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 "'알함브라'속 제 똑같은 모습, 부모님은 계속 재방송인줄"[SS인터뷰②]

[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배우 박훈이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극중에서는 섬뜩함이 가득한 비주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지만, 시청자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은 덕분이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서 박훈이 맡은 차형석은 남자주인공 유진우(현빈 분)의 친구이자 라이벌에서 게임 속 버그로 인해 죽지 않는 캐릭터가 되어버린 인물. 연극무대에서 잔뼈가 굵지만, 드라마로는 2016년 KBS2 ‘태양의 후예’로 정식 데뷔한 그여서 불과 몇 작품만에 이번 드라마에서 현빈을 뒤잇는 캐스팅이 된 점은 파격적이었다. 과연 제작진은 박훈의 어떤 매력을 기대하며 기용했을까.

박훈도 파격 캐스팅을 인정하면서 “나도 2~3회 때 죽는 캐릭터라고 하길래 특별출연 같은 거라 생각하고 안길호 PD와 첫 미팅을 했다. 나는 쉴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외형적으로 머리도 그냥 가만두고, 수염도 기른채 둔다. 그래서 첫 미팅 때 나의 비주얼이 대역죄인 같았다. 그런 나를 보고 감독님이 대본을 주면서 ‘다음에 작가님하고 같이 봐요’ 하더라. 그런데 나중에 보니 그때의 외모에서는 찾을 수 없는 공학박사 역할이더라. 안길호 PD가 남다르다 생각했는데, 감독님이 나를 직관적으로 봤다고 하더라. 다른 서브 주인공처럼 정제된 게 아니라 투박한 느낌이 있는데, 나는 정보가 없어서 편하게 하고 간 것인데, 감독님은 내가 전형성에 갇혀있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써주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게다가 작품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었는데, 나중에 보니 살아나더라. 굉장히 큰 역할이라는 걸 나중에 알았다. 그렇게 알고 갔으면 굉장히 부담됐을 것 같다. 나중에는 ‘이게 왠 떡이야. 감사하다’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송재정 작가에 대해서도 감사한 마음을 전하면서 “끝나고서 작가님이 ‘형석이가 대사가 없어서 서운해할 줄 알았는데, 눈으로 여러 감정이 축적돼 나와서 깜짝 놀라고 감사하다’고 말씀해주셨다. 나도 그렇게 해도 되나 하는 고민이 있었는데, 게임속 사람이 아닌 역할이어서 어떤 느낌을 선명하게 주는게 맞나 했던 건데, 작가님의 말씀에 기분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입체적인 인물을 표현해야했지만, 대사는 너무 없어서 답답했을 수 있었다. 그러나 박훈은 “내 대사 분량 걱정을 해주는 말씀을 들을때마다 ‘저 배우가 말하는게 궁금하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구나 하는 마음에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대사가 없는걸 연극할 때 함축적인 걸 보여주는거라 많이 해봤다. 보시는 사람들에게 더 큰 의미로 다가오기도 한다. 연극할때 그런 연기한게 큰 도움이 됐고, 그래서 더 좋았다. 말로 다 설명하지 않아도 되면 그게 더 최고다. 어디서 그런 역을 해보겠나”라며 만족스러워했다.

이번 드라마로 입지가 남달라진 만큼 부모님도 드라마를 눈여겨 보신 모양이다. 그런데 박훈은 “부모님이 이해를 잘 못하셨다. 계속 재방송인줄 알더라. 죽은 내가 계속 나오니까. 그러기를 5번쯤 하고 나니까 나도 그냥 ‘재방송이에요’ 하고 말았다”면서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맹점인데, 게임에 익숙한 세대에게는 답답한 부분이 있고, 익숙하지 않은 세대에게는 어려울 수 있었다. 어디에 타깃을 둬야하나 고민이 있었을 거다. 게임을 다 잘 안다 치고 갈거냐 아니면 다 모른다고 치고 다 설명하고 갈거냐 하는. 그런 점에서 제작진이나 배우들이 고민이 많았다”고 밝혔다.

cho@sportsseoul.com

사진|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