홀슈타인 킬), 기성용, 황희찬(23·함부르크) 등의 부상과 다른 선수들의 컨디션 난조가 의무팀 이탈과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 부정적 여론이 계속되자 김판곤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위원장은 “행정 실수”라며 이번 사태가 협회 측의 실수라고 시인했다.
아시아 호랑이라는 별명이 민망할 정도의 잡음이었다. 진정한 아시아 최강이 되기 위해서는 경기력과 결과뿐만 아니라, 행정 시스템까지도 제대로 구축해야 한다.
wlsduq123@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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