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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 선정

[예타조사 면제 발표]지역 SOC 투자 확대로 균형발전 도모…국가재정엔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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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 검증 안돼 예산낭비 우려…내년 총선 앞두고 ‘선심성’ 지적도

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정부가 29일 전국 시ㆍ도의 23개 프로젝트, 24조1000억원 규모의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고 사업에 조기 착수키로 한 것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를 통해 지역 균형발전과 경제활력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다. 기업들의 설비 및 건설 투자 위축 등으로 인한 경기 침체를 차단하고, 지역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비상 대책의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무분별한 재정 투입에 따른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 지난 1999년 도입된 예비타당성 조사 제도가 무력화하면서, 경제성이 검증되지 않은 사업에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는 데 따른 예산 낭비 가능성과 함께 국가재정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역 숙원사업을 풀어주는 ‘선심성’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9일 국무회의에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사업을 확정ㆍ발표하면서 그 추진 배경에 대해 ▷지역경제의 활력이 떨어지는 가운데 수도권과의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 ▷지역발전을 위해 대규모 프로젝트가 필요하지만 인구 감소 등으로 타당성 확보 등에서 어려움이 많다는 점 ▷지역의 성장발판 마련을 위해선 국가의 전략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 등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공공 인프라의 구축 지연과 젊은 층의 인구 유출로 지역개발 프로젝트가 예비타당성 조사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고, 이것이 다시 수도권과 격차 확대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선 국가의 전략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국가재정법도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에 대해선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프로젝트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면제한 데 따른 부작용과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가 예비타당성 조사 제도를 운영하기 시작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이었다. 타당성에 대한 종합적 검토 없이 재정이 방만하게 운용되는 데 따른 예산 낭비를 최소화하고 제한된 국가재정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 결과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사업은 절반을 넘지 못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공동투자관리센터 보고서를 보면 1999년부터 2017년까지 예타를 실시한 690개 사업 가운데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한 사업은 327건으로, 47.4%로 절반도 안됐다.

물론 모든 SOC 사업을 경제성의 잣대로만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경제적 타당성 이외에 주민 편의나 안전, 지역 균형발전 등 국가정책적인 요인까지 고려한 종합적 타당성 확보 비율도 63.3%에 불과했다. 항만(74.4%)과 수자원(70.2%) 분야는 종합적 타당성 확보율이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도로(59.0%)ㆍ철도(56.8%)는 60%를 넘지 못했고 문화ㆍ관광ㆍ건축 분야도 63.1%에 머물렀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이처럼 까다로운 타당성 조사를 면제해줌으로써 각 지역의 숙원사업을 해결해주는 성격이 강하다. 이에 따른 예산 낭비 가능성과 함께,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도 면키 어려워 향후 논란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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